도쿄 여행15 - 신주쿠 정원을 걸어서 구경하고 나오다가 올드랭사인 노래를 듣다!
2022년 11월 7일 야마노테센(山手線) 전철을 타고는 구 후루카와 정원 과 리쿠기엔 六義園
(육의원)에 도쿄대학교를 보고는 고이시카와 고라쿠엔 小石川後楽園 을 구경한후
JR 기차를 타고 메이지진구가이엔 明治神宮外苑 을 찾앗으나 아직 단풍이 들지않았습니다.
야마노테센 전철을 타고 신주쿠역에 내려 남쪽 출구로 나와 걸어서 신주쿠 교엔 新宿御園
(신숙어원) 을 찾아가니 넓이 58만㎡, 둘레 는 무려 3.5km 라고 하는데 1906년
에 황실의 정원으로 일본에서의 풍경식 정원 의 명작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65종
1,000그루의 벚꽃이 피는 봄, 나무가 붉게 물드는 가을 등, 사계절을 즐길수 있다고 합니다.
정원 안에는 넓은 잔디와 호수 외에도 말차와 일본 과자 를 즐길 수 있는 다실(茶室) 도 있어
데이차 (대접용 차: 유료) 를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니 천천히 둘러봅니다.
일본에는 오래된 옛 성이나 공원에는 많이 있는 다실(茶室) 을 구경하다가 보니 문득.....
동아일보에 실린 이준식 성균관대 교수의 한시 한수 “ 갸륵한 말본새” 가 생각납니다.
옥을 다듬은 듯 잘생긴 사내 왕정국(王定國) 을 늘 부러워했거늘, 마침 하늘이
그에게 온화하고 예쁜 낭자를 내려주었지. 낭랑한 노랫소리 고운 이 에서
나와, 바람을 일으키면 눈발이 뜨거운 바다에 날리듯 청량하게 바뀐다고들 말하지.
만릿길 먼 남쪽에서 돌아왔지만 얼굴은 더 젊어 뵈고, 미소 지으면 웃음 속엔 영남 땅 매화 향기 아직도
배어 있네. 영남 땅 살기가 어렵지 않았냐 물으니, ‘제 마음 편한 곳이 바로 제 고향’ 이라는 뜻밖의 대답.
(常羨人間琢玉郞, 天應乞與點소娘. 盡道淸歌傳晧齒, 風起, 雪飛炎海變淸凉.
萬里歸來顔愈少, 微笑, 笑時猶帶嶺梅香. 試問嶺南應不好, 却道, 此心安處是吾鄕.)
‘왕정국의 시녀 우낭 에 주는 노래(증왕정국시인우낭· 贈王定國侍人寓娘)’/ ‘정풍파(定風波)’ 소식(蘇軾)
소동파가 친구 집 가기(歌妓) 에게 노래 한 곡 을 선사한다. 무슨 연유일까. 당파 싸움으로 동파가
남쪽 지방으로 밀려날 때 그의 정치적 동지 수십 명도 각지로 좌천되었다. 친구 왕정국
역시 그중 하나로 대륙의 최남단 광시(廣西)성 으로 쫓겨났고 3년여 만에야 조정으로 복귀했다.
원래 그 집안에 가기(歌妓) 가 여럿 있었지만 좌천 길을 따라나선 여인은 우낭(寓娘) 이 유일했다.
후일 친구와 재회한 자리에서 동파는 의리를 지킨 우낭의 사연 을 접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그녀의 낭랑한 목소리가 새삼 돋보인다. 그 소리는 남녘의 찌는 듯한
바다에 눈발이 녹아들 듯 청량감을 안겨주고 웃음 속에는 영남땅 매화향 이 배어 있는 듯 상큼하다.
풍토병 이 나도는 오지에서의 고생담이나 듣겠거니 생각하고 시인이 ‘영남 땅 살기가 어렵지 않았는가’
슬쩍 물었는데, ‘제 마음 편한 곳이 바로 제 고향이지요’ 란 의외의 대답. 이 누긋하고 갸륵한
말본새에 시인은 탄사 를 아끼지 않았다. ‘정풍파’ 는 송사(宋詞) 의 곡조 이름으로 내용과는 무관하다.
정원을 나오면서 보니 옛날 일왕(천황)의 궁궐인 교토황거 에 들렀다가 본 그 참으로 잘 다듬어 키운
소나무 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정성들여 키운 소나무라 입장료를 낼만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자연 그대로의 소나무가 아니고 조경사들이 손을 본 인공적인 흔적 이 가해진지라
자연 그대로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좀 거슬리게 볼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리고 음악 소리 가 크게 들려 놀라는데... 이게 무어야? 자주 듣던 귀에 익은 올드랭사인 이니
이제 일본과 유럽의 공원에서 마칠 시간이니 나가라는 소리 인데... 올드 랭 사인
(Auld Lang Syne) 은 작별을 뜻하는 스코틀랜드 민요 로 한국어로 석별의 정이라고 부릅니다.
스코틀랜드의 시인인 로버트 번스 (Robert Burns) 가 1788년에 지은 시와 민요에서 비롯되었으며,
영미권에서는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면서 부르는 축가 로 쓰이니 올드 랑 사인은
스코트어로 '오랜 옛날부터 (영어: old long since)' 라는 뜻이니, 서정적인 가락 덕분에
다양하게 리메이크되고 있으며, 브렉시트가 확정된후 유럽 의회 가 다같이 부른 민요이기도 합니다.
스코트어 가사 5절 중에서 1절 :
Should auld acquaintance be forgot,
and never brought to mind?
Should auld acquaintance be forgot,
and auld lang syne?
오래된 인연을 어찌 잊어먹고
머릿속에 떠올리지 않으리?
오래된 인연들과 지난지 오래된 날들어찌 잊으랴?
(후렴) For auld lang syne, my jo,
for auld lang syne,
we’ll take a cup o’ kindness yet,
for auld lang syne.
오랜 옛날부터, 내 사랑아
오랜 옛날부터
다정함 한잔 축배를 드세
오래된 옛날을 위해
저 노래는 세계 각국에서 리메이크되었으니 일본어판 은 1881년(明治1年) 최초로 연주되었으며 4절까지
있으나 현재는 1절부터 2절만 연주되는데... 3절과 4절은 제국주의적 가사 를 포함하기 때문인가 합니다?
蛍ほたるの光ひかり 窓まどの雪ゆき
반딧불과 창문에 비치는 눈빛으로
書読ふみよむ月日つきひ 重かさねつ々
글을 읽는 날을 거듭하는 사이
何時いつしか年としも 杉すぎの戸とを
어느덧 세월이 흘러 삼나무문을
開あけてぞ今朝けさは 別わかれ行ゆく。
열고서 오늘은 서로 작별하는 날
止とまるも行ゆくも、限かぎりとて、
고향에 남는 이도 있고 떠나는 이도 있어 오늘이 마지막이니
互かたみに思おもふ、千万ちよろづの、
서로 생각하는 마음은 천년 만년이어라
心こころの端はしを、一言ひとことに、
마음의 오만 가지 생각을 한 마디로
幸さきくと許ばかり、歌うとふなり。
"부디 잘 지내렴" 하고 노래하네
Auld lang syne 의 곡조를 稲垣千穎 (いながき ちかい) 가 역사 (訳詞) 한 것으로
1881년 (明治1年) 에 소학교 창가집 초편 에 게재된 것이며 1881년 심상
소학교(尋常小学校) 에서 창가된 이래, 주로 학교 졸업식 에서 곧잘 연주되었습니다.
현대에 있어 서점, 마트 등의 상점에서 영업을 마치고 폐점하기 전 튼다는데 NHK 홍백가합전
에서는 전 출연자가 클로징 곡 으로 이 노래의 1절을 합창하니.... 이 전통은 1963년
도쿄 올림픽 찬가로 딱 한차례 변경된 것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전통이라고 합니다.
한국어판은 1948년에 안익태가 작곡한 한국환상곡이 애국가의 멜로디로 정해지기 전 까지는
'올드 랭 사인' 이 애국가의 멜로디 로 사용되었으니 1953년에, 영화 '애수' 가
상영되면서 이 노래가 다시 소개되었고, 시인 강소천이 한국어 번역 가사를 붙였
으며 이후 졸업식에서 환송곡 으로, 연말에 한 해를 떠나보내는 마음으로 많이 부르곤 했습니다.
1980~90년대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 행사에 타종 직전에 서울시립합창단이 이 노래를 부르는 순서가 있었고
KBS 에서 타종식을 중계할 때에도 출연 가수들이 올드 랭 사인을 불렀으며 2021년에 홍범도 장군 의
유해가 봉환되었을 때에도 생전엔 현대 애국가가 아니었음을 고려해 올드 랭 사인의 멜로디 를 사용했습니다.
1946년 1월 14일 중앙청에서의 태극기 게양식 에서 연주된 올드 랭 사인 곡조의 애국가 이니
8.15 광복 이후에도 한동안은 올드 랭 사인 곡조의 애국가 를 사용했음을 알수 있으며
조선 인민군 창설식에서의 애국가 로 불렸고..... 또 남북연석회의에서의 애국가 인데
북한 또한 광복 이후 1948년 정부수립 전까지 올드 랭 사인 곡조에 맞춘 애국가를 사용했습니다.
가수 김장훈이 올드 랭 사인 곡조에 애국가 가사 를 붙인 속칭 '독립군 애국가' 를 2012 런던 올림픽
응원가로 리메이크하여 발표하였으며....... 강소천이 역사한 한국어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작별이란 웬 말인가 가야만 하는가.
어디간들 잊으리오 두터운 우리 정
다시 만날 그 날 위해 축배를 올리자.
잘 가시오 잘 있으오 축배를 든 손에
석별의 정 잊지 못해 눈물도 흘리네.
이 자리를 이 마음을 길이 간직하고
다시 만날 그 날 위해 노래를 부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