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다른 오늘, 오늘은 날씨가 다시 따뜻해지고 있습니다.
기후가 이상해진것인지, 요즘들어 날씨를 예상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어느날과 같이 이동장터를 준비해봅니다.
출발하기 전부터 전화가 오며 물건 갖고 와달라고 합니다. 누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기분 좋은 일입니다.
어르신들께 설 명절 안부를 여쭈며 가족이 왔는지 여쭤보는 일이 오늘도 계속 됩니다.
단순한 안부일수도 있지만, 가족들과 지속적인 유대 관계가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잠을 자고 자고 가는 가족들이 있는가 반면, 당일치기로 왔다가는 가족들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집에는 북적거리지만, 누군가의 집은 춥습니다.
9시 20분,
지난번 뵙지 못했던 어르신, 오늘에서 다시 뵙습니다. 평소 차 안에서 바라보다가 내려서 보니 어르신 다리가 불편해보였습니다.
원래 그러셨던 것인지, 여쭤보니 좀 되셨다고 합니다. 뭔가 사유가 있으셨겠지요. 오늘도 현금영수증 챙겨가시며 옆집 어르신께 커피 한 잔 하자고 하며 모셔갑니다.
9시 40분,
회관에 들어가자마자 어르신이 커피를 대기하고 계셨습니다. 장사꾼 챙겨주신답시고 본인것 포함해서 3잔을 내려주십니다. 늘 가던 시간에 어르신은 기다리고 계셔주셨던것입니다. 고맙습니다.
10시,
오늘은 공병이 8병이나 주셨습니다. 평소 2병을 주시던 어르신, 하루에 2병씩 명절에 드셨던 술을 주십니다. 자녀분 오셨는지 여쭤보니
"자녀들은 술 하나도 안먹어~ 나혼자 먹어~" 하십니다.
명절에 혼자 술을 드셨을까 걱정했지만 옆에서 따라주는 이 있었으니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10시 30분,
기다리다가 사람이 없어 떠나려던 찰나 뒤에서 어르신이 옵니다. 안보이던 어르신이 어디서 나오신것인지.
오랜만에 뵌 어르신 우측 눈에는 반창고가 붙어 있었습니다. 자전거 타고 읍내 가다가 넘어져서 쓸렸다고 하십니다. 다른곳 크게 다치신게 아니라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10시 35분,
"명절 지나고 손님 별로 없지?"
늘 이동점빵을 많이 이용해주시는 어르신입니다. 오늘도 사이다, 두부, 코다리 등 많은 물건을 사주십니다. 어르신 덕에 매출이 많이 올라 감사했습니다. 점빵의 마음을 먼저 이해해주시는 어르신, 고맙습니다.
10시 40분,
오늘도 어르신은 제게 통지서를 주십니다. 아들에게 날라온 통지서입니다. 핸드폰에서 지난 문자 기록 확인하고 사진찍어 보내드립니다. 어르신은 지난번 식혜를 안먹고 갔다고 아쉽다며, 기다리라고 하십니다. 손주 주려고 만들어놓은 식혜. 제게도 한 잔 주십니다.
어르신이 차가워서 식혜가 먹기 힘드시다고 하시더니, 냄비에 끓인 식혜를 주실려고 하셨습니다. 깜짝 놀라서 차가운것으로 받아 바로 먹었습니다.
지난번 밥솥은 괜찮으셨는지 여쭤보니
"어~ 밥은 잘 됬는데, 나도 잘 못쓰겠고, 며느리가 와서 보더니 갖고 갔어~" 하십니다. 이후 며느리가 새 밥솥을 사다놓으셨는지 확인은 못했지만, 어르신 식사가 다시 원활하게 잘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10시 50분,
끝에 계신 어르신 집에 올라가니 바로 문열고 나오시는 어르신. 계단이 많아 오가기 힘들어 제가 갖다드린다고 하며 집에 계시라고 하였습니다. 얼마전 남편을 사별하고, 홀로 맞이하는 첫 설 어떠셨는지 여쭤봤습니다.
"아가들 다 와서 다 놀다 갔어~ 괜찮어~ " 하시지만, 내심 씁쓸해하셨습니다.
그 넓은집에 거실 바닥 냉기가 가득했습니다. 본인 잠자는 공간만 따뜻하며 된다시는 어르신. 한 사람이라도 더 있었다면 온기가 조금은 달라졌을텐데, 어르신의 차가운 손에 온기를 전달해드리고 왔습니다.
11시, 회관에 방문하니 식사 준비가 한참이었습니다. 어떤 반찬 해드시지는지 여쭤보니
"돼지고기 김치찌개, 계란말이, 무...나물" 이라고 하셨습니다.
첨듣는 용어에 기억에 잘 나지 않지만 어르신들은 무를 채썰어 나물로 무친다고 하셨습니다.
얇게 썰린 무에 참기름, 그리고 마지막 미원 조금 넣으면 반찬 완성입니다.
"이따 다 돌고 와서 밥 먹고 가~!"
11시 15분,
어르신들이 밭에서 파를 뜯어 오셨습니다. 회관에 다 같이 모여서 어르신들이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은 나물 다듬는 일입니다. 작은 일거리가 되기도하며 어르신들하고 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나누며 함께 하기에 좋은 구실입니다. 어르신들은 파로 해먹을 반찬 생각에 입맛부터 돋우십니다. 저도 저희 어머님 파김치 레시피 알려드리며 말씀드리니
"파 김치에 말린 오징어 넣으면 꼬독꼬독하고 맛나겠구만~" 하십니다.
어르신들의 점심은 무엇으로 드실지, 궁금했지만 다음 장소로 가기 위해 인사드리고 나왔습니다.
13시 30분,
평상시보다 더 많이 모여계시는 어르신들, 최근 백내장 수술 하셨던 두 어르신 인상이 매우 좋아보입니다. 다행입니다. 명절에 잘 지내신것 같았습니다. 한참 이야기하다 보니 한 어르신이 그러십니다.
"아니, 점빵은 뭐 없어? 농협은 이렇게 선물도 주고 하는데, 점빵은 맨날 갈아줘도 뭐가 없구만~"
농담삼아 하시는 말씀이셨지만, 이번에 간담회를 준비하며 비밀로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씀드리며 웃었습니다.
"여 콩나물 한봉지 안주고 갈랑가? 우리 먹게~" 당황스러웠지만, 어르신들은 제가 갖고 온것을 보고 바로 돈을 주셨습니다.
"달라고 해서 그냥 주면 뭐해 먹고 남겠는가?" 하십니다. 그래도 항상 가면은 무엇 하나라도 더 갈아주시려고 하셨던 어르신들이라, 그 마음에 보답해야겠다 싶어 선물 받은 미역을 드리고자 했습니다. 이 미역은 전날 진천마을에서 장터갔다가 받았던 미역이었습니다. 어르신들은 고맙다며, 제게 홍삼 한포를 또 꺼내주십니다. 저만 먹기 그러하다보니 어르신들 다 나눠주셨는데, 갑자기 한 어르신이
"내꺼도 먹어~!" 하시더니, 주변에 어르신들이 다 제게 주셨습니다. 하나만 먹으려던것이 결국 4포나 받게 되었습니다. 직원들 나눠먹겠다고 말씀드리니 "아녀!! 혼자먹어!! 힘내야지!!" 하십니다.
어르신들은 늘 받은것보다 더 많이 주시려는 마음이 항상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14시,
오늘도 집에 안계신 어르신댁, 집에 담넘어가서 우유 하나 넣고 옵니다. 지난번 산 우유 조금 남아있었기에 두었습니다.
어르신이 계실 다른 어르신댁가서 인사드렸습니다.
"왔는가? 넣었는가? 헣허~~" 하십니다.
어르신께서는 본인이 직접 해온 떡을 나눠주시며 고맙다고 하십니다.
집안에서 떡을 함께 나눠먹으며 이야기 나누는 어르신의 모습을 보며, 동네에서 누군가 함께 이야기하고 맛난 떡을 나눠먹을 수 있는 관계가 있는 것은 정말 귀한 관계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사람만나기 힘든 동네에 누군가 마음으로 의지할 곳이 있는것이 시골에서는 크게 느껴집니다.
14시 20분
오늘도 조용하게 지나가고 있던 장소, 엑셀 밟지 않고 마을 벽을 따라 이동하던 찰나, 저 멀리 회관서 어르신들이 오십니다.
"점빵차 오길 기다렸는데, 어찌 그냥 지나갔는가~" 하십니다.
평소 거래가 거의 없던 마을이었습니다. 거래가 거의 없었다 할지라도 다음에는 더 천천히 지나가야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14시 40분,
오늘도 많은 물건을 사시는 어르신.
"내돈 다 갖고 가는구만~~" 하시며 흐뭇해하십니다.
사신 물건 집에 갖다 놔드리며 하시는 말씀
"오늘은 커피 한 잔 먹고 가~~" 하십니다.
3번이나 못먹었던 집이었습니다. 오늘은 꼭 먹어야했습니다. 어르신 댁으로 가서 커피 내리며 아드님 한 잔 저 한잔, 그리고 어르신 드리려고 했지만 괜찮다하셨습니다. 앉아서 명절에 지냈던 이야기, 손주 이야기 잠시 나눴습니다. 어르신께 잘 마셨다고 인사드리며 나왔습니다.
"아휴.. 매번 심부름 시키는 것 같아 미안해~ "
15시,
오늘도 어르신들은 열심히 고스톱 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찰나 오랜만에 봰 회장님. 그간 어찌 안보였는지 여쭤보니
" 나 했어~' 하십니다.
알고보니 인공관절 수술이었습니다. 얼마나 힘드셨을지... 보는 내내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도 밝게 웃고 계셔주시는 회장님. 다시 밝은 모습으로 돌아와주셔서 다행이었습니다.
어르신들은 필요한 물건 주문하시는데, 한 쪽에 계신 어르신이 계속 돈을 빌려달라하십니다.
그러던 다른 어르신 "나 돈 없어!!!" 하십니다.
웃으면서 계속 달라는 어르신.
일단 물건 거래를 진행하며 어르신 물건 챙겨야하나 싶었는데, 다른 어르신이 오시더니 물건을 대신 사주십니다. 다 저마다 속 사정을 아시겠지요.
한 어르신은 선사하신다고 평소 사지 않는 술을 사시곤 멀리까지 힘겹게 들고 가십니다. 도움받은 것에 대한 응당 보답을 하고 싶은 마음이셨겠지요. 그 걸음거리와 허리 휨이 얼마나 고마우셨을지 느껴집니다.
15시 30분,
이제 정말 봄인가 봅니다.
곳곳에 동백이 피고 날이 따뜻해집니다.
한 어르신은 그러하십니다.
"여름이 엄청 더워질꺼여~"
해가 갈수록 더워지고 있습니다. 올 한 해 농사는 괜찮을지 괜시리 걱정을 함께 합니다.
올해도 어르신들 하시는 일 모두 잘 되가길 바라며 이동장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