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야기 하나 보고드립니다.
지난 21일, 작은 공모전에 영화 시나리오가 한편 당선이 되어 시상식에 참석했습니다. 인천공항공사와 기호일보가 공동 주최하고, 사회복지법인 기아대책 인천광역시중구장애인종합복지관이 주관한 행사였는데, 입상자의 명단에 한 자리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아래는 그날 행사에서 읽은 제 수상소감입니다. 부끄러운 글이지만 전문을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서툰 글을 뽑아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어깨너머 공부로 흉내 낸 글쓰기여서, 예심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포기하고 있었거든요. 열심히 썼구나 하고 노력상을 주신 것 같아, 감사하는 마음뿐입니다.
저는 기독교인입니다. 때문에 “서로 사랑하라!”하신 예수님의 뜻을 받들어 남을 위하며 살고 싶고, 받은 만큼 베풀고 싶습니다. 부족한 사람들이 서로 사랑함으로써 살 만한 세상을 만드는 것, 바로 신께서 우리를 만드신 뜻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뜻밖의 사고로 장애를 얻어 달리기를 할 자유는 잃었지만, 더 큰 자유를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글쓰기를 주신 신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장애를 얻음으로서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는 기적을 체험했거든요. 보고 듣고 말하는 능력을 갖지 못하고 태어난 삼중고의 인간 헬렌켈러가, 물을 사물로 인식했을 때 세상이 열렸듯이, 글쓰기라는 세상을 향한 창을 발견했을 때, 삶의 의의가 찾아졌던 것입니다.
제 글은 외계 이야기를 쓴 SF시나리오입니다, 뜀질도 불편한 분수에 먼 외계를 그린 이유는 자유롭고 싶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는 다른 장애우들도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실 밖에 존재하는 무언가에 동참하고 싶은 욕구가 글을 쓰게 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세상과의 소통수단으로서의 글쓰기, 그걸 못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예전에 수기를 썼다고 가져온 중증 장애우가 있었는데, 철자법과 띄어쓰기도 틀린 데가 많은 글이었지만 기뻤습니다. 누군가 나를 믿고 의논해 준다는 것, 글을 고쳐 준 후 사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그를 도운 것이 아니라 그가 나를 돕는 것임을 깨닫고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사랑은 신의 뜻이 가장 잘 표현된 수단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오늘의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분들의 뜻이기도 할 것입니다. 장애인 스스로 자기 몫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주기 위한 노력, “서로 사랑하라!”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신 사랑의 마음이지 싶어, 감사하는 마음뿐입니다.
뽑아주신 분들의 진정에 힘입어, 신께 빌어 봅니다. 항상 노력상이게 하소서. 남은 날이 다할 때까지, 이 길을 벗어나지 않게 하소서. 오늘 자리를 같이 한 동료들과 더불어,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작은 소유물이나마 나누며 살게 해주소서.
참석하신 분들은 주최 측과 수상자인 장애인들을 빼면 모두 재능기부를 해주시는 분들이었습니다. 심사를 해주신 분들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연주해주신 분들과 축가를 불러 주신 분들, 사회를 봐주신 교통방송의 아나운서님, 안내와 보행도우미 역할을 해주신 분들까지 모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었는데, 크고 작은 일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베풀어주셨습니다. 추호의 선민의식도 보이지 않는 겸손한 봉사, 저는 행사 내내“우리 사회에 아직 이런 분들이 계셨구나!”하고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입상자들의 소감을 듣는 순서에 첫 번째로 나선 저는 말주변이 없는 자신을 잘 아는 터라 미리 준비한 글을 읽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내용이라 다행이다 생각하며 열심히 읽고 있는데, 문득 분위기에 취해 스스로 이상해져버렸습니다.
“세상과의 소통수단으로서의 글쓰기, 그걸 못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예전에 수기를 썼다고 가져온 중증 장애우가 있었는데, 철자법과 띄어쓰기도 틀린 데가 많은 글이었지만 기뻤습니다. 누군가 나를 믿고 의논해 준다는 것, 글을 고쳐 준 후 사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그를 도운 것이 아니라 그가 나를 돕는 것임을 깨닫고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위의 부분을 읽던 도중 순간적으로 울컥하여 목이 잠기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 친구, 그곳에서 잘 있나 몰라.)
소감을 쓰면서 내내 생각했던 사연이 읽는 도중에 기억 속을 스쳐갔던 것입니다. 사연의 주인공은 산업재해로 뇌손상을 입어 말이 어눌하고 몸동작이 불편하던 친구였는데, 철도 연변의 공지를 갈아 배추, 무, 호박, 고구마를 심어 계절마다 잘 가져오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지금 이 세상 사람이 아니어서, 제가 안부를 물은 건 북망산 너머 어딘가에 있을 그에게 보내는 조문이었습니다.
(가족도 없다 했는데, 장례는 제대로 치렀을까?)
소감을 쓰던 내내 생각했던 내용입니다. 그는 나보다 10년쯤 젊은 친구였는데, 그 친구가 죽은 걸 알게 된 건 고물상에 내게서 사갔던 책이 몽땅 나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책, 어디서 가져왔대요?”
“1톤 차를 몰고 다니는 고물행상이 실어 온 건데 변두리 마을에 갔더니 컨테이너 박스를 치운다고 가져가라고 했다더군요. 게서 사람이 죽었다고.”
컨테이너 박스를 개조한 가건물에 살았던 친구가 죽어 가재도구들을 정리하는 와중에 책이 휩쓸려 나왔던 것입니다. 그 친구의 책인 걸 알게 된 건 책들이 여성 잡지나 연예잡지 등, 여성의 그림이 많은 책 일색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글자는 10분만 읽으면 머리가 아파요. 그래서 여자 그림이나 보지요.”
그림이 많은 잡지를 사간 이유입니다. 산업재해란 겉보기에는 멀쩡한 사람을 정신질환자로 만드는 고약한 것입니다. 하여 여성 그림이 많은 잡지를 사가서 보는 게 장애를 입은 몸으로 홀로 살던 그 친구의 유일한 도락이요, 성생활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가 가져온 수기 형식의 글에 의하면 그는 젊을 때부터 중년이 될 때까지 가죽공장에서 일을 했는데, 어느 날부터 머리가 어지럽고 하더니 그예 쓰러졌다고 하였습니다. 가죽을 가공할 때 쓰는 약품에 중독되었던 듯싶은데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여 폐인이 된 경우였습니다. 공장이 작아서 산재보험의 혜택도 받지 못했다더군요.
“내년에도 가져다드릴게요.”
호박과 고구마를 가져오던 날 그렇게 말하고 갔는데 몇 달 소식이 없기에 걱정했더니 그렇게 엉뚱한 곳에서 부음을 듣고 말았던 것입니다. 헌책장사 따위가 뭐라고 “사장님! 사장님!”하고 따르며 철따라 농사를 지은 걸 가져오더니 얻어먹은 걸 갚지도 못한 헌책장사를 남겨 놓고 임종을 지켜주는 사람도 없는 혼자 죽음을 맞은 것입니다.
“에이, 못된 놈의 세상!”
노트 몇 장에 쓴 수기를 보여 주며 눈빛을 빛내던 그 친구, 헌책장사 따위가 무슨 대단한 학자가 된다고 좋은 말 해주기를 바라고…… 저나 나나 개발새발 그리는 건 마찬가지였는데…….
누군가 나를 믿고 인생을 의논해 줄 사람이 있다는 것, 좋은 말을 듣기를 바라고 귀를 쫑긋 세우고 눈빛을 빛내고 있는 그를 보던 그날, 나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자신을 바닥까지 떨어진 사람이라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더 아래에 있어 보이는 친구가 희망의 방법을 가르쳐주었거든요.
“인터스텔라에 못지않은 시나리오를 한편 쓰겠습니다.”
시상식이 끝난 후의 뒤풀이 시간에 나는 주최 측의 한분께 그렇게 약속을 했습니다. 나이도 실력도 더 발 돋음 할 곳이 없는 처지였지만 예전의 고인이 된 그 친구에게서 배운 희망의 방법만은 잃어버리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허풍성의 약속을 해버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항상 노력상이게 하소서!”
제가 신께 빈 소망의 주제입니다. 제 친구는 비록 병마에 져서 갔지만 저는 아직 희망을 갖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신께 빌었고, 다시 한 번 노력상을 받을 수 있도록 안간힘을 다해 볼 생각입니다. 그것이 전날의 그 친구가 내게 준 교훈을 살리는 방법이 될 것이고, 그날 행사를 마련하여 장애인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애쓰신 분들의 진정에 답하는 길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글들과 격려가 참 보기에 좋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천재도 노력하는 사람에겐 못 당한다지요...
잘읽었어요,감사합니다
잘 ~~
축하합니다. 좋은 글 자주 부탁드립니다.
추카 추카 ...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축하드립니다..좋은글 많이 쓰세요...
축하 ! 정진!
축하드립니다.
잘 읽고 갑니다.
감축드립니다.
축하 드립니다.
글 잘 쓰시는 분들은 늘 부럽습니다.
마치 삶에서 정리정돈을 잘하는 사람을 만난것처럼 어쩌면 저리도 글이 잘 정리되고,정열되어 있는지..
잘보았읍니다
고맙습니다
축하드리며 더욱 건강하시길빕니다
축하축하!!!
음
축하드려요
축하합니다.
축~~~
잘보고갑니다
축하드립니다~^^
좃네요
축하드립니다. 자유로운 모습의 글을 기대해 봅니다.
축하드립니다. 작가님의 자유로운 모습의 글을 기대해 봅니다.
늦었지만 축하드리고^^ 앞으로도 선생님 덕분에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일 수 있기를 빌겠습니다.
축하드려요
잘 읽고갑니다~~
축하축하 드립니다. 아름답네요.....
좋습니당 ㅎ
감사합니다 잘읽고갑니다 ~~
축하합니다.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에 마음이 짠합니다...
축하. 글 소재 선택도 멋있네요.
와 ㅎㅎ
우 와~~!
좋은글잘읽고갑니다 축하드림니다 ~~
글 잘쓰는 사람 부러워서리...
축하드려요 ^^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좋은글로 다시 만나길 바래 봅니다~~~^^
크게 축하드립니다^^
좋은 날만 이어가소서
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