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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사회적 활동이다
사진이론·사진미학·동시대 예술의 관점에서 본 분석과 비평
예술은 개인이 창작하지만 사회 속에서 존재한다. 작가는 혼자 작품을 만들 수 있지만, 작품이 예술로 이해되고 평가되고 역사에 남는 과정은 결코 작가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사진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진가는 자신의 눈으로 대상을 선택하고, 자신의 판단으로 셔터를 누른다. 그러나 사진에 담긴 대상, 사진을 보는 사람, 사진이 전시되는 공간, 사진에 부여되는 가치와 의미는 모두 사회와 관계를 맺는다.
따라서 “예술은 사회적 활동이다”라는 명제는 예술이 사회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예술의 생산과 의미 형성, 유통과 평가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이 명제를 이해하려면 예술의 사회적 성격과 예술가의 창작 자율성을 구별해야 한다.
[1] 예술은 왜 사회적 활동인가
1. 예술은 개인의 표현이지만 그 의미는 개인에게만 속하지 않는다
① 작가는 자신의 경험, 감정, 기억, 생각을 바탕으로 작품을 제작한다.
② 그러나 작가가 사용하는 언어, 이미지, 형식, 재료, 표현 관습은 이미 사회 속에서 형성된 것이다.
③ 관람자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 문화적 배경을 통해 작품을 해석한다.
④ 따라서 작품의 의미는 작가가 의도한 내용만으로 완결되지 않는다.
작가가 어떤 사진을 외로움의 표현으로 제작했더라도, 관람자는 그 사진에서 도시의 구조, 계급의 차이, 가족관계, 시대적 불안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은 반드시 작가의 의도와 일치할 필요가 없다.
작가는 작품을 만들지만, 작품의 모든 의미를 독점하지는 못한다.
2. 사회적 활동과 사회적 목적은 다르다
① 사회적 활동이란 타인과의 관계, 문화적 관습, 제도와 역사 속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을 말한다.
② 사회적 목적이란 어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특정한 변화를 이루려는 목표를 말한다.
③ 예술이 사회적 활동이라는 사실이 모든 예술에 사회적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④ 순수하게 색과 형태를 탐구하는 추상예술이나 개인적 기억을 다루는 사진도 사회적 관계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예술이 정치적 메시지를 담지 않아도 사회적일 수 있으며, 관람자의 취향에 맞추지 않아도 사회적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구별은 사회와 관계를 맺는 것과 사회의 요구에 복종하는 것은 다르다는 점이다.
[2] 예술사회학의 관점 — 예술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
1. 하워드 베커(Howard S. Becker)의 예술세계(Art Worlds)
사회학자 하워드 베커는 『예술세계』(Art Worlds, 1982)에서 예술을 개인 천재의 독립적인 산물로만 설명하는 관점에 도전했다.
① 예술작품의 제작에는 작가뿐 아니라 재료 생산자, 기술자, 인쇄업자, 전시 기획자, 유통 관계자 등이 관여한다.
② 이들은 일정한 관습과 협력 관계를 통해 예술작품의 생산과 발표를 가능하게 한다.
③ 예술은 이러한 협력적 활동의 결과이며, 작가의 독창성 역시 이 관계망 속에서 실현된다.
사진으로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진가는 혼자 촬영할 수 있다. 그러나 카메라 기술,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 인화 방식, 전시 공간, 출판, 비평, 관람이라는 조건은 모두 사회적으로 형성된다.
작가가 직접 인화하고 자신의 공간에 전시하더라도 이러한 관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베커의 이론을 모든 작품이 반드시 공동제작이라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그의 핵심은 개인 창작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협력의 구조에 있다.
2.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의 문화생산의 장(Field of Cultural Production)
피에르 부르디외는 예술의 가치가 개인의 재능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예술계 내부의 관계와 권력에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① 예술계에는 작가, 비평가, 미술관, 갤러리, 수집가, 교육기관 등이 존재한다.
② 이들은 무엇이 중요한 예술이고 어떤 작품이 주목받을 가치가 있는지를 둘러싸고 평가하고 경쟁한다.
③ 작품의 예술적 인정은 미학적 판단뿐 아니라 문화적 권위와 제도적 승인에도 영향을 받는다.
④ 그렇다고 제도가 인정한 작품이 반드시 미학적으로 우수하다는 뜻은 아니다.
사진에서도 같은 문제가 나타난다.
동일한 사진이라도 개인 SNS에 게시되었을 때와 미술관에 전시되었을 때 관람자가 부여하는 기대와 해석은 달라질 수 있다.
이미지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 이미지를 둘러싼 사회적 맥락이 달라진 것이다.
3. 비판적 검토
베커가 예술의 협력적 생산을 강조했다면, 부르디외는 예술의 가치와 권위를 형성하는 사회적 구조를 분석했다.
이 두 관점은 예술을 작가 개인의 감정과 재능만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예술의 사회적 조건을 설명하는 것만으로 개별 작품의 미학적 성취를 충분히 평가할 수는 없다.
예술이 사회적으로 만들어진다는 설명과 어떤 작품이 뛰어난 예술이라는 평가는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3] 사진미학의 관점 — 사진은 사회적 관계를 어떻게 만드는가
1. 사진은 현실의 일부를 선택하는 행위이다
사진은 카메라 앞에 존재하는 대상에서 비롯될 수 있지만, 현실 전체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특히 카메라로 현실을 기록하는 사진에서는 선택과 배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① 사진가는 어디에 설 것인지 결정한다.
② 무엇을 화면에 포함하고 제외할지 결정한다.
③ 어느 순간을 남기고 어느 순간을 버릴지 결정한다.
④ 촬영한 사진 가운데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순서로 보여줄지 결정한다.
이러한 선택에는 사진가의 경험, 가치관, 관심, 사회적 위치가 개입한다.
따라서 기록사진은 현실의 흔적이면서 동시에 현실에 대한 선택적 진술이 될 수 있다.
다만 모든 선택을 의식적인 정치적 주장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미학적 판단이나 우연한 선택도 사회적으로 형성된 시각적 관습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2. 존 버거(John Berger) — 사진의 의미는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
존 버거는 『사진의 이해』(Understanding a Photograph)로 묶여 출간된 글들과 장 모르(Jean Mohr)와 함께한 『또 다른 이야기 방식』(Another Way of Telling, 1982)에서 사진의 의미와 맥락의 관계를 탐구했다.
① 사진은 현실에서 특정 순간을 분리해 보여준다.
② 사진만으로는 그 순간의 전후관계와 전체적인 삶을 충분히 알 수 없다.
③ 사진이 다른 사진, 기억, 말, 사회적 경험과 관계를 맺을 때 새로운 의미가 만들어진다.
④ 사진을 보는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이미지에 시간과 이야기를 부여한다.
버거의 관점에서 사진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다. 사진은 다른 사람의 경험과 기억을 만나면서 의미를 형성하는 매개이다.
여기서 사회적 관계란 작가와 관람자의 직접적인 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진이 다른 사람의 삶과 역사 속에 놓이는 관계까지 포함한다.
3. 아리엘라 아즈울레이(Ariella Aïsha Azoulay) — 사진은 하나의 만남이다
아리엘라 아즈울레이는 『사진의 시민적 계약』(The Civil Contract of Photography, 2008)에서 사진을 촬영자의 소유물이나 단순한 이미지로만 이해하는 관점을 비판했다.
① 사진에는 촬영자, 촬영 대상, 관람자가 관계한다.
② 촬영 대상은 단순히 사진가가 사용하는 재료로만 환원될 수 없다.
③ 관람자는 사진에 나타난 타인의 삶과 고통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④ 사진은 타인과의 관계, 권리, 책임을 생각하게 하는 장이 될 수 있다.
아즈울레이의 논의는 특히 폭력, 재난, 전쟁, 난민, 국가권력과 관련된 사진에서 중요하다.
사진가는 자신이 찍은 이미지에 대한 창작적 권한을 가질 수 있지만, 그것이 촬영된 타인의 삶과 의미 전체를 독점할 권한을 뜻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진은 한 사람이 세계를 소유하는 행위가 아니라, 세계와 관계를 맺는 행위이다.
[4] 동시대 예술의 관점 — 작품보다 관계가 중요해지는가
1.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의 관계미학(Relational Aesthetics)
니콜라 부리오는 『관계미학』(Esthétique relationnelle, 1998)에서 인간 사이의 관계와 만남을 예술의 중요한 형식이자 내용으로 다루는 작업들을 분석했다.
① 예술은 반드시 독립된 물건이나 이미지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② 사람들의 만남, 대화, 참여, 교환 자체가 작품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③ 예술의 의미가 완성된 결과물뿐 아니라 작품을 통해 발생하는 관계에서 형성될 수 있다.
④ 관람자는 수동적으로 작품을 보는 사람을 넘어 작품의 형성 과정에 참여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리크리트 티라바니자(Rirkrit Tiravanija)의 《무제(Free)》(1992)는 전시 공간에서 음식을 만들고 나누는 상황을 구성한 작업이다.
이 작업에서는 물리적 결과물뿐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먹고 대화하는 관계 자체가 예술적 경험의 일부가 된다.
사진에서도 참여자의 행동, 촬영 과정, 이미지의 공유, 관람자의 반응이 작업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관계미학은 동시대 예술 전체를 설명하는 유일한 이론은 아니다. 또한 사람들의 만남이 발생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좋은 예술이 되는 것도 아니다.
2. 클레어 비숍(Claire Bishop)의 비판 — 관계가 좋다고 예술도 좋은가
클레어 비숍은 「적대와 관계미학」(Antagonism and Relational Aesthetics, 2004)에서 관계미학을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① 예술이 사람들을 만나게 한다는 사실만으로 미학적 성취를 보장할 수는 없다.
② 그 관계가 누구에게 열려 있고 누구를 배제하는지 질문해야 한다.
③ 사회적 관계에는 협력뿐 아니라 갈등, 불평등, 권력 차이가 존재한다.
④ 예술이 이러한 차이를 감추고 화합만을 강조한다면 오히려 현실의 모순을 가릴 수 있다.
이 비판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예술의 사회적 성격은 반드시 공동체의 화합이나 관람자의 만족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작품은 관람자를 불편하게 만들고, 익숙한 질서에 의문을 제기하고, 사회적 갈등을 드러낼 수 있다.
예술은 사람들을 화합시키는 활동일 수도 있지만, 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관계를 흔드는 활동일 수도 있다.
3. 자크 랑시에르(Jacques Rancière) — 예술은 감각의 질서를 바꾼다
자크 랑시에르의 ‘감성적인 것의 나눔’(Distribution of the Sensible)은 예술의 사회성을 이해하는 또 다른 중요한 개념이다.
① 사회에는 무엇이 보이고, 무엇이 보이지 않으며, 누구의 말이 들리고 들리지 않는지를 규정하는 질서가 존재한다.
② 예술은 익숙한 감각적 질서를 다르게 구성할 수 있다.
③ 평소 주목하지 않았던 사물이나 사람, 공간을 새롭게 보이게 하는 것도 예술의 정치적 가능성이 될 수 있다.
④ 여기서 정치적이라는 말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적 구호를 지지한다는 뜻에 한정되지 않는다.
평범한 아파트 복도, 낡은 벽, 주민들이 지나가는 출입구를 촬영한다고 생각해 보자.
이러한 사진은 사회적 문제를 직접 고발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보지 않던 것을 주목하게 만들 수 있다.
그동안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졌던 것이 화면의 중심이 되는 순간, 기존의 시각적 위계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평범한 사물을 찍었다는 이유만으로 감각의 질서가 반드시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프레이밍, 배열, 규모, 반복, 전시 방식이 어떤 지각의 변화를 만들어내는지 검토해야 한다.
[5] 예술의 자율성과 사회성은 충돌하는가
1. 예술은 사회적이지만 사회의 요구에 종속될 필요는 없다
여기에서 중요한 문제가 등장한다.
예술이 사회적 활동이라면 작가는 관람자가 원하는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① 예술의 사회성은 작품이 사회적 관계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관한 것이다.
② 예술의 자율성은 작가와 작품이 외부의 요구에 완전히 종속되지 않고 고유한 형식적·미학적 논리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개념이다.
③ 두 개념은 서로 반대되는 것이 아니다.
④ 작가는 사회의 반응을 의식하지 않고 창작할 수 있지만, 완성된 작품이 사회적 해석과 평가의 대상이 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사회적 관계 속에 존재한다는 것과 타인의 기대에 맞춰 제작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2. 테오도어 아도르노(Theodor W. Adorno) — 예술은 자율적이면서 사회적이다
테오도어 아도르노는 『미학이론』(Aesthetic Theory, 1970년 사후 출간)에서 예술의 자율성과 사회적 성격 사이의 긴장을 중요한 문제로 다루었다.
아도르노의 논의에서 예술은 사회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순수한 세계도 아니고,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단순한 도구도 아니다.
① 예술작품은 사회적 조건 속에서 생산된다.
② 그러나 예술은 사회가 요구하는 효율성, 실용성, 교환가치에 그대로 복종하지 않을 수 있다.
③ 예술은 자신의 형식적 질서와 내적 논리를 통해 기존 현실과 거리를 형성한다.
④ 이러한 거리와 부정성이 오히려 사회에 대한 비판적 가능성을 만든다.
즉 예술이 사회적으로 의미를 갖는 방법은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만이 아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와 규범을 거부하는 것 역시 사회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3. 사진가는 관람자를 고려해야 하는가
여기에서는 세 가지를 구별해야 한다.
(1) 관람자에게 영합하는 태도
관람자가 좋아할 만한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제작하는 것이다. 대중의 취향이나 기대에 맞추는 방식으로, 예술가에게 반드시 필요한 태도는 아니다. 오히려 작가 자신의 미학적 판단을 제한할 수 있다.
(2) 관람자의 해석을 고려하는 태도
자신이 만든 이미지가 어떻게 보이고 읽힐 것인지 검토하는 것이다. 이것은 관람자의 취향에 복종하는 행위가 아니라 작품의 시각적 전달과 의미 형성 방식을 점검하는 행위이다.
(3) 관람자의 반응을 수용하는 태도
작품이 공개된 이후 작가의 의도와 다른 해석이 나타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작가는 그러한 해석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작품이 다양한 해석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 자체는 예술의 사회적 성격과 관련된다.
작가는 관람자의 취향에 맞추지 않을 자유가 있다.
그러나 관람자가 작품을 어떻게 경험하는지 고민하는 것이 곧 예술적 독립성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사진은 이미지의 크기, 배열, 간격, 전시 공간, 텍스트의 사용에 따라 관람 경험이 크게 달라진다.
이러한 조건을 고민하는 것은 관람자에게 아첨하는 행위가 아니라 작품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검토하는 미학적 판단이다.
[6] 사진작업에서 사회성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는가
1. 촬영 이전 — 무엇을 볼 것인가
사진가는 무한한 현실 가운데 특정 대상을 선택한다.
①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대상을 다시 촬영할 수 있다.
② 사회가 외면하거나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대상을 선택할 수도 있다.
③ 자신의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하더라도 그 경험이 사회적 관계와 연결될 수 있다.
촬영 대상의 선택은 사회와 관계를 맺는 첫 번째 지점이다.
2. 촬영 과정 — 대상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
특히 인물사진과 다큐멘터리 사진에서 중요하다.
① 촬영 대상의 동의와 자율성을 어떻게 존중하는가.
② 사진가의 개입과 연출은 어느 정도인가.
③ 촬영자와 촬영 대상 사이의 권력 차이는 어떻게 작용하는가.
④ 대상의 삶을 하나의 이미지로 단순화하거나 고정하지는 않는가.
이 문제는 단순한 촬영 기술이 아니라 사진의 윤리와 미학에 동시에 관계한다.
3. 편집과 전시 —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동일한 사진이라도 배열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① 한 장의 사진은 독립된 이미지로 제시될 수 있다.
② 여러 사진의 반복은 차이와 공통점을 드러낼 수 있다.
③ 병치는 서로 다른 이미지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만든다.
④ 텍스트와 전시 공간은 관람자의 해석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전시와 편집은 이미 완성된 작품을 단순히 전달하는 부차적 과정이 아니다.
사진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의미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형식적 과정이다.
4. 관람 이후 — 누구의 의미인가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해석이 발생할 수 있다.
관람자가 작가의 의도를 정확히 알아맞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관람자의 모든 해석이 똑같이 타당한 것도 아니다.
해석은 사진에 실제로 나타난 시각적 단서, 작품의 형식, 맥락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연결되는지 검토할 수 있다.
작가의 의도는 하나의 중요한 자료이지만 유일한 정답은 아니다.
관람자의 해석 역시 무제한의 자의적 상상으로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7] 비평적 결론 — 예술은 사회적 활동이지만 사회적 인정이 예술의 본질은 아니다
1. 사회적 관계는 예술의 존재 조건이지 성공의 기준이 아니다
예술이 사회적 활동이라는 명제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사회적 인정과 예술적 가치를 혼동하는 일이다.
① 많은 사람이 좋아한다고 해서 반드시 뛰어난 예술은 아니다.
② 미술관이 인정했다고 해서 미학적 가치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③ 작가가 사회적 문제를 다루었다고 해서 반드시 훌륭한 작품이 되는 것도 아니다.
④ 반대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개인적 작업에도 중요한 예술적 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다.
작품의 사회적 영향력과 미학적 성취는 서로 관계하지만 동일한 것은 아니다.
2. 예술은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관계 사이의 긴장 속에 존재한다
예술가는 자신의 감각과 판단에 충실해야 한다. 그러나 그 감각과 판단은 사회와 무관한 순수한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작가는 사회 속에서 배운 시각적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기존의 관습을 거부할 수 있다.
관람자와 소통할 수 있지만 관람자를 만족시킬 의무는 없다.
사회적 현실을 다룰 수 있지만 사회적 메시지를 설명할 의무는 없다.
그러한 점에서 예술의 자율성과 사회성은 서로 제거해야 할 모순이 아니라, 예술이 지속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생산적인 긴장이다.
3. 사진예술에 적용되는 최종 명제
사진가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촬영할 자유가 있다.
그러나 자신이 촬영한 사진이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고, 어떤 의미를 발생시키며,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지까지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다.
이것은 작가의 권한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이미지가 본래 여러 해석과 관계에 열려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진예술에서 중요한 질문은 단순히 “나는 무엇을 표현했는가?“에 머물지 않는다.
“나는 무엇을 보이게 했는가?”, “무엇을 보이지 않게 했는가?”, “이 사진은 다른 사람의 경험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까지 확장된다.
예술은 개인의 창작에서 출발하지만, 그 의미와 가치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형성되고 논쟁된다.
결론적으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예술은 사회적 활동이다. 그러나 예술가는 사회의 요구에 복종할 의무가 없다. 오히려 사회적 관계 속에서도 자신의 미학적 판단을 유지하고, 때로는 기존의 사회적 감각과 질서에 저항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예술의 사회성과 자율성을 동시에 인정하는 관점이다.
[8] 주요 이론적 근거와 출처
다음은 본문의 논의를 뒷받침하는 대표 저작이다. 원문 전체를 직접 인용한 것이 아니라 각 저작의 핵심 논지를 사진예술에 적용하여 해석한 것이다.
1. 하워드 베커 — 『예술세계』(Art Worlds, 1982)
예술의 집합적 생산과 협력적 관계망을 분석한 저작이다.
(출처: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https://www.ucpress.edu/book/9780520256361/art-worlds-25th-anniversary-edition
2. 피에르 부르디외 — 『문화생산의 장』(The Field of Cultural Production, 1993)
예술적 가치와 권위가 형성되는 사회적 장의 구조를 분석한 저작이다.
(출처: Columbia University Press)
https://cup.columbia.edu/book/the-field-of-cultural-production/9780231082877/
3. 존 버거·장 모르 — 『또 다른 이야기 방식』(Another Way of Telling, 1982)
사진의 의미가 기억, 경험, 맥락, 다른 이미지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방식을 탐구한 저작이다.
(출처: Bloomsbury Publishing)
https://www.bloomsbury.com/
4. 아리엘라 아즈울레이 — 『사진의 시민적 계약』(The Civil Contract of Photography, 2008)
사진의 사회적 관계와 관람자의 윤리적 책임을 분석한 저작이다.
(출처: Zone Books)
https://www.zonebooks.org/books/6-the-civil-contract-of-photography
5. 니콜라 부리오 — 『관계미학』(Esthétique relationnelle, 1998)
인간의 만남과 상호작용을 작품의 중요한 형식으로 다루는 동시대 예술의 경향을 분석한 저작이다.
(출처: Les presses du réel)
https://www.lespressesdureel.com/
6. 클레어 비숍 — 「적대와 관계미학」(Antagonism and Relational Aesthetics, 2004)
참여와 관계를 미학적 가치로 판단하는 방식에 대한 비판이다.
(출처: MIT Press, October, 제110호, 51–79쪽)
https://doi.org/10.1162/0162287042379810
7. 테오도어 아도르노 — 『미학이론』(Aesthetic Theory, 1970)
예술의 자율성과 사회적 사실의 이중성을 다룬 저작이다.
(관련 연구: 곽영윤, 「자율성과 사회적 사실 — 아도르노 미학에서 예술과 사회의 관계」, 『사회와 철학』, 2024)
https://doi.org/10.22858/sp.2024..47.002
8. 자크 랑시에르 — 『감성의 분할』(Le Partage du sensible, 2000)
무엇이 보이고 들릴 수 있는지를 규정하는 감각적 질서와 예술의 관계를 설명한 저작이다.
(출처: La Fabrique éditions)
https://lafabrique.fr/
이 논의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구별은 예술의 사회적 존재 조건, 작품의 사회적 효과, 작품의 미학적 가치가 서로 다른 문제라는 사실이다.
이 세 가지를 구분해야 예술의 사회성을 인정하면서도 작가의 자유와 작품의 독립적인 미학적 가치를 온전히 논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