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캥거루 자식에 노후 파산 할라'2024.2.22일 자 조선일보 기사의 제목이 섬뜩하다.
남의 얘기라고만 넘길 수 없는 것은우리 앞에 닥친(닥칠) 현실이고 문제가 될 수도 있기에 그런 것이다.
캥거루족은 '자녀가 결혼이나 독립을 미루고 부모와 동거할 때' '성인이 되어 어느 정도 나이가 차 경제적으로 독립해 나갈 때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캥거루처럼 부모나 사회생활을 하는 형제자매의 경제능력에만 의지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그리 긍정적이거나 유쾌한 의미로 쓰이는 말이 아니다.캥거루족이 되고 싶어서 된 것은 아니겠지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오늘 아들과의 소통 주제는 '캥거루와 부모의 노후'에 대한 얘기다.
"아들은 캥거루족이 뭔지 알지?"
"알~지~."
"우리나라에 3-40대 캥거루족이 65만 명이라네.
부모도 은퇴해야 할 나이인데 캥거루족들 때문에 노후준비도 못하고 힘들다고 신문 기사에 났네.
앞으로도 큰 문제가 될 것 같아. 우리나라가 노후준비가 안된 것으로는 세계 1위라는데.. 참 걱정스럽네."
아들의 생각이 궁금하다.자식의 입장이라 캥거루족이 이해된다는 것일까? 그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일까?
후자의 생각을 갖고 있기를 내심 바라며30살까지는 꼭 독립해야 한다고 슬그머니 얘기를 던져본다.
취업준비생 아들에게 혹시라도 부담을 주는 말이 될까 싶어 살짝 눈치(?)를 보면서..
캥거루를 품고 사는 부모가 많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50대 이후 은퇴를 했거나 은퇴가 코 앞에 닥친 부모라면 비슷한 고민을 할 것 같다.
내 노후도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는데, 아직도 뒷바라지해줘야 할 자식을 품고 산다는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경제적으로나 마음적으로.
60대의 지인은 취업을 한 딸이 곁에 붙어살고 있어서 걱정과 고민이라고 했다.
서른 중반이라는데 결혼할 생각은 없고 독립해서 나가 살라고 해도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생활비를 한 푼 내지 않는다고 했다.빨래부터 방 청소, 식사까지 온전히 지인의 몫이고더
큰 걱정은 딸이 월급으로는 명품사고 피부케어받고 여행 가고 맛집 가고 하고 싶은 것 하느라 모아 둔 돈이 없다는 것이다.
그녀의 한숨과 걱정은 딸이 독립해야만 멈출 것 같다.
취업 준비 중인 갓 서른 넘은 조카가 있다.
직장생활을 3년쯤 하다가 퇴사를 한 후에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이 되었다. 그런데 그 시간이 너무 길어졌다.
나이는 먹어가고... 직장 다닐 때 모아둔 돈은 바닥난 지 오래다.
환갑이 지난 오빠가 자영업을 하는 덕분에 뒷바라지를 하고는 있지만 그마저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숙식은 집에서 해결하지만 용돈과 시험준비에 필요한 비용 등은 오빠 카드(아빠의 신용카드)를 쓴다고 한다.
카드를 쓸 때마다 사용내역이 오빠에게 알람으로 가니 서로가 불편한 점도 있을 것 같다.
눈치를 주기도 하고 눈치를 보기도 하는.어디든 취업을 하면 좋을 텐데
언제나 기쁜 소식을 들을 수 있을지 온 가족이 조카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우리 집에도 캥거루가 있다. 지난해 대학교를 졸업한 큰 아들이다.
전문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던 큰 아들이 시험을 포기하고 취업을 하겠다고 했다.만만하게(?) 딸 수 있는 자격증도 아니고..
몇 년을 올인해도 합격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아들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
생각이 깊은 아들이니 믿고 응원하는 것이 최선이다.
아들이 취업하고 독립할 때까지는 뒷바라지에 올인이다. 밥 챙겨주고 빨래, 청소.. 그 정도는 해줘야지.
혹여라도 취업스트레스받을까 봐 간간히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도 전하면서.
얼마 전, 아들의 시험일정이 궁금했던 친정엄마가 전화를 하셨다.
"OO이 시험 언제 보노? 이번 달 아이가"
"OO이 시험 안 보고.. 취업한다네요. 그렇게 하라고 했어. 그 시험이 어렵고 합격한다는 장담도 못하고..
지(아들)가 잘 생각해서 결정했겠지. 걱정하지 마셔요."
"잘했다. OO이(공시생 조카)는 얼마 전 시험 봤다는데 결과가 신통치 않은 모양이다.
별 말이 없는 거 보니.. 물어보지도 못하겠고.. 언제 될지도 모를 시험에 목메고 몇 년을 저러고 있으니 내 속이 상한다.
즈그 부모(오빠네)들은 얼마나 속이 탈 끼고.. 지(조카)도 그렇고... OO이(울 아들)는 잘했다. 어디든 직장 잡으면 되는 거지."
엄마도 조카가 시험 준비한다고 저러고 있는 것이 걱정도 되고 그만뒀으면 싶은 생각을 하시는 것 같다.
내색하면 오빠네가 서운할까 싶어서 겉으로 표현을 못하시지만.
언젠가 엄마가 그랬다.
"내 자식 힘든 게 나는 더 마음이 아프다. 너는 니 자식 힘든 게 마음 아프겠지만..."
부모 마음이 그런 것이다.캥거루를 데리고 있는(있어야) 하는 부모마음도 마찬가지다.
혹여라도 내 자식 마음 다칠까 봐 매정하게 내치지도 못하고 속앓이만 하는.(자식들은 그 마음을 알까?
자식들도 부모 눈치는 보겠지?)
혹자는 '성인이 된 자식은 독립을 시키고 남처럼 대해야 한다'라고 했다.
머리로는 백번 수긍이 되는 말이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받아들였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부모 중에 그렇게 할 수 있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
다만, 캥거루족이 부모의 노후까지 불안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부모와 자식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선택해야 한다.
최고의 효도는 '적절한 시기에 자녀가 독립을 하는 것'
노후 대책 1순위는 '자녀의 경제적 독립'
이 시대가 요구하는 최고의 효도, 그 효도 나도 받고 싶다.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