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사이유 궁
▶ 2012년 8월 4일(토), 맑음
- 베르사이유
오늘은 이번 유럽여행의 대단원 격인 베르사이유 궁을 간다. 반드시 가야 하는, 숙제하는 기분
이다. 숙소에서 가까운 몽트뢸유(Porte du Montreuil) 역에서 지하철 타고 알마(Alma) 다리 역에
서 베르사이유 가는 교외선 열차(RER)로 갈아타는 것이 가장 쉽고 빠르다.
알마 다리 앞 지하차도 위에는 ‘자유의 횃불’ 상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프랑스 광복을 위해
활약한 레지스탕스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 그런데 지금은 이 지하차도에서 파파라치의
추적을 피하려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영국 찰스 왕세자비였던) 다이애나의 추모비 역할도 겸하
고 있다. 그녀의 색 바랜 사진과 헌화한 시든 장미 몇 송이가 놓여 있다.
베르사이유 가는 열차는 2층 열차다. 조망이 좋을까 2층으로 올라간다. 베르사이유까지 25분
걸린다. 역사 나와 사람들 행렬 따라 간다. 루이 14세 기마상을 지나 너른 광장. 여태 보지 못한
진경(珍景)이 펼쳐진다. 길게 늘어선 사람 줄이다. 우리도 아침 일찍부터 서둔다고 서둘렀는데
베르사이유 궁에 입장하려는 사람들의 줄이 족히 1㎞는 넘게 늘어섰다. 진작 예매한 표로 입장
하려는 데도 그렇다.
우리나라 말로 된 오디오가 마련되어 있다. 화장실 표시문구로 한글을 포함하여 12개국 언어를
병기하였으니 우리도 그 축에 낀 것이다. 하기야 주경철의 『대항해시대』에 의하면 세계 인구
가 사용하는 현존의 문자를 사용인구가 많은 순서대로 나열하면 한글은 12위를 차지한다(중국
어는 만다린어와 광동어를 서로 다른 언어로 본다).
오디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열심히 듣는다. 귀가 더없이 시원하다. 듣다보니 그 내용은 새삼스
러울 것이 없다. 대부분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다. 그런데 보는 게 보는 것이 아니고 걷는 게 걷
는 것이 아니다. 도리 없이 인파에 떼밀려 간다. 옴죽 달싹할 수 없다. 그렇게 방방곳곳을 거치
다가 별로 인기 없는 역사박물관에 가서야 흩어진다.
1. 알마 다리 앞 지하차도 위에는 ‘자유의 횃불’ 다이애나 비의 추모비 역할도 겸하고 있다
2. 베르사이유 궁전 앞 루이 14세 기마상
3. 베르사이유 궁에 입장하려고 늘어선 관광객들, 맨 왼쪽이 입구다
4. 베르사이유 궁
5. 베르사이유 궁에서
6. 베르사이유 궁
7. 베르사이유 궁 천정화
8. 베르사이유 궁에서
9. 베르사이유 궁 거울의 방
10. 베르사이유 궁에서
11. 베르사이유 궁 왕비의 침실 벽
12. 베르사이유 궁에서
13. 나폴레옹 대관식
14. 베르사이유 역사박물관의 전투장면 그림
15. 베르사이유 궁에서
16. 베르사이유 궁에서
17. 베르사이유 궁에서
18. 베르사이유 궁에서
정원으로 나간다. 분수 쇼가 시시하다. 프랑스 전통적인 기하학적 도형의 화단은 활짝 핀 꽃까
지 색, 크기 등 일정한 규격과 틀을 강요한다. 지나는 사람들의 걸음걸이도 어딘가 모르게 절도
가 있는 것 같다.
대운하(Grand Canal)를 지나 ╋자 운하 만나는 데서 오른쪽으로 돌아 트리아농(Trianon)으로 간
다. 트리아농은 베르사유 궁전 정원의 북쪽에 있는 작은 궁전으로 루이 14세가 지은 그랑 트리
아농(Grand Trianon)과 루이 15세가 지은 프티 트리아농(Petit Trianon)의 두 이궁(離宮)이 있다.
외관과는 달리 수수하다. 오히려 주변의 나무숲이 볼만하다.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궁전의 숲
이라고 고급 수종인 것은 아니다. 흔한 나무를 오래오래 잘 가꾸었다. 주요 수종은 플라타너스
와 칠엽수다. 소나무이면 아주 고급이다.
정원 걷기가 힘들다. 정원이 어지간해야지 지평선으로 보이니 기진맥진 직전이다. 스퍼트 낸
다. 궁에 딸린 촌락(Le Village du Hameau)을 간다. 비운(?)의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가 즐겨
찾았다는 마을이다. 건축가인 리사 미크 (Richard Mique, 1728~1794)의 1783년부터 1788년에
걸친 작품이라고 한다. 걸작이다.
너른 풀밭, 고목, 연못, 수련, 부들, 오리, 잉어, 개울, 무지개다리, 아담한 초가, 담쟁이덩굴, 굴
뚝, 텃밭, 화단, 코스모스, 싸리울, 낡은 계단, 2층 테라스, 집들을 이어주는 숲길 소로, 약간 떨
어진 농장, 게으른 소 …. 여기가 바로 유토피아다.
프티 트리아농(Petit Trianon)으로 돌아가서 꼬마기차를 탄다. 꼬마기차는 박석 깔린 대로를 달
그락대며 간다. 베르사이유 본궁 뒤쪽 정원 앞이 종점이다.
오후 3시 30분이다. 광장은 궁에 입장하려는 사람들의 줄이 아직까지 길게 늘어섰다. 줄 선 저
들을 보니 저들의 앞날이 아득하거니와 내 힘이 솟는다.
19. 베르사이유 궁 정원
20. 베르사이유 궁 정원
21. 베르사이유 궁 대운하 앞
22. 베르사이유 그랑 트리아농에서
23. 베르사이유 그랑 트리아농
24. 베르사이유 그랑 트리아농 정원
25. 베르사이유 프티 트리아농
26. 베르사이유 촌락, 건축가인 리사 미크 (Richard Mique, 1728~1794)의 1783년부터 1788년에
걸친 작품이다
27. 베르사이유 촌락의 소나무
28. 베르사이유 촌락
29. 베르사이유 촌락
30. 베르사이유 촌락
31. 베르사이유 촌락
32. 베르사이유 촌락 초가집
33. 베르사이유 촌락 농장
34. 베르사이유 촌락
35. 베르사이유 촌락 주변 숲
36. 베르사이유 촌락 주변 숲, 플라타너스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