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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만든 ‘지리산학교’가 어느새 5년차를 맞았다. 그동안 지리산학교는 분화 발전해 하동·구례·남원의 각 지역학교를 비롯해 ‘지리산학교&지리산행복학교’(http://cafe.daum.net/jirisanartschool) 네 개의 각기 다른 모습의 학교로 거듭났다. 그리고 지리산학교를 벤치마킹한 한라산학교 등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모습의 학교들이 만들어지고 있으니 참으로 감동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리산학교를 모태로 한 파급효과가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독립적인 형태로 싹을 틔우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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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지리산행복학교 입학식 및 전체 수업이 지난 2월 23일 1박2일 동안 모암유기농차마을에서 1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2 지리산학교의 아웃도어반의 수업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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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이 오고 섬진강 매화와 지리산 산수유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하니 봄날의 여행자들도 지리산행복학교로 몰려든다. 전국 곳곳에서 상춘객들이 몰려와 화개장터가 시끌벅적하다. 조만간 화개동천(花開洞天)의 쌍계사 벚꽃 십리길이 환하게 열리고, 하동에서 구례까지 섬진강변 19번국도와 861번 지방도가 ‘천상의 꽃살문’을 활짝 열어놓을 것이다.
언젠가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너무 많이 맡은 꽃향기가 뇌 속까지 들어와 생각들이 온통 꽃무늬로 어른거리고, 내가 그대인지 그대가 나인지 너무 많이 본 꽃들이 몸속에까지 들어와 동맥과 정맥 속에 흐르고 있다-.’ 봄날은 이렇게 가만히 앉아 있어도 온갖 향기가 코끝을 간질이니 몸과 마음이 자꾸 달뜨게 되는 것이다.
문득 언젠가 보았던 <벽암록>의 ‘장사화상이 봄기운을 느끼다’(長沙春意)가 뇌리를 스쳐 얼른 일어나 다시 찾아보았다.
“화상께서는 어디를 다녀오십니까?”
“산에 좀 갔다 오는 길이네.”
“어디까지 다녀오시는 길입니까?”
“처음에는 향기로운 풀을 따라갔다가 지는 꽃을 따라 돌아왔네.”
이렇듯 3월 16일에는 하동군 화개면 덕은리 중기마을 ‘선녀와 나무꾼’ 신도웅·박경애씨의 집에서 지리산학교&지리산행복학교의 반별 수업이 이뤄졌다. 내가 담당한 1박2일간의 시문학반 수업이 열리고, 일요일 오전에는 거제도에 사는 김종숙 선생의 커피반 수업과 김인호 시인의 야생화 사진반 출사가 이어졌다. 서울에서 온 시문학반 반장 ‘콩이맘’ 이윤정씨는 직접 만든 와인과 요리를 준비해 오고, 요리반 선생이자 야생화반 반장인 ‘이슬비’ 장숙남씨(일자르디노펜션)는 ‘비어캔 치킨’을 만들어 가져오고, 화개장터의 미향식당을 운영하는 ‘지리산대장’ 김선주씨는 동동주를 만들어왔다. 지리산 주민과 전국 곳곳에서 온 남녀노소들이 모여 봄밤에 매화꽃잎을 띄운 술잔을 기울이며 자신이 직접 써온 시를 낭송하고, 매화향기 은은한 정원에서 커피향에 심취하는가 하면, 카메라를 들고 얼레지꽃과 청노루귀꽃 등 깊은 산속의 야생화들에게 무릎을 꿇고 안부를 묻는 등의 행복한 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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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 야생화 사진반이 깊은 산속에서 노루귀꽃 앞에 엎드려 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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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 명 학생·선생 어울려 입학식
이미 지난 2월 23일 꽃이 채 피기 전에도 화개면 ‘모암 유기농 차마을’에 모였었다. 입학식 및 전체수업 때 1박2일 동안 100여 명의 학생과 선생들이 어울려 모두들 들뜬 봄바람이 되었다. 지리산 녹차를 대중화한 ‘조태연·김복순가의 딸’ 조연옥 선생(산녹차·찻집 풍경소리)의 녹차반, 이상주 선생(힐링클럽 일자르디노펜션)의 아웃도어반, 김종숙 선생의 커피반, 내가 맡은 시문학반, 강상곤 선생(산청 지리산장)의 기타반 등의 수업과 사진작가의 강의, 아이들을 위한 영화상영을 비롯해 철야의 술판까지 벌어졌다. 전국 곳곳에서 각자의 음식들을 가져와 서로 나눠먹는 음식요리 대전, 일명 ‘냉장고 비우기’는 언제나 각양각색의 요리로 대성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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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지리산학교 시문학반 수업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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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와 술안주로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먹고도 남을 정도였다. 특히 ‘회천사’로 불리는 여수의 김현대씨, 삼천포의 최영민씨의 바통을 이어받아 하동군 금남면 노량리의 이철수씨가 직접 배를 몰고 나가 낚시로 잡아온 감성돔·숭어 등의 회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한때 바다낚시 가이드였던 이철수씨는 지리산에 올 때마다 직접 잡은 물고기를 가져왔다. 대전의 ‘설산’ 김영기씨가 올 때마다 공주의 알밤막걸리를 가져오듯이 누구는 촌두부를 가져오고, 또 누구는 직접 담은 매실주를 가져오고, 막걸리와 김치를 가져오는 등 언제나 그렇듯 모두들 빈손으로 오지 않고 뭔가를 들고 오니 재능 나눔과 더불어 각 지역의 먹거리까지 나누는 봄소풍이자 한바탕 잔치마당이 되는 것이다.
이렇듯 지리산학교는 해를 거듭할수록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실험 중이기도 하다. 지난 5년 동안의 성과에 비해 실로 엄청난 주목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다소 부끄럽고 낯간지러운 점도 없지 않다. 2009년 어느 봄날 나와 사진작가 이창수, 시인 박남준씨가 모여 차를 마시다 문득 제안하고 합의한 것이 큰 사고(?)를 친 것이다. 사실은 나의 아내이자 지리산학교 교무처장인 ‘고(高)알피엠 여사’ 신희지씨가 ‘사진집단 일우’를 이끄는 부산의 김홍희 사진가에게 사진을 배우러 다니기 시작한 것이 학교 탄생의 단초가 됐다.
“부산까지 가서 사진을 배운다고? 여기 지리산에는 예술가가 없나? 이제 때가 온 것 같다. 바로 지금 여기 이곳이 세상의 중심이니 문화의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가 되자. 혼자서만 잘난 척하지 말고, 우리도 재능기부의 예술대학 하나 만들자. 그것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그러면 어떻게 학생들을 모집할 것인가? 대답은 명쾌했다.
“일단 강사들이 전시회를 하자. 하동 야생차 축제에 각자의 작품을 내보이고 ‘이런 것 가르쳐 드립니다’ 홍보를 하자. 한 명이든 두 명이든 일단 시작하자.”
소박하게 시작했지만 결과는 대성황이었다. 모두들 목말라 있었던 것이다. 마당에 멍석을 깔았을 뿐인데 잔치가 벌어진 것이다. 곧바로 면사무소 2층 강당을 빌려 입학식을 치렀다. 시문학반·사진반·도자기반·기타연주반·그림반·숲길걷기반·목공예반·천연염색반·퀼트반 등 70여 명의 학생들이 등록했다. 16세에서 60대 중반까지, 농부에서 면서기며 농협조합장까지 지리산 현주민과 바깥주민의 황금 비율로 학생회가 만들어졌다.
첫댓글 우리들 얘기라서 그런지 많이 와 닿네요...
그나저나 저 책을 빨리 사서 가보로 간직해야 되겠습니다.
책에 이름을 올리는 일이 그리 쉬운 감요...ㅎㅎㅎ
좋겠슈....
어쨌든 요한나님 고마워요.이곳엔 중앙일보 보기가 쉽찮아 일부러 찿아보기도 어려워요.
평소 친한신문도 아니고 그래도 요한나님 공지덕에 일부러라도 찿아보네요.
이건 월간 산 4월호랍니다.
서점에 가면 살 수 있어요.
다같이 예스24 가서 사셔도...ㅋㅋ
굠샘~ 전에 말씀드린 책구입은 ?각 자 구입할까요?
아하!
방금 전화하니 박부장님이 지금 출장중인데
내일 잡지사 들어가서 몇프로 할인 할 수 있는지 알아본데요.
예스24는 10%할인이네요.^^
낼 알려 드릴께요!
저는 이미 샀습니다...
예스24에서...오늘 도착했는데....
이슬비 왈 투비가 젤루 마이 언급되었다고....로비가 있었냐고???....ㅋㅋㅋ
오늘처음 가입한 새내기입니다.낯익은 이원규 시인님의 이름이 우선은 반갑구요. 이글을 통해서 학교의 개요랄까요 쬐금은 어렴풋이 익혀지네요. 감사합니다.
먼발치에서 저도 많이 그리워 했었는데 많은 각고를 치르셨군요.
아프지 않고 자라는 아이없고
흔들리지 않고 피는꽃 어디 있더냐 하잖아요.
아픈대로 흔들리는대로 살아지는 거겠지요.
새내기가 넘 주제넘게 길어지네요.
오늘 이글에 많이 감사 드립니다.
애쓰시는 모든분들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드립니다.
제대로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6월 22일에 꼭 오세요!
그동안 사람들이 지리산학교가 어디에 있느냐 물으면 제일 난감했어요.
울 학교의 본래 설립취지는 열린 학교였기 때문이지요.
공간을 두면 관리를 해야하고 그러려면 인력과 돈이 필요하지요.
지역학교의 경우는 필요에따라 지역에 있는 학우들끼리 모임 공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학교는 공간을 두지 않으므로 기득권도 없게 되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기존의 공간을 활용해 쓰면 되니 비용이나 내용에서 매우 자유로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일일이 말하기가 번거로웠는데 이글로 대신 갈음할 수 있어 참 다행입니다.
처음 학교를 오시는 분들을 위하여 전체공지합니다.^
어제 월간 <산>에 들어갔다 이 기사가 메인에 올라와 있어 얼마나 반갑던지.
저도 지리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뿌듯한 마음도 들었구요.
올해는 집에 일이 좀 있어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작년에는 나름(?) 활동했거든요.
사심없는 열정으로 ~ 봉사하고 수고하는 분들이 있어 많이 행복한 학교입니다.
모든분들께 감사 ....^^
이런 곳의 정취가 너무 아름답고 부럽습니다....저에게도 기회가 오겠죠?
그럼요. 언제든 오십시오!
이원규 시인님을 월간 <산>을 통해 알게 되었고, 이원규 시인님의 월간 <산>의 연재 글을 은근히 기다리는 애독자가 되었답니다. 그리고 지리산 학교 카페에 들어와 오늘 야생화 사진반의 사진을 봤는데 정말 눈요기 실컷 했습니다. 이원규 시인님, 그리고 지리산학교를 만들어 가시는 분 모두에게 저에게 행복감을 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여기에 올려봅니다.
저희도 감사합니다.
이제 우리는 식구가 되었으니 6월 22일에 만나 서로 다시한번 더 화합하면서 함께 해요!
지리산이 좋아 한때는 지리산 오지마을을 돌아다닌적도 있었습니다. 공지영님의 지리산행복학교 책을 구입해 보면서 이원규시인님, 여기에 나온신 분들의 이름이 낮설지 않네요. 마음은 언제나 가고싶은 곳...... 혼자이다보니 행동으로 안되네요. 옆에 같이갈 동무가 있으면 쉽게 다가가 갈수 있을 것같은데 ...........
우리 학교는 절말로 혼자와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랍니다.
제 말 믿고 한번 와보세요. 아니면 누구라도 같이 가자고 하셔서 오세요!
6월 22일 오셔서 십년지기 만드시기를!!!
보기 좋습니다
쌤 오늘 공연장에서 뵈니 더 반가웠어요.
그리고 격려 너무 고맙습니다.^^
6월22일 형태와그녀들 기대 만발입니다.^^
5월호가 궁금해 월간 <산>에 들어갔더니
이 기사가 4월호 기사 중 가장 인기가 있다네요.
가고싶다. 6.6~6.8까지 지리산 초행이라 안내부탁드려요.
올려주신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궁금한것도 쬐금은 풀렸고요 가끔 중앙일보에서 이원규 시인님의 글을 접하기도하고 공지영님의 지리산 행복학교 책도 읽어보고...낮설지 않은 느낌...우리들 가까이 이런 좋은 문화를 공유할수 있다는게 행복입니다 학교운영진님들과 교무처장님께 이른 행복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