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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암반체험+자연학습장 = 인왕산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2006-02-04/짝재기양말
40년 넘게 서울에 터 잡고 살면서
지척에 보이는 인왕산을 오늘에야 비로소 올라봤다.
엄청나게 거대한 화강암덩어리 바위산..
높이는 해발 338m, 남산이 262m니 팔각정보다 76m 높다.
키가 고작 76m 크다고 하나 넉넉하니 담고있는 산의 풍치는 그 자태가 빼어나다.
장대한 화강암의 암벽들 반석 위에 기묘한 화강암의 바위들이..
인왕산을 아직도 그 잘난 한자로 仁旺山(인왕산)이라 쓰는 얼뜨기가 있다.
조선 세종이 지어준 이름은 그냥 仁王山(인왕산)이다.
일제 때 日王(일왕)에게 충성할 양이 엿보이는 '인일+왕산'이란 한자 장난으로..
그냥 대차게 日皇(일황)이라 하지.. 간신 밑 닦기 개수작이다.
올라보니 언뜻 '인왕산호랑이'란 말이 떠오른다.
인왕산을 모르면 호랑이가 아니라고..
경복궁이 한눈 안에 들어오는 그 옛날 조선 때는 호랑이 땜에 혼이 났다고..
지형지세를 보니 호랑이는 인왕산을 출몰루트로 삼았을 터.
해 떨어지면 닭이나 돼지들 야들야들한 먹이들 찾아 한양한복판을 어슬렁거렸을 터다.
산에 있는 먹이는 날쌔니 잡기 힘들고 충분치 않은데다 질기니..
100년 전만 해도 호랑이가 어슬렁거렸다는 산!
작금의 '인왕산호랑이'는 조선시절 멸종됐고 대신 '인왕산까마귀'가 산다.
까치 + 흉조 * 까마귀 + 익조 = 거꾸로 된 풍속도 좆선.
닭 만한 덩치 야생까마귀들 날고 노는걸 잠시 감상한다.
하얀 백의민족은 까만 까마귀가 가까이하기 싫은 흉조로 여겨서 미워했다.
진짜 흉조는 이기적인 까치인데 거꾸로 본 무식한 민족이다.
검을 烏자 들어가는 烏合之卒(오합지졸), 烏飛梨落(오비이락)은 결코 그럴 듯한 뜻은 아니다.
21세기를 맞아 여물어가도 길조니 흉조 나누는 작태는 여전할 터다.
인왕산 가면 무던히 볼 것 같은 꼴이 없어 좋았다.
사직단이라 남산팔각정에서 옮긴 국사당에 당근(*)성전까지 판치는 무속들..
가만 보니 그 꼴들 있는 곳을 피해 길 잡아 돌아다닌 것~
무속이 무슨 국가적 풍속처럼 설쳐대니 국가적 차원에서 단속한 꼴이다.
계룡산처럼 무속천지를 꿈꾼 무당들 무장해제 한 분위기..
가볍게 올라 338.2m 꼭지점에 걸터앉아 마냥 기분 좋은 = 나.
인왕산은 무장공비 김신조 일당이 침투루트 삼아 넘어온
1968년 1.21사태이후 전면입산금지이후 1993년 3월, 25년 만에 전면 오픈한 산이다.
지금도 공휴일 다음날과 주말 다음날은 올라가는걸 통제한단다.
그런 전과를 갖고있는 산이라 그런지 산 전체 곳곳은
쇠말뚝에 철망이 둘러쳐져 있는데 어떤 곳은 아직도 '비무장지대철책선' 같다.
산꼭대기 서남쪽 아래 평평한 봉우리는 군부대가 주둔중이다.
능선 따라 오르락내리락 관측요점취약지역엔 어김없이 안전요원 2인조 보초를 복초로 선다.
지나가다 눈이 마주치면 꼬박꼬박 인사를 하기에 답례를 해주는데..
세상 참 좋아져서 서울시내 지척에서 굽어보며 신선처럼 복무하다니..
내가 치러낸 군대생활과 비교하면 여긴 양반한량이다.
인왕산 특징은 이쁜이 젊은 아가씨 홀로 돌아다닌다 해도
치한들 향한 치안이 이처럼 철통 같으니 맘 턱 놓고서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장난꾸러기 산행이나 음주가무 꼴값으로 까불면 혼날 수도 있다.
북악산을 북쪽으로 안보고 이리 서쪽에서 내려보니 자태가 참 특징 없이 밋밋하다.
사진처럼 청와대 직속 병풍인 '대통령산' 북악산도
38년이란 세월을 끝으로 내년 4월부터 10월까지 단계적으로 개방한단다.
청와대 배후란 처지에서 인간사랑도 못 받은 불쌍한 산..
그럴듯한 이름으로 잽싸게들 인간명찰 달고있는 인왕산 암벽에 바위들..
본격 산행시작 오르막에서 뒤돌아보는 서울시내풍경이란..
아침시간, 영하10도, 햇빛은 쨍쨍, 이런 조건에서 빌딩마다 허연 입김을 날려댄다.
큼직한 높이와 용적을 가진 빌딩이면 어김없이 무슨 호흡하듯..
지나가다 잠시 치마끈 같은 바위 턱에 앉아 시내를 조망해본다.
'치마바위'라는 이름처럼 여인의 풍성한 치마폭처럼 주름져 길게 벼랑 아래로 내리쳐있고,
청와대 경복궁 광화문 종로 통까지 서울의 핵심부가 한눈에 들어온다.
오늘도 크고 작은 나라일 갖고 미주알고주알 신경들 틀겠지~
도대체 이 엄청난 암반은 그 뿌리가 어디까지 뻗친 거야? 대략, 지하 10km 정도~
63빌딩에 붙은 껌 딱지만도 못되는 하염없이 작은 내가 느껴진다.
광화문 저기서 또 다른 내가 인왕산 암반 끝에 앉아있는 날 쳐다보면 보일까?
이 산은 물론 서울을 둘러싼 모든 산과 한국에
솟아난 모든 산을 만들어내는데 주요 소재가 된 화강암을 생각해본다.
땅속 깊은 곳에서 천천히 식은 마그마가 화강암이요.
화산분출 때 마그마가 지표면으로 터져 나와 느닷없이 식은 용암 국물이 현무암이다.
화강암 현무암은 천천히와 갑자기의 차이로 비슷한 친척 혈통.
마그마의 시체더미가 솟아올라와 풍화침식에 깎여 땅위에 드러난 것이 화강암반인 것.
한반도의 화강암 대부분은 1억 6000~1억8000만년의 나이를 갖고 있다.
인왕산 또한 그러하니 그 엄청난 나이를 먹으면서
얼마나 닳고 깎여 흙이 됐고 지금에 이르는지 가늠해 볼수록 놀라움이다.
발 밑에 굵은 흙 알갱이는 화강암 시체들 가루군락이다.
風化(풍화)와 浸蝕(침식)이란 물리적 화학적 작용에 의해서..
바람과 빗물과 눈발과 얼음이, 열기와 냉기로.. 온도와 습도로.. 전환하며.. 순환하며..
그뿐이랴~ 식생풍화침식이란 이름에 소나무뿌리들도 한몫 거든다.
식물 몸체를 이루는 목질 섬유소인 cellulose(셀룰로오스)는
이처럼 물먹고 잔뿌리를 키워 바위를 헤집고 쑤셔대며 결국엔 쪼개어 박살을 낸다.
꼼짝 않는 듯한 자연은 이처럼 오묘한 섭리를 천천히 연출한다.
인왕산은 유별나게 거대한 암반 바위틈에 자리잡은 '꼬불꼬불 줄기 소나무'가 많다.
혹독한 자연환경에서도 유구한 세월의 풍상을 끈덕지게 견뎌내며..
이건 인터넷으로 이미 봤던 바윈데 직접 보니 한결 더 반갑다.
기분 좋게 기념한다며 내 존재를 함께 넣어봤다.
벌레 먹은 듯한.. 벌집 같은 이런 바위를 Tafoni(타포니/風化穴/풍화혈)라 한다.
바닷가 암벽은 더 많은데 그건 소금기 바람 염분이
만들어낸 것으로 Salt Weathering(솔트웨더링/鹽風化/염풍화)이라 한다.
사진처럼 무슨 추상조각작품 같은 멋진 꼴로도 빚어낸다.
'바위찬장' 같은.. 서랍장 용도로 써먹어도 될 원시적 자연조각이다.
Tafoni는 '바위구멍'이고, Tor(토르)는 바위성분에 잡스런 것들
풍화침식으로 다 닳아서 날아가고 없어진 뒤 고스란히 남은 본디 '알맹이바위'를 말한다.
Joint(節理/절리)는 바위 갈라지는 틈새고 주상절리는 이들 군락이고..
또 한참을 가니 '기차바위'라 일컫는 내리막 계단이 나 있다.
오르막길에도 이와 비슷한 돌계단이 있었는데..
밋밋한 바위를 정으로 쪼아서 만든 계단으로 수공의 정성이란~
기차바위는 한참 내려와서 올려봐야 왜 기찬지 알게된다.
거대한 암반 위에 얹혀진 듯 기관차에 달린 객차처럼 긴 꼴의 수평 '판상절리'인 것.
꼭대기에서 내려올 때 패인 계단에서는 왜 기차바윈지 모른다.
인왕산은 다시 가고 또 여러 번 가볼 만한 '지질암반체험+자연학습장'이다.
혼자서 넉넉하게 시간 잡아서 차분하게 집중력+관찰력으로..
바람은 모든 걸 옮기면서,
맞서는 모든 걸 부셔버리고 버티는 모든 걸 가루로 만든다!
http://www.otr.co.kr/column_board/index.htm?lsid=13
첫댓글 우와~ 날씨가 무척 좋았던 것 같네요.. 맨 아래 사진은 바람이 실감나 보이고요..
좋은 날씨라~~ 광화문 빌딩 그늘 아침 날씨는 영하 20도로 체감을 따지든데.. 인왕산 바람의 온도는 냉동강도임당~ 야멸찬 시베리아아아아아아~~~~~~~
무지 춥다는 기상예보에 꼼짝할 생각도 못했는데 -.-;; 바위에 앉아 화~알짝 웃는 입과 손가락 모양이 멋지시네요..
태양열 기분, 태양열 미소, 봄 기운 팔팔 날리는 자태, 양지 바름에 감사해야..
외모가 튀는 듯 해보이나 산위에서는 자연과 잘 조화되어 인왕산의 일부분 같네요.. ㅋㅋ 특히 벌집같은 바위, 풍화혈 앞에 선 모습이요~
윽.. 그런 심도있는 봉우리 개념까지.. 풍화혈 앞에서 풍각쟁이 기타치며 노래 부르면 어떨까요~ 두바퀴로 가는 자동차를 불렀다면.. 잡혀가겠죠? 청와대 근처 경비구역이니..
형님 인왕산 호랑이 닮으셨어요.
호랑이는 무슨.. 고양이도 아닌데.. 일/비는 요새 뭐해?
근데...세상에나 그 신발을 신고 올라갔어요? 벗겨지고 미끄러지지 않았을까나? 대단해요^.~
강사랑님이 어찌 내 발싸개 털고무신을.. 고무신이 등산화보다 훨씬 우수합니다. 가볍고, 지면에 쩍쩍 잘 달라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