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으로 통하는 우리집 현관문은 항상 열려있다.
딱히 다른 이유는 없다.
예전 한옥 때도 우리집 대문은 다른 집처럼 늘 열려있었다.
덕분에 마당의 신선한 공기가 집에 무시로 드나들고,
더불어 동물 가족들도 편하게 들락날락할 수 있었다.
찡이와 대장이는 그 열린 문으로 마음대로 마당을 오가고는 했는데
그곳으로 길냥이들도 자유롭게 집 구경을 하러 드나든다.
집에 들어와서 한참을 놀고가는 성격 느긋한 녀석들도 있고,
소심해서 2층은 구경도 못하고 1층에서만 빙빙 돌다가 나가는 녀석들도 있다.
간혹 길냥이들이 들어온줄 모르고 현관문을 닫았다가
미처 못나간 녀석들이 온집안을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장판을 만들 때도 종종 있다.
우리가 지들을 어찌하는 것도 아니고
눈이 축구공만해져서 거실 물건들을 다 쓰러뜨리며 날뛰는 모습을 보면서 가족들은 껄껄 웃는다.
얼마나 놀랐는지 다시 현관문을 열어줘도 제대로 찾지도 못한다...ㅎㅎ
그런데 기온이 영하를 오르락내리는 계절이 오니 이제 찡이네집도 현관문을 닫아야 한다.
추운 날씨에 아이들을 마당에 두고 현관문을 닫을 때면 얼마나 마음 아린지.
엄마는 늘 미안하다고 한다.
길냥 아이들과 알콩달콩하는 생활도 몇 개월은 휴업이구나.
지난 봄쯤, 이웃이 선물을 보내주셨다.
우편물이 거실에 있는데 당시 뭐가 그리 바빴는지 나는 그게 뭔지도 모르고 그저 스쳐지나 다녔다.
그저 대장님이 왠 박스 위에서 내려올줄을 몰라 의아해했을뿐.
"대장 그 안에 무슨 보물이라도 숨겨 놨어?"
며칠이 지나 내게 온 우편물이란 걸 알았고 열어보니
그 안에 찡이와 대장이 선물이 잔뜩이었다.
대장님이 자기 선물인 것을 귀신같이 알았던 것이다.
특히 대장이 환장한 건 캣닙이 빵빵하게 든 쥐 인형이었다.
일을 하다가 뒤를 돌아보면 대장님이 인형 쥐를 물고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황홀경에 빠져계셨다.
ㅋㅋ 그리 좋으냐?
또 부스럭부스럭,
"또 너냐?"
하고 돌아보니 이번엔 언제 들어왔는지 민호다.
욕심많은 민호는 쥐님을 두 개나 물고 행복감에 젖어 있었다.
민호는 집에 들어와 2층 베란다에서 몇 시간 자고 가기도 하는 대범한 녀석이라 마음 편히 놀고 있었다.
"민호야, 편히 놀다 가~~~"
저렇게 얌전하게 놀 때 한번 쓰다듬어보고 싶은데.....5년 동안 민호를 봐왔지만 민호는 나에게 전혀 곁을 주지 않는다.
며칠 후에도 또 부스럭부스럭
"대장, 그 인형이 그리 좋아?"
하고 돌아보니 이번엔 강이다.
겁이 얼마나 많은지 집에 들어왔다가도 한번 휙 둘러보고는 5초면 사라지는 강이건만 캣닙의 유혹 앞에 무너지고 만 것이다.
탁자 밑에서 새색시마냥 살금살금 인형을 갖고 노는 강이.
강이 놀라지 말고 놀라고 꼼짝도 못하고 앉아서 숨도 도둑숨을 쉬었다^^
이렇게 지난 봄부터 며칠 전까지 아이들은 열린 현관문으로
하루에도 몇번씩 수시로 들어와 편하게 집 구경을 하고 놀다가곤 했다.
그런데 이젠 현관문을 닫아야 할 시기.
마음은 아프지만 계절은 어쩔 수 없으니까.
캣닙 인형은 길냥이들 갖고 놀라고 마당으로 던져 주었다.
길냥 아가들이 이제 막 시작된 겨울 잘 견디고
내년 봄 문 활짝 열 때 또 집안으로 쑥 들어와 주기를.
그 동안은 마당과 창고로 만족해 주기를.
물론 겨울에도 아이들은 청소나 환기를 위해 문을 열면
기다렸다는 듯 그 사이에 후다닥 뛰어들어와 집안에서 놀고 가기는 한다^^
첫댓글 길냥씨들이 언제든지 사람사는 집에 드나들 수 있는 이상적인 꿈의 집이 현실적을 존재하다니!!!!!! 더불어 밥님 집에 드나들 수 있게 해주신 어머니 그리고 가족 모두 진정 휴머니스트♥^^ 아름답고도 따뜻한 정경이 그려지니 추위에도 불구하고 저는 참 따뜻합니다. 더불어밥님 가족들처럼 우리 배려하는 마음을 갖어요
현실적으로도 길냥씨들이 사람사는 집에 마당만이 아닌 거실, 이층에도 드나들 수 있다는것에 넘 넘 기쁜 감동으로 제자신을 주체하기 힘드네요^^ 저 흥분했습니당^^
감동적이네요...저렇게 따스한 마음을 가질수 잇다는건 이미 삶의 여유가 있다는 거다 싶어요..동물한테 아주 모질게 대하는 사람들 보면...얼마나 삶이 각박하고 마음이 말라있으면 저러나...가끔 측은해지곤 한답니다..
상상으로 너무따뜻해지네요~따뜻한봄날 대문이 열리고 냥이들이 마당에 뛰어나와 놀때 저도 같이 뛰어놀고싶어져요~그럼 냥이들이 싫어하겠죠??ㅋㅋㅋ
열어주는 마음과 드나드는 마음이 서로 잘 통해서 가능한 일이지요.ㅎㅎㅎ 더불어밥님은 드나드는 아이들 태어날때부터 마당에서 밥주고 돌봐서 길냥이라도 거진 집냥이나 다름없더라구요. 그러니 저리 편히 드나들지요. 더불어밥님의 반려묘 대장이는 그런 녀석 중 특별해서 몇번 드나들다 아예 집에 들어와 정착한 케이스. 스스로 반려인을 고른 냥이예요. 참 멋진 인연이라고 늘 감동하며 글을 읽어요.^^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싶은데 정말로 일어나는군요. 더불어밥님과 가족분들 정말 마음이 넓으신 분들예요. 보기만 해도 정말 평화롭고 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