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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가 가야산 상왕봉(우두봉)
作鎭星州界(성주 경계의 진산이 되어)
流形陜郡東(형세는 합천 동쪽으로 뻗었다)
蒼根蟠厚地(무성한 뿌리 두터운 땅에 서리고)
翠色滿晴空(푸른빛 맑은 하늘에 가득하도다)
--- 이숭인(李崇仁, 1347 ~ 1392), 「登伽倻山」에서
▶ 산행일시 : 2011년 7월 16일(토), 안개
▶ 산행인원 : 13명(영희언니, 버들, 자연, 드류, 화은, 감악산, 대간거사, 다정아, 신가이버,
도자, 아부라백작, 승연, 상고대)
▶ 산행시간 : 11시간(휴식과 중식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12.3㎞
▶ 교 통 편 : 두메 님 25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
00 : 21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3: 47 ~ 05 : 00 - 성주군 수륜면 봉양리(鳳陽里) 상선불, 산행시작
07 : 55 - 1,048m봉
08 : 30 - 안부
09 : 15 - 1,248m봉
10 : 32 - 1,377m봉 전위봉
11 : 23 ~ 11 : 50 - 상왕봉(象王峰, 우두봉 牛頭峰, 1,430m), 중식
12 : 06 - 칠불봉(七佛峰, △1,432m)
12 : 43 - 서성재
12 : 55 - 상아덤(서장대)
13 : 50 - 1,112m봉
14 : 40 - 1,055m봉
15 : 30 - ┼자 갈림길 안부, 오른쪽은 백련암 가는 길
15 : 48 - 신부락뒷산(△641.4m)
16 : 00 - 합천군 가야면 치인리(緇仁里) 홍류동 영산교, 해인주유소, 산행종료
17 : 12 ~ 19 : 00 - 고령(해인사 나오다가 길 잘못 들어 30분 허비), 목욕, 석식
22 : 02 - 동서울 강변역 도착
1. 상선불 숲속의 아침
▶ 상왕봉(象王峰, 우두봉 牛頭峰, 1,430m)
한밤중 중부내륙고속도로 괴산휴게소에서다. 빽빽한 화물트럭 숲 사이 열린 하늘로 구름 헤
치며 노니는 둥근 보름달이 보인다. 저게 달이란다. 워터월드 서울 벗어나 마치 이국(異國)에
온 느낌이다. 다시 달리는 버스의 진동과 소음이 선잠 자기 알맞다. 수륜 근처에서 33번 국도
벗어나 봉양리 백양골 상선불마을로 들어간다.
03시 47분. 상선불마을인가. 두메 님의 정교한 독도로 마을 위 왕대밭 옆 한적한 도로 보안등
아래에서 멈춘다. 무박산행의 선잠은 항시 짧다. 04시 30분 기상. 보안등 한 개 불빛으로 수대
로 요기하고 산행채비 갖춘다. 밭두렁 옆으로 소로 보여 냉큼 올랐다가 찔레나무와 환삼덩굴
이 뒤엉킨 풀숲에 막혀 엉거주춤한다.
오지 독도의 신예로 자리매김한 승연 님더러 앞장서서 뚫게 한다. 스틱 치켜들며 한 발 한 발
높이 들어올린다. 무덤 나오고 그 뒤로 넓디넓은 들판이 펼쳐 보인다. 다가가자 칡넝쿨과 가
시덤불숲이다. 확 뚫어부러 말어? 승연 님의 기세를 아서라 하고 말린다. 우리가 이런 칡넝쿨
에서 영금 본 것이 어디 한두 번 이던가. 가깝게는 작년 8월 산청휴게소에서 웅석봉 간다하고
석대산 남가람봉 오를 때 아주 혼쭐났었다.
이제 철 좀 들자하고 물러선다. 도로로 나와 봉양2리 마을회관 뒤로 간다. 사과나무밭 옆 산
기슭 잡목 숲 헤친다. 무덤의 풀숲은 젖었다. 능선 잡고자 펑퍼짐한 사면을 좌우로 누빈다. 나
도 모르게 잠자는 벌을 건들었나 보다. 오른쪽 손목이 불에 덴 듯 따끔하다 바로 화끈해진다.
금방 붓는다. 정신이 번쩍 든다. 연고 바르고 대간거사 님이 건네주는 알약을 먹는다. 대간거
사 님은 특히 벌에 약해 알약을 상비한다.
능선은 소나무 숲길이다. 부챗살처럼 퍼지는 아침햇살이 눈부시다. 촉촉한 초원을 간다.
514m봉에 오르자 해는 반공(半空)에 솟았다. 참 오랜만에 보는 해다. 봉봉 오르내릴 때마다
운해 속 자맥질한다. 번번이 우회로 마다하고 능선 마루금 따랐다가 잡목 숲에 부대낀다. 심
심찮게 암릉이 나온다. 직등. 젖어있어 매우 미끄럽다.
1,048m봉 전전위봉이다. 안개 속으로 든다. 아깝다만 암봉을 연속하여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돌아 넘는다. 1,048m봉도 암봉이다. 멀리서 보면 아마 고도(孤島)일 것. 발아래가 파고 높은
망망대해다. 저 멀리 외딴 섬은 대구 팔공산이다. 홀연 바람이 안개 쓸어 1,248m봉이 건너편
이다. 여태 뻔한 등로를 도배한 ‘J3 클럽’의 노란 산행표지기가 이 근처에서 종적을 감추었다.
직진. 주춤주춤 슬랩을 내리다 척후 보내 앞과 좌우사면을 살피게 한다. 다 절벽이란다. 암벽
의 길이로 보아 오른쪽 사면으로 도는 것이 왼쪽보다 더 낫다. 뒤로 멀찍이 물렀다가 오른쪽
사면으로 길게 돈다. 여기도 수직으로 가파르다. 얼떨결에 밑을 내려다보니 잡목마다 활인목
이다. 안부에 모여 점호한다. 모두 무사하다.
2. 상선불 주변
2-1. 신가이버 님, 514m봉에서
3. 가야산 자락
4. 건너는 아박산(? 693.3m)
5. 가야산 주위
된 오름이 이어진다. 고도 250m를 높여야 한다. 바람 한 점 없다. 땀을 비 오듯 흘린다. 비가
그립다. 전망바위 나와 들리면 화이트 아웃 안개 속이다. 가파름이 수그러드는 것으로 미루어
정상이 가까웠음을 짐작한다. 굵은 바위 듬성듬성한 1,248m봉 정상이다. 사방 안개에 가렸
다. 잠자리 떼 덕분이다. 그 성가신 모기와 날파리가 한 마리도 없다.
길 좋다. 여러 산행표지기가 보인다. 큰 오르내림은 없다. 능선 마루금은 암릉이고 또한 봉마
다 암봉이어서 모조리 비켜간다. 얌전히 등로 따른다. 1,377m봉 전위봉. 직등하는 길이 보이
지만 단지 전망하러 가는 길일 것. 오른쪽 암벽자락으로 돈다. 반침니 슬랩을 배낭 벗고 내린
다. 재미가 줄어들 것 같아 슬링은 걸지 않았다.
┤자 갈림길. 왼쪽은 칠불봉 오르는 길이고 직진은 상왕봉 가는 길로 판단한다. 두 패로 나뉜
다. 나는 왼쪽으로 간다. 젖은 슬랩이 약간 까다롭지만 산행표지기들이 있음에야. 다시 ┬자
갈림길. 왼쪽은 철제계단 올라 칠불봉으로 가고 오른쪽은 상왕봉으로 간다. 칠불봉 턱밑까지
들렸다가 상왕봉으로 간다. 상왕봉 너른 암반에서 모두 모여 점심밥 먹자고 했다한다.
평평한 안부 지나고 ┤자 해인사 갈림길 지나 오른쪽의 슬랩과 철제계단 오르면 상왕봉이다.
바람 불어 시원하다. 주변의 풍경은 순식만변(瞬息萬變)이다. 바람이 안개 쓸어내기 바쁘다.
상고대 님 일행은 아직 오지 않았다. 연호하니 희한하게도 칠불봉에 올랐다. 굳이 여기로 오
기 싫단다. 따로 떨어져 점심밥 먹는다. 영희언니와 함께 있는 여기가 더 걸고 푸짐할 것은 불
문가지! 다정아 님은 술 마실 줄 안다. 산상일음(山上一飮)이 없을 손가. 640㎖짜리 소주병 꺼
낸다.
상왕봉 암반 한가운데 물 가득한 우비정(牛鼻井)에는 개구리들이 놀고 있다. 이기영(李箕永,
1895.5.29. ~ 1984.8.9.)이 ‘산중잡기(山中雜記) 가야산’에서 우비정을 본 대목이 재미있다.
이기영은 가야산 우두봉을 1939년 11월 19일(일)에 올랐다.
“어떠케 艱辛히 올라간즉 山上은 意外에도 펀펀한 山날망이가지고 거기에 牛鼻井이잇다.
牛鼻井은 牛頭峰上에 잇다해서 그런 명칭이 생겻다한다. 그러나 井水는 天然水가 담긴 것 같
이 地上에 小穴이 뚤렷을 뿐 아무 보잘 것이 없이 잇기 낀 물이엇다. 다만 異常한 것은 올 같
이 가물은 해에도 이 山上에 잇는 조고만 井水가 언제와 같이 말느지 안코 제턱으로 고엿다는
것이다.”(1939.12.8. 동아일보)
칠불봉을 오른다. 칠불봉 정상에는 단체로 오른 경북지방 우정청 직원들이 진 치고 있다. 삼
각점은 2등 삼각점이다. 가야 26, 2003 재설. 상왕봉은 합천군이 칠불봉은 성주군이 선점했
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 따르면 칠불봉(1,432m)이 상왕봉(1,430m)보다 2m 더 높다.
예로부터 가야산의 기암 기봉을 불꽃에 비유하여 석화성(石火星)이라 했다. 이중환이 택리지
(擇里志)에 기술한 “오직 합천 가야산은 끝이 날카로운 바위들이 늘어선 모양새가 흡사 불꽃
이 공중에 솟은 듯하며 매우 높고 또한 수려하다.”에서 연유한 듯하다.
상왕봉이 그 심지다. 동틀 무렵 수도산 쪽에서 보는 가야산은 영락없는 석화성이다. 가야산
(伽倻山)이란 이름은 이 산 인근에 있었던 가야국(伽倻國)에서 따온 줄로만 알았는데 꼭 그렇
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인도의 부다가야 근처에 있는 가야산에서 따온 명칭이라는 설이 유력
하다고 한다. 범어 가야는 소(牛)라는 뜻으로 산 정상의 바위가 소의 머리형상이어서 우두산
(牛頭山), 상두산(象頭山) 등으로도 불리는 점을 들어 불가에서 온 이름임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한다.(월간 산, 2001년 3월호)
6. 가야산 주위
7. 1,248m봉
8. 1,248m봉에서 동쪽 조망
9. 칠불봉
10. 상왕봉 아래 봉천대
10-1. 도자 님와 승연 님(오른쪽), 상왕봉에서
11. 상왕봉(우두봉)
12. 칠불봉
▶ 신부락뒷산(△641.4m)
건너 상왕봉이 안개에 가리자 칠불봉을 내린다. 돌길이거나 철제계단이다. 가다 돌아보는 칠
불봉 자락이 바위로 둘러싸인 가경이다. 외돌괴 같은 암봉 돌아 산죽 숲에 들어서서야 돌아보
기 그만 둔다. 데크계단 나오고 ┤자 갈림길 안부가 서성재다. 직진은 작년 6월 12일 개방한
만물상 가는 길로 활짝 열렸다.
잠깐 오르면 상아덤(서장대)이다. 기암괴석의 만물상 관문이다. ┤자 능선 분기. 왼쪽 능선의
1,096m봉 주변이 만물상이다. 아쉽다. 카메라 꺼내자 안개가 덮친다. 우리는 신부락뒷산으로
가려고 직진한다. 발소리 말소리 숨소리 죽이며 금줄을 넘는다. 이곳 능선의 마루금과 봉우리
도 오전의 그것과 비슷하다. 선바위가 많고 암릉 암봉이라 사면으로 비켜가기 일쑤다.
통천문을 지난다. 양쪽의 깊고 높은 암벽이 문설주다. 1,112m봉도 암봉이다. 오른쪽 밧줄 드
리운 슬랩을 가로질러 돌아 넘는다. 지형도의 만물상 갈림길을 안개 속으로 지난다. 오늘 산
행코스를 기획한 상고대 님이 여기 만물상 오기로 3년을 벼렸다는데 안개 속 캄캄하다. 이다
음의 Y자 능선이 분기하는 봉우리는 등로 벗어나 직등하여 왼쪽 능선 잡는다.
인적 없고 산죽 숲이 무성하여 우리 길로 여겼으나 안부 즈음하여 오른쪽에서 오는 뚜렷한 등
로와 동무하여 1,055m봉까지 동행한다. 1,055m봉 넘고 이쯤일까 극락골로 가는 등로를 과감
히 버리고 왼쪽 생사면으로 내린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전혀 보이지 않음에도 바위 사
이 교묘히 비집다 슬랩 트래버스 하다 잡석 쓸어가며 내린다. 암벽 피해 골로 갈듯 쏟다가 바
짝 올라 능선 잡는다.
선두의 독도도 이정도면 예술이다. 우리 행적은 행위예술로 수작이다. 오른쪽 산자락에 넓게
자리 잡은 백련암이 가깝다. 성철(性徹) 종정이 주석(駐錫)하였다는 암자다. 그곳만 해도 대찰
이다. 어느덧 격렬하던 능선이 잦아들고 아름드리 노송 즐비한 고즈넉한 숲길이 이어진다. ┼
자 갈림길 안부. 오른쪽은 백련암으로 내린다. 약간 올라 둔덕. 노송 한그루와 잡목 우거진 무
덤이 있다. 신부락뒷산이다. 사방 나무숲 가려 아무 조망 없다. 삼각점은 ┼자 방위표시만 남
았다. 그 옆 인식표에 쓰인 지명과 등급은 가야 455.
길 따라 내린다. 날머리에 공단직원이 지키고 있지나 않을까? 철조망을 치지나 않았을까? 아
까 서장대에서 금줄 넘었던 터라 맘 죄며 살금살금 내린다. 영산교 아래 도로다. 괜히 얼었다.
지키는 사람도 철조망도 없다.
도로 아래 홍류동 계류는 1,100년 전 고운(孤雲) 선생이 ‘題伽倻山讀書堂(제가야산독서당)’에
서 읊은 그대로다.
狂噴疊石吼重巒(층층 바위에 분출하고 겹겹 산에 포효하는 물)
人語難分咫尺間(아주 가까운 곳의 사람의 말소리조차 구별키 어렵네)
常恐是非聲到耳(시비 가리는 소리 귀에 들릴까 두려워)
故敎流水盡籠山(일부러 흐르는 물더러 온 산을 돌게 하네)
13. 칠불봉 아래
14. 칠불봉 아래
15. 칠불봉 아래, 오른쪽 흐릿한 봉우리가 상왕봉
16. 가운데가 상왕봉(우두봉)
17. 홍류동천 주변
첫댓글 총대장님과 같이 안가셨나 봅니다... 잘하셨습니다...ㅋㅋ
역시 가야 돌산입니다...못가본 코스를 행님 산행기로 대신합니다.
암릉코스 보니 손끝이 간질거리네요. ㅎㅎ 예술입니다.~~
1048봉부터 칠불봉지나 서성재까지만 암릉이고 나머진 육산입돠.로에서 한잔하자고 아님 에 도 좋구
날 잡아서
지두 손끝 발바닥이 근질근질 ...가고싶어지네요
와..... 멋진산 와 감탄사가 저절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