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자정리(會者定離)요 생자필멸(生者必滅)이라더니
학장님께서 이렇게 황망하게 가시다니 믿기질 않습니다.
지난 해, 갑작스럽게 쓰러져 뇌수술을 받고 재활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놀랐습니다.
하도 의지가 강하신 분이라 툴툴 털고
벌떡 일어나길 기도했는데
얼굴 한 번 못뵙고 먼 길을 떠나셨네요.
원망스럽습니다.
농협에 수습참사로 입사하여 지부장, 부장, 상무, 사장, 학장 등 여러 직명으로 근무한 후 명예롭게 은퇴하셨습니다.
은퇴이후 일산거주 농협동인들과 일산포럼을 만들어
매주 만나 스크린골프를 즐겨 왔지요. 또한
학장님과 일본, 태국, 중국으로 원정 라운딩도 많이 갔었지요.
넓은 이해심으로 후배들의 실수를 다독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분위기를 이끌어 주셨지요.
라운딩 시에는 아촌이란 호를 즐겨 사용하셨는데 고향 남원골에서 따온 것으로 압니다. 이제 스크린골프장에서 포섬의 경우, 만년 우승후보인 '아박'팀은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제가 최선을 다 해 우리팀이 이겼을 때, 만면에 미소를 띠며 호쾌하게 웃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언젠가 저희 일산포럼 회원들도 학장님의 뒤를 따라 가겠지요. 그곳에서 만나 그렇게도 좋아했던 골프라운딩을 즐깁시다.
어제 부음소식을 듣고 한동안 멍하니 허공만 쳐다보면서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지난 이십여년 동안 학장님과 쌓인 정이 너무 두터웠던 모양입니다.
농협대학 학장으로 재직시 제가 사무처장으로서 모셨지요. 온화한 인품에다 제가 좋아하는 골프, 국선도까지 취미가 같아 농협생활 40년 가운데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이후, 일산근처 고촌에 사는 관계로 지근 거리에서 학장님을 계속 모시게 되었지요.
지난 해, 제가 이곳 고촌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상추, 쑥갓 등 채소를 드리면서 건강을 기원했던 것이 마지막 비서실장의 역할이었습니다.
학장님
한 많은 이 세상에 오셔서 수고많으셨습니다.
명문 순천고와 서울대학을 거쳐 농협의 요직을 두루 거치시고 최근까지 골프채를 잡고 세상을 누볐으니 원이 없으시지요? 남들이 한 번도 못해 본 홀인원도 두 번이나 했잖아요.
평소 말씀은 드리지않았지만 자녀들을 하나도 못여우고 가셔서 몹시 서운하실 것입니다.
요즘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대세이니 너무 가슴 아파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대신에 은퇴이후에는 사모님과 외식도 자주 하셨으니 외롭진 않으셨지요? 맛을 즐기실줄 아는 학장님
덕분에 저를 비롯한 일산포럼의 식구들도 맛있는 음식을 즐겼지요.
학장님
이제 이별인사를 올립니다.
생전에 못다 이룬 일들은 이제 모두 내려놓으시고
부디 영면하시기 바랍니다.
2021.1.17
영원한 비서실장
박태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