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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처음과 끝이 한결같은 곳!
비록 이온음료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약 15초간 TV 화면에 빠져들게 하던 눈이부시게 파란 세상이 있었다. 뭔가 열심히 딴짓을 하다가도 그 화면만 나오면 순간 시간이 정지한 듯 경건해지게 만들던 그곳. 바로 산토리니다. 그리고 망부석처럼 굳은 상태에서 그곳으로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가까운 절실함이 터져 나왔지만! 현실은 언제나 가까운 동남아의 리조트였다. 도대체 왜 그 이상향으로 가지 못하는 것일까? 곰곰이 분석해보니 가장 큰 장애는 오랜 비행시간이었다. 분명 멋진 선택이겠지만 오래 자리를 비울 수 없는 현실 때문에 현지에서 충분히 즐기지 못할 거라는 걱정이 들었고, 그 걱정은 늘 생각과 선택의 부조화를 만들어내곤 했다. 그러나 현실을 부정하기로 했다. 선택을 선택하라! 나는 후회란 없을 그곳에 가기로 결심했다. 그리스 본토에서 남쪽으로 200㎞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초승달 모양의 섬 산토리니는 직항이 없어서 유럽의 도시를 경유하고 그리스 수도인 아테네를 거쳐야만 하는 머나먼 곳에 위치하고 있다. 크기가 제주도의 4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아 나흘이면 충분히 여유롭게 여행할 수 있고, 또한 섬의 요소 하나하나가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만큼 로맨틱할 뿐만 아니라 예상하지 못했던 의외의 매력까지 숨기고 있다. 이런 이유로 곧 떠날 허니무너와 이미 엉뚱한(?) 곳으로 다녀온 구(舊)허니무너들의 리바이벌 허니문으로 딱 좋은 산토리니를 공개한다. 산토리니를 나만의 천국으로 만드는 법도 덧붙인다.
완벽한 휴식을 위해 첫째 날은 무조건 최고급 리조트를 선택하자!
출발에서 도착까지 이틀이라는 장시간의 비행을 겪고 나면 여행이고 뭐고 다 귀찮아질 수 있다. 최고의 여행을 위해 그야말로 휴식이 간절하다. 따라서 여행 첫째 날은 욕심 부리지 말고, 무조건 숙소에서 보내는 것이 좋다. 컨디션을 확실히 회복해야 다음 날부터 더욱 신 나게 여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이날만큼은 한번쯤 가보고 싶었던 럭셔리 리조트에 묵기를 권한다. 첫날밤인 데다가 온종일 숙소에서 보내는 걸 고려한다면 그리 돈이 아깝진 않을 것이다. 게다가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산토리니의 리조트들은 절벽을 따라 동굴 형태로 지어져 다른 휴양지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선사한다. 지형적인 특성 때문에 동남아나 몰디브의 궁전같이 넓은 풀 빌라는 찾아볼 수 없지만, 대신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리조트의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며 탁 트인 에게 해의 환상적인 칼데라뷰를 만끽할 수 있다. 그리고 대체로 어디나 그렇듯 최상의 뷰를 누릴 수 있는 좋은 위치는 고급 리조트가 차지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나는 산토리니의 이아(Oia)에 있는 안드로니스 럭셔리 스위트(www.andronis-suites.com)를 선택했다. 명실상부 산토리니에서 최고라 불리는 호텔로, 스위트룸으로만 이루어진 22개의 객실에 제우스,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등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이름을 붙여 룸마다 다양한 콘셉트로 꾸며둔 곳이다. 실내외 자쿠지와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스파, 그리고 해외 유명 여행잡지의 산토리니 편 표지를 장식하곤 하는 레스토랑의 야외테이블 등, 보기만 해도 입이 떡 벌어지는 시설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최고의 매력은 절벽에 딱 붙어 있어 마치 에게 해에서 수영하는 듯한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는 풀장이다. 새벽 비행기로 도착해, 리조트 체크인 시간인 3시까지 많이 남아 리셉션에 짐을 맡기고 이곳 선베드에 자리를 잡았다. 스르르 눈이 감겨 한숨 자고 오후에 일어나 풀장에 들어갔는데, 풀장 끝에 팔을 기대고 물 위에 둥둥 떠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자 그동안의 스트레스가 단번에 녹아 없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산토리니의 수많은 리조트 중 이러한 절벽 풀장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
그 중에서도 이아 절벽의 중간쯤에 위치한 안드로니스 럭셔리 스위트의 풀장은 바다 쪽을 제외한 삼면이 리조트 건물로 둘러싸여 바람을 막아주기 때문에, 우리나라 신혼여행객이 즐겨 찾는 봄이나 가을에도 한낮이라면 수영을 할 수 있다. 비록 하루 숙박비가 비수기 기준 460~1,750유로 정도로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만큼의 값을 하는 것이다. 언급했듯이 예산이 부족해 다음 날 근처의 저렴한 곳으로 숙소를 옮기는 한이 있더라도 첫째 날 하루만큼은 좋은 리조트에 묵기를 권한다. 아니, 오히려 산토리니에서는 럭셔리 리조트 한 곳에 이틀 이상 묵지 않는 것이 좋다. 이유는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을뿐더러 산토리니 자체에 즐길 거리가 풍부해, 아무리 신혼여행이라도 다음 날부터 리조트가 잠만 자는 곳이자 비싼 짐 보관소로 전락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예산이 풍부하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말이다. 산토리니의 리조트를 선택할 때 기억해야 할 사항이 하나 더 있다면, 무조건 이아에 있는 곳으로 잡으라는 것이다. 이유는 여행객이 꿈꾸는 럭셔리 리조트가 많이 포진해 있는 마을이기도 하고, 즐길 거리가 풍성해 꼬박 하루 정도는 돌아보게 되는 산토리니 특성상 리조트가 이곳에 있다면 이틀 정도는 도보로 여행할 수 있어서 예산과 이동시간을 절약하고 최적의 여행동선을 짤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소개할 둘째 날부터 그 진가를 확실히 깨닫게 될 것이다.
허니문의 기분 그대로~ 산토리니다운 셀카를 남기자!
산토리니에는 절벽 위에 여러 개의 마을이 지어져 있다. 대부분 하얀색 건물과 파란색 지붕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전형적인 산토리니 풍경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마을을 꼽자면 북쪽에 있는 이아다. 실제로 우리가 기억하는 음료광고의 촬영지이기도 한데, 산토리니의 다른 마을에 비해 좀 더 아기자기하고 로맨틱한 기운이 감돈다. 천천히 걸어도 두 시간이면 모든 골목을 훑을 정도로 크기가 아담하지만, 적어도 하루 정도는 투자할 가치가 있을 만큼 매력적인 마을이다. 중심대로를 따라 반질반질하게 돌바닥이 깔려 있고 좁은 골목길에 갤러리,수공예 숍, 레스토랑 그리고 작은 교회당과 풍차 등이 옹기종기 이어지는데, 워낙 마을이 예뻐 걷다 보면 마치 드라마 세트장에 와 있는 착각마저 든다. 요즘 웨딩 추세를 보면 결혼 전 스튜디오 촬영을 생략하는 대신 국내외의 아름다운 장소에서 스냅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다. 웨딩드레스를 대여하거나 흰 원피스와 티아라, 화관 등의 소품을 직접 준비해 현지 사진작가와 자유롭게 스냅사진을 촬영하는데, 특히 영화 스틸 컷처럼 자연스럽고 분위기 있는 사진을 좋아하는 허니무너에게 각광받는다. 하지만 만약 산토리니로 신혼여행을 간다면 굳이 결혼 전에 따로 스냅사진을 찍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아무렇게나 찍어도 작품이 되는 이아를 배경으로 의상과 몇 가지 시안, 그리고 하이브리드급 이상의 카메라만 있으면 누구나 멋진 셀프 허니문 사진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을 속에서 로맨틱한 디너를 즐겨라
산토리니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저녁때 한 번쯤은 이아를 찾게 된다. 산토리니의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는 포인트가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로마시대 때 망루로 쓰던 굴라스 성채(Goulas Castle)가 바로 그곳으로, 해가 뉘엿뉘엿질 때쯤이면 수많은 사람이 성벽에 걸터앉아 풍차 뒤로 노을이 지길 기다린다. 그렇게 30분 정도 하늘이 연출하는 로맨틱한 쇼를 감상한 후에는 불이 켜진 레스토랑 야외테이블에 앉아 서로의 장수를 기원하며 그리스식 건강 디너를 즐겨보자. 메뉴는 토마토, 오이, 피망, 올리브 등의 채소에 산양이나 염소의 젖으로 만든 페타치즈를 올린 샐러드와 메인으로 삶은 문어요리, 혹은 다진 고기, 감자, 치즈 등을 쌓아 오븐으로 구운 그리스 전통음식 무사카(Moussaka)를 추천한다. 여기에 산토리니 와인이나 전통술 우조(Ouzo)를 곁들이면 더욱 좋다. 단, 우조는 도수가 43도로 매우 독하니 함께 나오는 물이나 얼음에 타서 마시길 권하는데, 수분에 닿는 순간 우윳빛으로 변하는 신기한 현상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디오니소스처럼 우아하게 축배를 들어라
가능하다면 자동차를 렌트하길 추천한다.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내륙 쪽으로 들어서면 마치 제주도처럼 쌓아놓은 검은 돌을 따라 연둣빛 물결이 이어진다. 그곳은 바로 산토리니에서 반드시 맛봐야 할 것 중 하나로 손꼽히는 ‘와인’을 담그기 위해 경작된 포도밭이다. ‘화산 폭발로 이루어진 섬의 척박한 토양에서 자란 포도가 얼마나 좋은 맛을 내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흙 덕분에 전 세계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산토리니 와인만의 독특한 풍미가 존재한다. 강수량이 적은 산토리니는 포도가 익어가는 여름날 저녁이면 비 대신 뿌연 안개가 온 섬을 감싼다. 그리고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화산토의 구멍에 흡수되어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만 포도나무에 수분을 공급한다. 반면 일조량은 풍부하므로 이곳에서 자란 포도는 다른 지역의 포도에 비해 크기가 작지만 달다. 이 때문에 와인 한 병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곳보다 훨씬 많은 포도가 필요하지만, 마치 포도액을 농축 시켜놓은 듯 매우 단맛이 나 디저트용으로 마시기 좋다. 대표적인 와인으로는 빈산토(Vinsanto)와 카마리티스(Kamaritis) 등이 있으며 와이너리에 방문하면 견학과 시음, 구매를 한곳에서 할 수 있다. 특히 카마리티스의 와이너리인 쿠초야노 풀로스 와이너리 & 와인박물관(Koutsoyannopoulos Winery & Wine Museum)은 한국어로 된 오디오 가이드 기기를 갖춰 좀 더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와이너리를 떠나기 전, 가장 입맛에 맞는 와인을 사뒀다가 신혼여행 마지막 날 아쉬움을 달래며 마치 그리스 신화의 디오니소스 신이 된 기분으로 축배로 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요트에 몸을 싣고 깊은 바다를 탐닉하라
럭셔리 리조트 외에도 신혼여행이기 때문에 특별히 누려야 할 것이 있다. 요트를 타고 이아의 아무디 항구를 출발해 화산섬인 카메니(Kameni)를 돌고 오는 선셋 투어가 그것이다. 화산섬에서 노천 수영과 스노클링을 하고 육로로는 닿을 수 없는 화이트 비치, 블랙 비치 등을 구경한 뒤 요리사가 만들어주는 바비큐를 먹으며 노을을 감상하는 코스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날의 하이라이트로 선셋 투어를 남겨두었는데, 하필 전날 섬이 날아갈 듯 심한 바람이 불어 화산재가 온통 하늘을 뒤덮는 바람에 투어가 취소되었다. 따라서 첫째 날 리조트에 도착해 날씨가 좋다면 되도록 다음 날 출발할 수 있도록 리셉션에서 예약하길 권한다. 비록 마지막 날에 소개하긴 했지만 이날의 일정은 여행기간 내에 언제든 끼워넣으면 좋을 플러스 팁으로 여겨도 좋다. 또한 여행 일정 중 반나절 정도는 아무런 계획도 세워놓지 말고 떠나기를. 보통 여행을 가면 그렇듯 산토리니에서도 예상치 못한 의외의 즐거움이나 재차 찾고 싶은 매력적인 장소가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니 말이다.
travel tip
산토리니로 가는 상품은 그리스로만 가는 상품과 터키-파리에서 스톱오버하고 그리스로 넘어가는 상품이 가장 인기가 많다. 전부 총액제를 기준으로, 그리스 일주 7일, 8일(2백6십4만원), 터키-그리스 8일, 9일(2백8십4만원), 파리-그리스 8일, 9일(2백7십4만원) 등의 상품이 있다. 이색적인 리마인드 웨딩 상품도 있다. 리마인드 웨딩 상품을 선택했을 경우 웨딩증서를 그리스어, 영어 두 가지로 발행해준다. 웨딩스냅, 채플웨딩은 수요가 많지 않아 여행사 상품에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지는 않고, 원할 경우 별도로 해당 담당자가 상담, 수배를 해주는 선택형이다. 원하는 고객에게 드레스, 주얼리 등의 각종 소품을 무료로 대여해준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예약 가능하다. 문의 카페드유럽(www.cafedeeurope.com)
첫댓글 우앙 한번가야겟네요
언제나 수고 정성 가득한 이궁묵시인님 고맙습니더
주일 오후 가족과함께 줄겁고 행복한 시간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