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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비슷한 시간에 버스를 타고다니다 보니 자주 마주치는 얼굴들이 있다.
버스를 먼저 타면 먼저 가는줄 아는지 먼저 타려고 어깨를 쳐내는 사람,
둘이 앉는 자리에 가방을 터억 놓고 혼자 앉아서는 옆에 사람이 서 있어도 나몰라라 하는 사람,
타자마자 휴대폰을 꺼내들고는 버스 안 사람들이 다 알아듣도록 외박한 남편과 싸우는 아줌마, - 이 아줌마는 아침 저녁으로 며칠째 남편과 휴대폰으로 싸우고 있다.
옆에 앉아있는 것만으로 기막히게 음악감상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며 이어폰으로 크게 음악을 듣고 있는 젊은이,
누군가가 먼저 눈인사를 해도 될만큼 많은 얼굴들을 아침마다 만난다.
단말기가 멀어서 버스카드를 댈 수 없을 때, 눈빛만으로 알아채고 카드를 받아 찍어주던 젊고 예쁜 아가씨.
100원을 아끼기 위해 환승을 하자마자 카드를 찍는 젊은이- 이 친구는 고대앞에서 환승을 하고 성동세무서 앞에서 내리기 때문에 아마 100원은 덜 찍힐 게다.
날마다 세련되어 가는 작은 아가씨.
그 많은 사람 중에 내가 마주치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도 있다.
그 중의 여든이 넘었다는 어느 할머니, 매일 아침 8시30분을 전후해서 버스를 탄다.
이 할머니는 타자마자 경노석은 쳐다보지도 않고 뒷쪽으로 온다. 버스가 100미터쯤되는 다음 정거장에 도착할 즈음에 항상 경노석은 노인과 노약자들을 위한 자리이니 양보를 하라는 방송이 나오고, 만약 그때까지 그 할머니에게 누군가가 자리를 양보하지 않으면 댑다 소리를 지른다.
"내가 본사에 가서 저 방송 하지 못하게 하라고 그랬는데! 그 방송 하지 마시오!"
그런데 누군가가 그 전에 자리를 양보하면 "아이구, 내가 자리 양보하라고 이리 온 거 아닌데, 젊은이가 힘들어서 어떻게 서서 가려구 자리를 양보해."
이 할머니의 말의 백미는 어느날인가 옆에 앉은 70이 넘었다는 할머니와의 대화.
70 넘었다는 할머니에게 하는 말인즉슨 "자식들에게 잘 하슈. 나는 일제 때 부모를 잘 만나서 공부 많이 했고, 그래서 여든이 넘어서도 이렇게 학원을 하며 일을 한다우."
이 날 이후 그 할머니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굳이 말로 할 필요가 없겠지.
그 때 70이 넘었다는 할머니가 했던 말씀 - "젊은이들도 일하러 다니며 힘드는데, 왜 자리를 양보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네."
팝업에도 썼지만, 화계사 입구에서 우이동으로 가는 가오리길이 예전에는 언덕길이었고, 이맘 때 그 길을 지나노라면 아카시아향기에 더해서 나뭇잎 향기가 어찌나 좋았던지. 장미원에는 지금은 삼성아파트와 벽산아파트가 된 자리에 정말 장미원이 있었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419국립묘지 곁에 솔밭공원이 있어서 산책하기 좋다는 것.
이 아침에도 횡성수설하는 걸 보니 비 개인 하늘이 너무 맑아서인가?
동무들(이건 성재 전용어 아닌감?), 오늘도 좋은 하루, 아름다운 하루, 기쁘고 즐거운 하루가 되시기를 돈수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