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국산 신종코로나 항체 진단키트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진짜?

[이진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 신속 진단 키트가 또 하나의 한류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한다. 소위 '방역 우등생'이 만들어낸 K-바이오 한류다. 바이오 원천기술을 지닌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도 찬사가 쏟아질 정도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극동지역 연해주 정부는 최근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한국총영사관을 통해 한국 진단키트 업체를 소개받고, 500만 루블(8천400만원) 어치의 신종 코로나 신속 진단 기기를 가져갔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K-바이오를 상징하는 진단키트는 러시아를 비롯해 전세계 100여개국으로 팔려나간다. 신종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시작 전인 지난 1월만 해도 수출 국가는 겨우 1곳. 수출 규모도 3,400달러에서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1억5천만 달러를 넘어섰다. 

모스크바 신종코로나 진단 검사/사진출처:모스크바시 

유전자 분석을 위해 검체를 채취하는 장면/현지 동영상 캡처

국내서 수출용으로 허가받은 신종 코로나 진단키트는 총 46개사 72개 제품. 이중 우리 정부의 긴급사용승인(EUA)을 받은 곳은 바이오세움·바이오코아·씨젠·솔젠트·SD바이오센서·코젠바이오텍 등 6개사다.

보도에 따르면 충북 청주시 오송에 공장이 있는 수젠텍(대표 손미진)은 신종 코로나 항체 신속 진단키트가 러시아 정부로부터 정식 사용 승인을 받아 13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 회사의 이정은 부사장은 “러시아 정부가 수젠텍의 진단키트에 대해 예상보다 빨리 정식 사용 승인을 내준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도 했다. 

이 제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항체 신속 진단키트다.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생성된 특이항체(lgM/lgG)를 감지하는 진단 키트다. IgM 항체는 감염 여부를, IgG 항체는 (감염 후) 면역 여부를 알려주는 지표다. 채혈을 통해 10~15분만에 결과를 알 수 있어 신속(express) 키트라고 불린다.

TV 화면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코속(혹은 입속)에서 검체물을 채취하는 방식은 유전자 분석을 통한 분자진단법(RT-PCR)이다. 채취물에서 RNA를 정제한 후 코로나바이러스의 특이 유전자를 증폭해 확인하는 방식이다. 당연히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일부 언론은 수젠텍의 러시아 공급 계약과 관련, "지금까지 러시아에서 사용 중인 신종 코로나 항체 신속 진단키트는 정식 사용승인이 아닌 임시 사용승인을 받은 제품들", "유럽산 항체 신속 진단키트가 러시아에서 정식 사용승인을 받았으나 중국산인 해당 제품이 (결과의) 정확성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승인이 취소된 바 있다", "러시아 정부가 신종 코로나 항체 신속 진단키트 사용을 허가한 건 수젠텍 제품이 처음"이라는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일반 국민의 환호(?)를 받을 만하다. 

 

러시아 언론의 항체 신속 진단키트 관련기사, 위로부터 노바야 가제타, 이즈베스티야, 아르구멘띄 네델리/캡처 

하지만, 러시아 현지 언론의 보도는 우리와 좀 달랐다. '러시아판 네이버'인 얀덱스(yandex.ru)에 '수젠텍' '항체' 등의 검색어로 관련 정보를 찾아봤다.

최근 정보로는
▲이즈베스티야(Известия)의 5월 15일자 기사 - '최종 분석:신종 코로나 항체 분석은 무엇을 주나' (Окончательный анализ: что даст массовая проверка антител к SARS-CoV-2), 
▲아르구멘띄 네델리(аргументы неделi)의 18일자 기사 - '어떤 신종 코로나 항체 테스트(진단 키트)가 러시아에서 통과될 수 있는지 진실을 밝힌다' (Узнать правду: какие тесты на антитела к коронавирусу можно сдать в России),
▲노바야 가제따(новая газета)의 20일자 기사 -  '(우리는) 항체 없이 앉아 있다' (Без антитела не сидим)가 검색됐다.

이들 기사에 따르면 러시아에서는 5월 중순까지 7개 항체 진단키트가 러시아 정부로부터 유통 승인(정식 승인)을 받았다. 또 5개 이상의 회사 제품은 임상실험 중이다.

아르구멘띄 네델리는 "항체 검사 등록을 한 러시아업체(연구소)는 리테흐 Литех, 벡토르 Вектор, 헤마 Хема. 아날리티까 Аналитика, 민드레이 메디깔 루스 Миндрей медикал рус 등 5곳"이라며 "리테흐와 헤마는 (항체 테스트를) 시판중이고, 아날리티까와 민드레이 메디깔 루스는 외국산 진단 키트를 이용한 테스트를 등록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특히 "외국산 제품을 적극 이용하는 곳은 사설(상업) 클리닉들"이라며 "의료센터 '라스스베뜨' Медцентры Рассвет와 GMS 클리닉 GMS Clinic은 중국산 이노비타(Innovita) 한국산 수제텍(Sugentech)을, 클리닉 체인 '차이까' сеть клиник Чайка는 영국산 Prestige Diagnostics의 테스트 기기를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러, 새로운 방식(항체 신속 진단)으로 신종코로나 진단검사시작/현지 언론 동영상 캡처

네덜란드산 바이오젝 진단키트 제품. 검사는 10분~15분 걸린다는 자막이 나와 있다/현지 언론 동영상 캡처 

이즈베스티야도 "비정부(사설 상업) 의료기관들 중 로이트베르그 Ройтберг는 네덜란드산 바이오젝 Biozek을, 글로벌 메디칼 시스템 (Global Medical System)사는 한국산 수제텍을, (클리닉 체인) 차이까와 (의료센터) 라스스베뜨는 중국산 이노비타를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러시아에서 항체 신속 진단키트가 인기를 끄는 것은 땅덩어리가 너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까운 선별 진료소에서 신종 코로나 검체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곳은 모스크바 등 대도시에서나 가능하다. 더욱이 러시아는 신종 코로나 확산 증가세가 나타나자 일찌감치 '임시 휴무및 자가 격리', '이동 제한' 조치를 내렸다. 그리고 전화로 신고를 받고 검역관이 집으로 찾아가 검체를 채취, 검사하는 '자택 검사'도 자리를 잡았다.

모스크바 의약품 인터넷 쇼핑몰에 올라 있는 수젠텍 진단키트 제품/아프테카모스 캡처

인터넷쇼핑몰 오존, 모스크바서 신종 코로나 검진 상품 출시/얀덱스 캡처

인터넷 쇼핑몰에서 검사 상품을 구매하면, 전문가가 집으로 찾아가 신종 코로나 감염 여부를 확인해주는 '상업적 검사'도 모스크바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노바야 가제타는 "러시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항체 진단키트는 중국산 Lyher"라며 "모스크바 주의 응급차량 의료진은 아예 Lyher로 신종 코로나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고 전했다. 러시아 올리가르히 드미트리 보소프가 지난 3월 자신이 소유한 시반뜨라찌트(Сибантрацит)를 통해 Lyher를 대량 매입, 기부했기 때문이라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그러나 검사 정확도는 50:50로 평가되고, 보소프도 지난 5월 6일 자택에서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항체 신속 진단키트 시장은 이제 형성 단계라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잘 모르긴 해도 우리나라에서 신종 코로나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항체 신속진단키트를 사용한다는 말은 듣지 못한 것 같다. 전문가들도 항체 신속 진단키트는 기존의 RT-PCR 분석을 보완하는 것으로 유용하다고 말한다. 특히 무증상 감염자 식별에 적합하다. 러시아에 무증상 감염자가 많은 것도 항체 신속 진단키트를 인기를 끄는 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탈리아 등 유럽 일부 국가에 이어 모스크바 시당국도 전체 감염 표본 추출이나 방역지도 작성 등을 위해 지난 15일부터 시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항체 검사에 들어갔다.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신종 코로나의 제 2차 파동을 대비하는 조치로 해석되지만, 바이오 업체에게는 '특수'의 문이 열린 셈이다. 러시아의 인비뜨로 Инвитро, 게모테스트 Гемотест, 헬릭스Хеликс, KDL и LabQuest 등의 업체가 5월부터 러시아산 진단키트를 이용해 항체검사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