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우 한마당 축제를 마치고 맞는 월요일 시창작반 수업은 축제의 소감을 듣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칠장사, 박두진 유물 전시관, 이한기 문학의 집으로 이어지는 길이 아직 마음 속에 생생한 가운데, 축제에 참가한 분들의 소감이 이어졌다.
칠장사의 안개 낀 풍경에 감탄한 분들이 많았고, 감나무와 까치집, 도를 깨친 검정개에 이르기까지 색다른 느낌을 많이 받고 왔단다. 모든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한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얘기했고, 이한기 문학의 집에서도 색다른 느낌으로 짜임새 있게 진행되었다고 했다. 전체적으로 잘 진행되었다는 얘기 속에 지영호샘은 따끔한 말도 필요하다고 하면서 지금과 같은 잔치에 만족하지 말고 더 큰 발전을 위한 밑돌을 놓는데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여 말씀하셨다.
오늘은 인유와 패러디에 대해 공부했다.
인유(引喩, Allusion)란 저명한 사적(事蹟), 전고(典故), 또는 고인의 문사(文辭)을 인용하여 문장을 꾸미고 문취(文趣)를 풍부하게0 하는 수사법의 한 가지이다. 인유는 보통 고대의 신화, 전설, 고전, 역사, 성서, 고사 등에서 널리 알려진 인물, 스토리, 시구 등을 인용하는 쓰는 경우가 많다.
패러디(parody)는 1차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모방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정 작품의 문체나 운율을 모방하여 그것을 풍자적 또는 조롱삼아 꾸민 익살스런 시를 쓰게 되는 것이다. 어떤 유명 작가의 인기 작품의 자구(字句)를 변경시키거나 과장하여 풍자의 효과를 노린 경우가 많다. 외국의 경우 패러디는 오래 전부터 시의 새로움을 얻는 방법으로 애용되었다.
지난 시간에 공부했던 랭보와 베를렌느의 작품도 표절이 아니고 패러디에 해당된다.
랭보------------도시 위로 부드럽게 비가 내린다
베를렌느---------내 마음에 눈물이 흐른다/ 마치 도시에 비가 내리듯 내 마음을 적시는 / 이 번민은 무엇인가?
아폴리네르--------내 장화 속에 물이 새들어간다/ 마치 도시에 비가 내리듯 내 장화를 뚫고 들어간/ 그 물을 귀신이나 업어가라!
여기서 기욤 아폴리네르(Apollinaire. 1880-1918)의 유명한 시 ‘미라보 다리’를 공부했다.
미라보 다리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은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흐른다
내 마음 길이 아로 새기리
기쁨은 언제나 고통 위에 온다는 것을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두 손 맞잡고 서로 마주 보면
다리 아래 지친 듯 흘러가는 영원의 물결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사랑은 물결처럼 흘러내리고
우리들 사랑도 흘러내린다
인생은 왜 이토록 더디고
희망이란 왜 이토록 격렬한가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나날은 흘러가고 달도 흐르고
지나간 세월도 흘러만 간다
우리들 사랑은 오지 않는데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은 흐른다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아폴리네르 : 프랑스의 시인. 소설가, 평론가. 20세기의 새로운 예술을 창조한 초현실주의의 선구자.
1907년 피카소의 소개로 화가 마리 로랑생을 만나고, "더 이상 사랑할 수는 없다." 말할 정도로 사랑에 빠져든다. 마리가 미라보 다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동네로 이사를 하자, 아폴리네르도 마리를 따라 미라보 다리 가까이로 이사를 한다. 그들은 수도 없이 미라보 다리를 오고가며 추억을 쌓았고, 그렇게 미라보 다리는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는 사랑의 다리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5년 후, 미술품 절도 혐의로 구속된 아폴리네르는 설상가상 마리로부터의 이별을 통보받는다. 이 시는 아폴리네르가 감옥에서 풀려난 후 미라보 다리를 걸으며 마리와의 지난 시간을 회상하며 쓴 시이다. [출처] [시와 이야기] 기욤 아폴리네르,「미라보 다리」. with Eddie Higgins Trio - I remember Clifford.|작성자 dreamdrummer
인유와 패러디의 효화적 활용법
1) 동서양의 고전 중 모범이 될 만한 텍스트를 활용한다
2) 정신적 지주나 종교적 신념의 텍스트를 활용한다.
3) 역사적 사실을 활용한다.
4) 기행과 관람을 통해 배경과 진실을 발견한다.
5) 설화와 민담을 오늘의 삶에 적용한다.
6) 잘 알려진 작품이나 경전을 흉내 내 본다.
7) 비문학적 담론을 활용한다.
흥부가를 인유한 시를 감상해 보자
흥부 부부상(夫婦像)
박재삼
흥부 부부가 박덩이를 사이하고
가르기 전에 건넬 웃음살을 헤아려 보라
금이 문제리,
황금 벼이삭이 문제리,
웃음의 물살이 반짝이며 정갈하던
그것이 확실히 문제다
욕심이 없는 웃음의 아름다움
없는 떡방아 소리도
있는 듯이 들어내고
손발 닳은 처지끼리
같이 웃어 비추던 거울면(面)들아.
가난 속에서도 서로 위로하던 웃음
웃다가 서로 불쌍해
서로 구슬을 나누었으리.
그러다 금시
절로 면(面)에 온 구슬까지를 서로 부끄리며
먼 물살이 가다가 소스라쳐 반짝이듯
서로 소스라쳐
본웃음 물살을 지었다고 헤아려 보라.
그것은 확실히 문제다.
우리나라의 작품 중에서는 김춘수의 ‘꽃’을 패러디한 장정일의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을 비교해 보면서 패러디를 살펴보자
꽃
김춘수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장정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내가 단추를 눌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라디오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전파가 되었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준 것처럼
누가 와서 나의
굳어버린 핏줄기의 황량한 가슴 속 버튼을 눌러다오
나도 그에게로 가서
그의 전파가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사랑이 되고 싶다
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을 때 켜는
라디오가 되고 싶다
공부를 열심히 했으니 간식을 먹어야 할 시간. 오늘은 간식이 더욱 풍성하다.
김옥희표 인절미, 김영주표 과일, 이봄표 떡, 류숙자표 구운 달걀, 박경자표 빵, 채기병표 고구마. 먹고 또 먹어도 끝이 없다. 결국 다 못 먹고 말았다. 합평회 때 나머지는 먹기로 하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오늘은 학생 작품 2편을 감사하고 수정해 주셨다. 수정된 작품으로 옮긴다.
단풍1
김영주
책갈피 속에
잘 말려진 단풍잎 서너 장
붉은 색이 황홀한
석양빛 노을이다
푸르던 나뭇잎이
물들어 갈 때
벗고 싶지 않았던
비단 옷자락
뜨거운 태양이
겨울 코트 벗기듯
옷고름도 풀지 못하고
낙엽 되어 굴러 다닌다
단풍
김옥희
가을이 타네
온천지 일어서고
푸른 하늘 흰 구름
큰 잔치 준비하네
별을 닮은 단풍잎들
황홀한 웃음에 취해
보석처럼
물드는 기쁨이여
온 산야가
불붙기 시작하고
나무 잎사귀마다
옮겨 붙더니
붉게 타는 단풍잎
이제 고개 넘어
찬란하게
가을 산에 번져오네
11월 26일 지영호 샘의 전시회에서 만나기로 하고 수업을 마쳤다.
앞으로 2주 더 수업을 하고, 12월 12일은 최혜순샘 연구실에서 만나기로 했다.
간식을 많이 먹어서 바로 합평회를 시작했다.
오늘은 6명이 모여서 작품을 읽고 감상하며 얘기를 나눴다.
모처럼 시를 써오신 박경자샘의 ‘배추껍데기와 가나한 미소’를 먼저 시작했는데, 경자샘의 일생을 서사시로 쓴 작품으로 살기 어려웠던 시절이 묘사되었다. 시를 읽으면서 결국 눈물을 흘리시다가 흐느끼셨는데, 시는 확실히 정화 기능이 있는 것 같다. 감동이 있는 시는 자신의 아픈 부분을 드러내는 것이고 그 가운데에서 치유를 하게 된다. 이어 류숙자 샘의 ‘내 집에 들어온 떼쟁이’와 ‘낙엽의 해넘이’, 채기병의 ‘된서리’와 ‘억울한 담배’, 심양섭 샘의 ‘춤추는 낙엽’, 홍긍표 샘의 ‘슈퍼문’순으로 살펴보았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11.23 18:08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6.11.25 11:42
첫댓글 채기병 회장님, 수고하셨어요 ~~
이한기 선생님 시가 아주 좋군요^^
감사합니다. 저도 읽어 봐야 하는데, 바쁘네요.
둥그레 당실 높이 뜬 달 누구 가슴 적시나?
휘영청도 할시고......
읽을 만한 복습 잘 했습니다.
수고하심에 감사드림니다.
맨 입으로 송구.....
감사합니다. 슈퍼문같이 큰 마음을 가지셨습니다.
채회장님 맛있는 복습 잘했습니다 홍샘 사진도 감사해요 참 예쁘네요
감사합니다. 편한 마음으로 시를 많이 쓰시면 좋겠습니다.
김춘수와 장정일 작품을 도표로 그려 비교해주시니 이해가 잘 됩니다.
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바로 비교가 돼서 저도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