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화진포, 소나무숲을 걷다 알아보기

[주시완]

화진포의성(옛 김일성 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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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양양고속도로에서 속초IC로 진입, 강원도 고성를 향해 가는 길. 차창 너머 푸른 동해가 넘실거립니다. 북으로 북으로 한참을 달리다보면 화진포에 닿습니다. 화진포는 동해안 최북단, 국내에서 가장 큰 석호(潟湖)입니다. 강 하구와 바다가 만나는 곳에 형성된 자연 호수로 둘레만 16㎞에 달합니다. 일찍이 이승만, 이기붕, 김일성 등이 별장을 두고 오갔을 만큼 바다와 호수가 만나는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에요.  

화진포의성(옛 김일성 별장)과 화진포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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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호수와 산홋빛 맑은 바다도 아름답지만 화진포의 매력 중 하나는 호수를 둘러싼 소나무숲입니다. 238만㎡(72만평) 규모의 울창한 숲엔 수령 100년이 넘는 금강소나무가 가득합니다. 소나무 사이로 이어진 숲길은 걷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듯한 길이에요. 한 해를 마무리하며 차분히 그 길을 걷고 싶었습니다.

화진포 안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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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진포의 규모가 상당해서 지도를 보면서 방향을 잡아야했어요. 저는 화진포생태박물관에서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거진등대가 있는 거진해맞이공원에서 출발할 수도 있어요.

이기붕 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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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붕 별장을 지나 소나무숲길 산책을 시작했습니다. 3.15 부정선거는 이기붕을 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일어났던 사건이고 4.19 민주화운동을 촉발시킨 도화선이 되었죠. 이기붕 별장과 이승만, 김일성 별장까지 화진포에선 근현대사의 인물을 스쳐지나게 됩니다. 잊고 있던 역사를 잠시 떠올리게 만들었어요.   

화진포호수 금강소나무숲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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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별장을 리모델링한 화진포의성 뒤로 응봉으로 가는 숲길도 아름답고 인기가 많지만 저는 호수를 끼고 도는 길을 더 선호합니다.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상을 수상하기도 한 화진포호수 금강소나무 숲은 입구부터 늘 기대를 하게 만들어요.

화진포 포토존으로 유명한 화진포콘도 입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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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진포 소나무 숲 하면 화진포콘도 입구 풍경이 유명한데요. 100년 수령의 소나무 숲 사이를 가로지르는 도로가 이색적이면서 운치가 넘치기 때문이겠죠. 소나무가 터널을 이룬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사계절 내내 푸른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남기기에도 좋습니다.

울창한 소나무 사이를 가로지르는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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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방향에서 바라본 풍경은 웅장하기까지 합니다. 쭉 뻗은 길은 걷기에도 차를 타고 달리기에도 좋습니다. 늦은 오후에 뉘엿뉘엿 기운 해가 비춘 소나무숲은 한겨울에도 따스하고 포근한 느낌이 듭니다.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화진포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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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진포 소나무숲의 매력 중 하나는 호수를 따라 걸을 수 있다는 겁니다. 소나무 사이사이로 보이는 잔잔한 호수가 그림 같아요. 추위에 호수가 꽁꽁 얼어버렸어도 계절만의 운치를 느낄 수 있습니다.

화진포 소나무 숲길은 호수의 운치까지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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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는 완만하고 폭신폭신해서 걷는 기분도 좋아요. 워낙에 숲이 넓고 한적해서 요즘 같은 시기 거리를 두며 힐링하기에도 좋습니다. 다른 사람의 방해 없이 사색하며 걷기에도 딱입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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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을 감상하며 천천히 걷는 길. 소나무도 똑같은 게 하나도 없어 나무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는 시간도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피톤치드 발생량이 높아 피톤치드 샤워를 할 수 있는 화진포 소나무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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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창한 화진포 금강소나무 숲은 일반 숲길보다 피톤치드 발생량이 3~5배 이상 많다고 해요. 최근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 조사한 결과 일반 숲길의 피톤치드 발생량이 200~500ng/S ㎥인데 비해 이곳은 1467~1802ng/S ㎥ 정도 측정됐다고 합니다.

100년 수령의 소나무 가득한 울창한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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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톤치드가 많아 건강에 좋은 침엽수림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피톤치드 발생량이 많은 화진포 소나무숲길을 걷는 기분은 더욱 상쾌합니다. 피톤치드 샤워로 몸도 가벼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금강소나무 사이 이어진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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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소나무는 예부터 궁궐이나 문화재 건축에 사용된 귀한 목재인데요. 동해안 일대에 주로 숲을 이루고 있는데 일반 소나무보다 줄기가 붉고 가지가 뻗어가는 모습도 멋스러워보입니다. 소나무숲 사이 산책로를 걸으면서 금강소나무를 자세히 관찰해보시길 권합니다.

귀한 목재로 쓰인 금강소나무를 자세히 관찰해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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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가까이 소나무숲이 울창하게 보존된 것도 생각해보면 정말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오랜 세월 뿌리를 내린 채 자리를 지키고 여전히 푸른 숲에선 경외감마저 느껴집니다.

화진포 소나무 숲길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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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향 가득한 숲길은 끝없이 이어집니다. 호수를 따라 만들어진 화진포 둘레길도 걷기 코스로 추가할 만합니다. 걷기 힘들다면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는 것도 좋아요.

한겨울에도 푸른 소나무숲에선 추위도 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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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에도 푸른 소나무숲이라서 그런지 추위도 잠시 잊게 되는 것 같아요. 머리는 시원해지고 마음은 가벼워지고 몸은 따뜻해지는 화진포 소나무 숲길입니다.

작품 같은 풍경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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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든 분들도 종종 보였는데 어디든 작품이 되는 풍경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저도 몇번이나 감탄을 하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되더라고요. 작품 같은 풍경 속에 있는 착각도 듭니다.

사색하기에도 좋은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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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숲길을 걷는 동안 지나간 한 해도 찬찬히 뒤돌아봤습니다. 사색하기에 좋은 길이니까요. 예고도 없이 시작된 코로나 대유행으로 정말 2020년은 많은 것이 멈추고 제한되고 그래서 할 수 있던 것도 많았어요. 그래서 아쉽기도 하고 안타깝지만 지나간 건 지나간 걸로 생각하기로 했어요.

해가 뉘엿뉘엿 지는 소나무 숲길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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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에도 푸른 소나무처럼 힘든 건 이겨내고 새해엔 힘을 내보자 다짐도 했어요. 내년엔 부디 코로나가 종식되서 이 숲길도 마스크 없이 피톤치드를 마음껏 들이마시며 걷고 싶습니다.

울창한 소나무 숲이 웅장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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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맞이명소로 이름난 화진포와 화진포해맞이숲길은 내년 1월 3일까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진입이 제한된다고 합니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 그때까진 이동을 삼가하고 새해에 안전하게 소나무숲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얼마 남지 않은 2020년, 잘 마무리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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