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湖를 漫行하다
등운봉이 마조를 찾아가 “스님, 호남의 석두선사를 찾아 뵙고 법을 물어 보렵니다.” 하니까 마조선사 가로되 “석두의 길을 미끄러울 텐데…”
등운봉이 석두를 찾아가서 좌정해 있는 스님을 한 바퀴 돌고는 석장으로 땅바닥을 쿵 치고는 묻기를
“무엇이 종지입니까?” 하니
석두가 외치기를 “아이고, 아이고”
죽었구나, 죽었어!
종지가 이미 죽어버렸다는 말이다.
종지가 지금 눈 앞에서 생생하게 살아있는 걸 보지 못하고 생각을 일으켜 새삼스레 종지를 묻다니…
이제까지 물에서 잘 놀던 물고기 어떤 것이 물입니까? 라고 묻는 격이라, 그래서 죽었구나, 죽었어 라고 탄식한 것이다.
마조에게 돌아와 자초지종을 고하니 마조 이르되 다시 가서
종지가 무엇입니까? 물으라 한다.
이번에는 석두가 허, 허 라고 혀를 찬다. 등운봉을 아무 대꾸도 못하고 다시 마조에게 돌아왔다. 마조 이르되 “그러기에 석두의 길을 미끄럽다고 하지 않았나”
[덧붙이는 말]애초에 길이 미끄러운 줄 알고도 가는 것이니 미끄러져도 좋다. 애초에 죽을 줄 알고 태어났으니 죽어도 좋다는 자세로 산다. 미끄러져 봐야 길 가는 맛이 있으니, 길을 간다는 건 몸으로 떼우는 것이다. 몸으로 겪지 않으면 실감이 나겠는가? 그래서 體感이라 하지 않나? 등운봉이야 말로 길을 가는 사람, 道上人도상인이다. 길을 가고, 가는 사람은 머지않아 길에 든 사람 道人이 된다. 당나라에 선종이 천하에 풍미할 때 수행자 무리가 도를 묻기 위해 江西의 마조와 湖南의 석두를 오간다 해서 江湖라는 말이 회자되었다. 선문에 투신한지 30년을 강호에서 풍찬노숙하는 까닭은 견성성불하여 무애자재하기 위함이다. 그리하여 강서의 마조와 호남의 석두를 오가는 가운데 얼마나 많은 수행자들의 법안이 밝아지고 破天荒파천황의 경지를 누리게 되었던가?
十方同聚會, 시방동취회
여러 곳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箇箇學無爲; 개개학무위
누구나 함이 없는 법(진리)을 배우니
此是選佛場, 차시선불장
여기는 부처를 뽑는 과거장이라
心空及第歸. 심공급제귀
마음의 텅 빔을 보면 급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