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녀의 일기(1900, 2015) - 옥타브 미르보 / 이재형
하녀 셀레스틴의 비극과 희극을 넘나드는 파란만장한 이야기!
브누아 자코 감독, 레아 세이두 주연의 영화 《어느 하녀의 일기》의 원작 소설.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활동한 현실 참여적 지식인으로, 언론인·소설가·극작가·예술 비평가·아나키스트 등의 다양한 면모를 지닌 옥타브 미르보의 대표작이다. 19세기 말 프랑스 노르망디의 한 시골 마을, 파리에서 온 도도하고 매혹적인 하녀 셀레스틴이 부유하지만 인색하기 그지없는 랑레르 부부의 집에서 일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브르타뉴 해안의 오디에른 출신으로,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알코올 중독자인 어머니의 학대를 받으며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낸 셀레스틴. 수녀원의 도움으로 어머니의 손에서 벗어난 그녀는 언니, 오빠와도 소식이 끊긴 채 수많은 일자리를 전전하며 인생의 쓴맛과 단맛, 환멸을 두루 맛본다. 하녀로 일하면서 자신이 모시는 주인은 물론, 동료 하인들과 자신을 스쳐가는 온갖 부류의 사람들을 꿰뚫어 보는 비상한 관찰력을 가진 셀레스틴은 매혹적인 용모와 언동으로 모든 남자가 추근거리는 욕망의 대상이 되곤 한다.
자신을 한시도 가만두지 않는 까다롭고 신경질적인 랑레르 부인 때문에 지쳐가는 가운데, 부인에게 주눅 들어 있으면서 하녀를 통해 욕정을 분출하려는 랑레르 씨의 추파를 받는 셀레스틴. 술에 절어 사는 요리사 마리안과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정원사 겸 마부 조제프와 함께 일하는 그녀는 이내 시골의 단조로운 일상에 따분함을 느낀다. 이렇게 시골 생활에 젖어가는 와중에, 셀레스틴은 왠지 수상쩍은 마부 조제프의 거동에 호기심과 불안함을 함께 느끼며 주목하기 시작하는데…….
다사다난한 삶의 역정을 거쳐 온 도도하고 매력적인 하녀 셀레스틴의 시선을 통해 19세기 말의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풍속, 부르주아의 탐욕과 위선, 성적 타락과 방종은 물론, 하층 계급의 비참한 노동 조건과 신산한 삶, 국론을 분열시킨 드레퓌스 사건을 둘러싼 반유대주의와 애국주의의 광풍까지 그려낸 작품이다. 일기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중간 중간 영화의 ‘플래시백’처럼 과거 회상 장면이 빈번하게 끼어듦으로써 과거와 현재가 혼재되어 전통적 소설의 선형성을 깨뜨리는 동시에, ‘회상’이나 ‘기억’이란 제목이 붙은 작품들보다 생생한 현재성을 느끼게 한다.
저자 : 옥타브 미르보
저자 옥타브 미르보Octave Mirbeau(1848∼1917)는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극작가, 언론인, 예술 비평가이다. ‘벨 에포크’ 시대 소설 장르의 혁신을 이끈 문단의 전위였으며, 권력 비판과 사회 참여에 앞장선 비판적 지식인의 원형으로 평가받는다.
1848년 노르망디 지방에서 태어난 미르보는 1870년 프로이센-프랑스 전쟁 당시 징집되어 전쟁의 쓰라린 경험을 겪었다. 제대 후 정치인의 비서로 일하다, 1872년 파리에서 저널리스트로 입문해 여러 언론사에서 일했다. 1883년 풍자 잡지《레 그리마스Les Grimaces》를 창간해 편집장으로 활동하면서 권력층과 공화국의 위선을 폭로했다. 1886년 장편소설《수난Le Calvaire》을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한 후《쥘 신부L’Abb? Jules》,《세바스티앵 로크S?bastien Roch》등의 작품을 출간했다. 전쟁과 종교 등에 대한 금기를 위반하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은 이 작품들은 열렬한 지지와 격렬한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1894년부터 전개된 드레퓌스 사건 당시에 미르보는 에밀 졸라를 옹호하고 언론 활동을 통해 민족주의자와 교권주의자, 반유대주의자들을 공격하는 등 진실을 지키고자 분투했다.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으로 앞장서 행동하는 그에게 에밀 졸라는 “정의의 사도”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후《고문의 뜰Le Jardin des supplices》,《어느 하녀의 일기Le Journal d’une femme de chambre》등의 소설과《사업은 사업이다Les affaires sont les affaires》,《기숙사Le Foyer》등의 희곡을 발표했다.
미르보는 예술 비평가로도 활동하면서 로댕, 모네, 고흐, 클로델 등의 예술가들을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했으며, 자유주의자이자 아나키스트로서 인간을 억압하는 제도와 국가의 폭력에 맞서 싸우기를 멈추지 않았다. 1차 세계대전의 발발에 절망하던 평화주의자 미르보는 예순아홉 번째 생일을 맞은 1917년 2월 16일 세상을 떠났다.
역자 : 이재형
역자 이재형은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강원대학교, 상명여자대학교 강사를 지냈다. 옮긴 책으로《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패자의 기억》,《꾸뻬 씨의 사랑 여행》,《사회계약론》,《시티 오브 조이》,《군중심리》,《마법의 백과사전》,《지구는 우리의 조국》,《밤의 노예》,《최후의 성 말빌》,《세월의 거품》,《신혼여행》,《레이스 뜨는 여자》,《눈 이야기》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