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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에서 평화롭게 살던 곰과 멧돼지는 어느날 전국을 여행하자는 생각에 길을 나선다. 높은 산과 깊은 물, 넓은 들판을 다니던 중 인간이 살던 마을에 도착했는데 인간들은 두 맹수의 등장에 두려워하며 모두 몰려나와 내쫒아 버렸다. 이에 곰과 멧돼지는 신통력을 부려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뒤에야 비로소 마을로 들어갈 수 있었다. 웅형과 저동이란 이름도 이때 지었다.
마을에 도착한 웅형과 저동은 한 마을 처녀에게 물을 얻어먹었다. 저동은 물과 함께 바가지도 얻는다. 둘은 어느 집에 들어가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마을 분위기가 흉흉해지기 시작했다. 집주인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마을 뒷산에 천년 묵은 게가 사는데 주기적으로 처녀를 제물로 바치지 않으면 마을에 재앙을 내리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일 집주인의 딸이 제물로 바쳐지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 처녀는 저동에게 바가지까지 주었던 처녀였고, 둘은 게의 횡포에 분노하여 퇴치해주겠다고 집주인과 약속한다.
다음날, 저동은 장옷(조선시대 여인들이 입던 옷)을 뒤집어 쓰고 게가 사는 동굴 앞에 나타났다. 마을 사람들은 제물의 도착에 제사를 올렸고, 얼마 되지 않아 거대한 게가 굴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저동은 장옷을 벗어던지고 게와 한바탕 싸움을 시작했다. 저동의 위력적인 공격에 게는 거품을 뿜고 간신히 도망쳤다. 저동은 확실하게 처단하지 못했음을 마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확실하게 처치하고자 웅형과 함께 동굴속을 들어갔다.
동굴안에 들어간 웅형과 저동은 굴 안에 깊은 연못이 있음을 발견했다. 둘은 다시 거북이로 변신하여 못 안으로 들어갔다. 물 속에서 한 거북이를 만났는데, 거북이는 자신은 의원이고 친구인 게가 다쳐서 문병을 간다고 알려주었다. 웅형과 저동은 거북이와 함께 동행하며 게의 은신처에 도착하였다. 게를 만난 웅형과 저동은 곧바로 본래모습인 곰과 멧돼지로 변하여 게와 마지막 싸움을 시작했다. 거북이는 너무 놀라 도망쳤고 결국 게는 죽고 말았다.
얼마 후, 마을 사람들이 마을 바깥에 부서진 게의 잔해가 발견하고 웅형과 저동이 해냈음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기뻐하며 돌아온 웅형과 저동에게 원하는 것을 물었다. 둘은 딱히 원하는 건 없으나 큼지막한 송아지 한마리만 잡아달라고 한 뒤 무슨 일이 일어나도 놀라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송아지가 대령하자 둘은 변신을 풀고 먹어치우기 시작하니 사람들은 모두 놀라워했다. 식사를 마친 곰과 멧돼지는 다시 여행을 떠났고 사람들은 두 맹수들에게 감사하며 작별인사를 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