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3권 1-8 1 선도仙道 8 릉허사凌虛詞 공중을 오르는 노래
벽락무운천기청碧落無雲天氣清 푸른 공중에 구름 없어 천기는 청명한데
편선시청보허성蹁躚時聽步虛聲 저벅저벅 공중을 걷는 소리 때때로 들려오네.
십이루상취장적十二樓上吹長笛 12층 누각 위에서 긴 피리 부는 건
편시신선백옥경便是神仙白玉京 그게 바로 그대로 신선의 백옥경白玉京일세.
조찬항해모류하朝餐沆瀣暮流霞 아침에는 항해沆瀣를 먹고 저녁엔 유하流霞로세.
수신릉허유작가須信凌虛有作家 모름지기 믿어야 하리, 공중을 걷는 이 있다는 것을!
하시괴소차묘묘下視塊蘇嗟渺渺 내려다보니 흙덩이 까부러진 것 어허 아득도 하여라.
대붕비소멸몽다大鵬飛少蠛蠓多 붕새는 적게 날고 하루살이는 많이 나네.
청신기학상청허清晨騎鶴上清虛 맑은 새벽에 학을 타고 맑은 공중 올라가니
하벽홍운옥제거河闢紅雲玉帝居 붉은 구름 활짝 열린 곳 옥황상제 사시는 곳
특명롱신선자조特命弄臣宣紫詔 가까운 신하들에 특명 내려 붉은 조칙 쓰게 하고
랑음천전일행서朗吟天篆一行書 낭랑하게 하늘 전자篆子 한 줄 글을 외우네.
좌계무운종백유左界無雲種白楡 왼편 세계[左界]에 구름 없어 흰 느릅나무 심었는데
광한궁리무선주廣寒宮裏舞仙姝 광한궁廣寒宮 속에는 仙女들 춤을 추네.
범사은해파란활泛槎銀海波瀾闊 은하수에 떼를 띄우니 파란波瀾이 넓기도 한데
금궐옥루시제도金闕玉樓是帝都 금 대궐 옥 누각 그게 옥황상제 서울이라네.
인간무지불풍파人間無地不風波 인간에는 풍파 아니 이는 곳 없는데
팔익릉풍시대가八翼凌風是大家 여덟 나래로 바람 타고 올라가니 거기에 큰 집 있네.
하계부유환우착下界蜉蝣寰宇窄 아랫 세상엔 하루살이 떼 우굴 거리는 곳 좁기도 한데
진애만장잠군하塵埃萬丈賺君何 진애塵埃 쌓여 만 길이라 그대 싫다한들 어찌하리.
►능허凌虛 공중으로 올라가는 것.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감
옥황상제가 있는 곳을 가려면 공중[虛]으로 올라가야 하므로 능허凌虛또는 보허步虛라는 말을 쓴다.
조식曹植의 〈절유부節遊賦〉에 “건삼대어전처建三臺於前處 표비폐이릉허飄飛陛以凌虛”라 하였다.
►편선蹁躚 비틀거리는 모양. 휘돌며[훨훨] 춤추는 모양.
‘비틀거릴 편蹁’ 비틀거리다. 걸음걸이가 一定하지 않은 모양. 에도는 모양
‘춤출 선躚’ 춤추다. 빙 돌다. 춤추는 모양
►십이루十二樓 12층 누각. 신선이 살고 있다는 12층의 누각.
<漢書 교사지郊祀志> 주註에 “應劭曰 昆命玄圃五城十二樓 仙人之所常居”라 하였다.
►백옥경白玉京 옥경玉京. 옥황상제玉皇上帝가 산다는 천상의 서울.
옥경군제집북두玉京羣帝集北斗 백옥경의 여러 제왕이 북두성에 모이니
혹기기린예봉황或騎麒麟翳鳳凰 혹 기린도 타고 혹 봉황도 탔구나.
/<두보杜甫 기한간의주寄韓諫議註>
낭월조금개옥계朗月照襟開玉界 밝은 달은 옷깃에 비치어 백옥경을 열어 보이고
선풍취몽락경궁仙風吹夢落瓊宮 맑은 바람은 꿈을 불러 옥경의 구슬 궁전에 들게 하네.
/<기대승奇大升 백상루百祥樓>
►항해沆瀣 깊은 밤중에 내리는 이슬 기운.
신선이 이것을 마시고 사는데 천지의 精液이 새벽에는 항해가 되고 낮에는 正陽이 된다고 함.
찬육기이음항해혜餐六氣而飮沆瀣兮 6기를 먹고 항해를 마시며
수정양이함조하漱正陽而含朝霞 정양으로 양치하고 아침노을을 뿜는다.
/<굴원屈原 원유遠遊>
음이항해지부량飮以沆瀣之浮凉 항해의 서늘한 것을 마시며
수이정양지정액漱以正陽之精液 정양의 정액으로 입을 씻네.
/<남효온南孝溫 약호부藥壺賦>
해상고성옥계한海上孤城玉界寒 바다 위 외로운 성의 옥계가 찬데
풍취항해로응단風吹沆瀣露凝漙 바람은 항해를 불어 이슬 엉겨 둥글게 맺히네.
보허인재청명외步虛人在靑冥外 허공을 걷는 사람 푸른 하늘 밖에 있어
음파경장월만단吟罷瓊章月滿壇 좋은 글 읊어 마치자 달빛 단에 가득쿠나.
<강희맹姜希孟 마니참성摩尼塹城>
►유하流霞 전설 속의 신선들이 마신다는 神仙酒.
날아 움직이는 붉은 구름 빛으로 하늘의 정기를 뜻한다.
<書言故事> 주류酒類에 “天仙酒 名流霞”라 하였다.
선인이류하仙人以流霞 일배여아음지一杯與我飮之 첩불기갈輒不飢渴
신선이 유하주 한잔을 내게 주기에 마셨더니 갑자기 배고픔과 목마름이 사라졌다
/<포박자抱朴子 거혹袪惑>
옛날에 항만도項曼都라는 사람이 산중에 들어가서 신선술을 배우고 10년만에야 돌아왔다.
사람들이 그 까닭을 물었다.
신선 몇 사람이 나를 데리고 하늘로 올라가서 달에서 몇리쯤 덜어진 곳에 멈추었다.
구기욕식口飢欲食 배가 고파서 음식이 먹고 싶자
선인첩음아이유하仙人輒飮我以流霞一杯 신선이 네게 유하 한잔을 마시게 했는데
매음일배每飮一杯 한잔을 마실 적마다
수월불기數月不飢 몇 달 동안 배가 고프지 않았다./<논형論衡 卷7 도허道虛>
●화하취花下醉 꽃밭에 취하여/이상은李商隱(812-858)
심방불각취류하尋芳不覺醉流霞 꽃을 찾아 나섰다가 자신도 모르게 유하流霞에 취하여
의수침면일이사倚樹沈眠日已斜 나무에 기대어 잠 든 사이 해가 저물었네
객산주성심야후客散酒醒深夜後 손님 다 가고 술 깨고 보니 오밤중
갱지홍촉상잔화更持紅燭賞殘花 붉은 촛불 다시 밝혀 남은 꽃구경 하네
►흙덩이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이 땅이 까부러진 한 개의 조그마한 흙덩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
►대붕大鵬 붕새 같은 큰 인물은 적고 하루살이 같은 소인들만 많다는 말.
►멀 형泂=𠖷 멀다. 깊다. 깊고 넓은 모양
►열 벽闢 (문을)열다. 물리치다. 일구다, 개간開墾하다
►천전天篆 하늘 전자
하늘에는 우리 인간이 알지 못하는 글자가 있어서 그것으로 표현하고 기록한다는 말.
►백유白楡 껍질이 흰 느릅나무. 별을 달리 이르는 말.
►광한궁廣寒宮 달 속에 있다고 전하는 궁전 이름.
<선화유사宣和遺事>前集 下에 ‘廣寒宮 須有一萬億’이라 하였다.
고대 중국의 전설에서 달에는 太陰星君(月神 또는 月光娘娘)과
오강吳剛, 항아嫦娥, 두꺼비, 토끼 등이 산다고 여겨졌으며
달나라 궁전은 섬궁蟾宮이라고도 불렀다.
그중 특히 남편인 후예后羿에게서 不死藥을 훔쳐서
달나라로 도망친 항아가 살고 있는 곳을 광한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파란波瀾 작은 물결과 큰 물결. 파랑波浪.
순조順調롭지 않게 일어나는 여러 가지 곤란困難이나 事件.
►부유蜉蝣 하루살이.
►환우寰宇=환내寰內 세계世界. 천하天下. 天子가 다스리는 땅의 全體.
►진애塵埃 티끌. 世上의 俗된 것.
►‘속일 잠, 팔 렴(염)賺’ 속이다. 기만欺瞞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