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악산인지 뭔지...암튼 지금은 단풍놀이중 ㅡ.ㅡ;;)
가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을 고집하다.
아침에 눈을 떴어.
아이쿠...늦었잖아. 이를 어째....허겁지겁 집을 나섰지.
그런데 웬걸 후두둑! 비가 갑자기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어.
쿠르릉~, 꽈광! 얼씨구 천둥번개까지?
어쩔까나?....그냥 가? 아님 다시 집으로?
잠시 망설이다 내친김에 택시를 타고 내달렸지.
그래도 어디 처마밑에서라도 내 기어이 캔버스를 펼치겠다는 의지가 불끈 솟아나지 않겠어?
이까짓 빗줄기로 심오한 예술행위에 오점을 남겨서야 되겠냐 말이지.
어라? 제법 모였는걸.... 참 굳세기도 하여라...
부릉 부릉~ 출발! 감악산으로...
비를 머금은 풍경은 참으로 싱그러웠어. 실개천 끼고 펼쳐진 들녘은 곧 시작될 붉은 가을의
습격을 막바지 힘겹게 막아내는듯 여름 초록의 진한 빛깔을 서서히 내어주고 있었지만
진작부터 고대하던 가을의 열정에 몸살을 앓던 내 캔버스는 빈 들녘에서 불어오는 가을 바람에
이미 취한 듯 저혼자 온통 붉은 색으로 물들이고 있는거야.
(지난주에 본 붉은 수수밭이 아른거려 기어이 가져오다)
너무 앞서가려는 감성에 휘둘려 화우들의 놀림은 안중에도 없지 뭐겠어.
"하이고...오늘 처녀마음 꽤나 싱숭생숭한갑보네..." "아니? 열정이 넘쳐서 그런거야? 아님 주말
갈데없어 예서 붓질하는게 울화통이 터져 뻘건거야? 우째...예다 화풀이야...쯧쯧"
점심...시작할 무렵, 겁없이 캔버스 펼쳐든 우리가 못마땅해 빗님 본때 보여주시려는지....삽시간에 굵은 빗줄기가 마구 퍼붓지 않겠어? "이래도 그릴테야?..." 에고..심술맞은 빗님...ㅠ.ㅠ
잠시 고민은 시작되고.... 거둘까? 말까?
그래...까짓거 어떻게 시작한 붓질인데 그렇다고 멈출수야... "못먹어도 고!" ^.^
그 빗속에 그림도구 떡~하니 펼쳐놓고 용감하게 식당을 향해 버스에 올랐어.
그래도 불안한 마음에 고개가 자꾸 뒤쪽으로 돌아가는데, 금세 식당앞에 도착했지.
우중충한 흐린날 비를 곁들여 먹는 청승맞은 점심을 예상했는데, 뜻밖에도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동화속 궁전같은 양식당인거야. 야호! 이게 웬 횡재람...송이덮밥에 피자...더불어
마주앙까지...아, 언제 주말 스케치 점심이 이렇게 분위기 잡고 우아한적이 있었냐고?
그 순간은 비 때문에 안나와준 화우들이 올매나 고맙든지...덕분에 가장 화려한 오찬을
할 수 있었으니 말야...
(가을을 상징하는 꽃, 국화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잠시 "깔깔...^^"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다시 캔버스앞에 앉았어. 흐이구...빗물에 엉망이된
화구 추스리고 말이지...
아까참에 한창 물오르던 감성을 놓치지 말고 멋지게 붉은기조로 마무리해야 하는데, 색깔이
영~ 제멋대로 뻗쳐대기 시작하지 뭐겠어.
원경인지, 근경인지, 크림스네이크인지 레드 브라이트인지...@.@
결국 내내 붉은죽만 쑤다 마무리도 못하고 귀경버스에 올라야 했어.
(그날 그린 붉은 죽을 쑨 감악산...누가 볼까 아주 작게~ㅠ.ㅠ)
뭐든 제철에 먹는 맛이 최고이듯 제격에 맞는 색이어야 아름다울수 있다는걸 새삼 깨달았다면
것두 큰 수확이야...쩝!..변명이라네.
오는길에 버스안에서 마주친 붉은 석양의 낙조는 너무나 황홀했어.
내 경망스런 캔버스의 시뻘건 들녘을, 붉게 물들어있는 호수에 담가 몽땅 씻어버리고 싶을만큼
그 격조있는 붉은 황홀빛이란...
어둠을 쫓아내려는 듯 급하게 솟아올랐다 누가 볼새라 저혼자 휘리릭~ 사라지는 타오르는
붉은 일출과는 달리 어둠에게 서서히 자리를 내어주고는 세상의 모든 빛을 묵묵히 떠안고 못내
여운으로 우리의 가슴까지 물들이며 뒷막으로 천천히 사라져가는 붉은 낙조의 감흥을 쉽게
떨쳐내지 못해 우린 또 다시 버스안에서 여흥을 벌이며 마음을 달랬지.
(빌딩위에 올라앉은 낙조는 도시인들의 지친 마음을 거둬가면서 편안한 휴식을 보내준다)
인사동에 도착해서도 각기 명쾌하게 돌려지던 발걸음들이 어째 어물어물거리는거야.
힐금힐금 누군가 뒷목 당겨주길 애타게 기다리며 주적거리고 있을 때 역쉬나...놀기 좋아하는
회장님 용감하게 나서는 거였어. "아..아...양촌리 주민(회장 단골멘트) 여러분!
원조 아구찜으로 모시겠습니다..." 순간 일제히 "우와~...대~한민국! 짜자짝~짝짝"
우르르...몰려간 아구찜식당은 그날밤 우리들 복창 삼창소리에 손님들 슬금 슬금 빠져나가고
우린 제집만난 듯 신이 났었으나 나오면서 내내 등뒤로 째려(?)보던 주인아저씨를 향해
제발저린 도둑 대신해 찡긋 눈웃음을 한방 멋지게 날려줬지... -.@
*** 가을에 감악산으로 다시 한번 스케치가고 싶은데... 언제 가나요? 그 전망좋고 분위기
좋은 양식당에서 품위있게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길!! 그동안은 너무 망가져서 그런
단어가 어디에 쓰이는지도 잊어버렸다구요 ^^;;
첫댓글 가까운 곳으로 감악산만큼 단풍 좋은 곳도 드물지요. 또 더 가까운 북한산도 있고요. 가을에는 산이 온통 불이 나듯 꽃이 피는 산으로 가야합니다.(지가 산을 좋아하니 그러지.... 동선씨 또 이렇게 궁시렁 거리겠지?)
어머나~ 노래 어딨어요? 어따 치운거여요? 아까참에 잠깐 들어왔다가 노래 넘 조아서 듣고 나갔는데 한번 더 듣고 갈려고 다시 와보니 그새 날렸네~ 내가 좋아하는 팝페라 가수 임태경이라서! 힝! 누가 바람아니랄까 자꾸 바람처럼 채가네! 줬다 뺏으면 엉덩이에 뿔난데요. 칫!
감악산 하면 내게는 1970년대 점프하고 암벽오르고 유격훈련 받던 기억밖에 없는데 이런 아름다운 꽃도있었네..
국화꽃 짙은 바이올렛 매우 강렬....
" 내려갈때 보았네, 올라갈때 보지못한 그꽃......... " 같은 시 처럼
글 좋고 색깔 좋고... 국화꽃 색깔도 좋지만 빌딩위의 하는 색깔은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