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말할 수 있다. - 나의 약함이 양약이 될 수 있다면
제가 포스팅하는 글들은 저 스스로 보더라도 못난 것들만 골라서 올리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사실 자랑할 것이 없어서 그런 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나의 약한 모습이 다른 이들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어보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군에서 제대 후 26살의 늦은 나이에 대학에 입학하였습니다. 겨우 합격선을 넘겨 아슬아슬하게 입학을 하게 된 것이었지요,
1학년 때였습니다. 교양과목인 영어 시간에 타과 학생들, 그것도 영문과의 어린 학생들과 더불어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때 교수님이 저를 지목하여 텍스트북을 읽으라고 하여 일어나 읽게 되었습니다.
제가 읽은 문장에 Mary라는 단어가 나왔는데 저는 줄곧 ‘마리’라고 읽고 말았습니다. 주위에서 킥킥대는 여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지만 저는 그 이유를 몰랐습니다. 읽기를 마치니 교수님이 제게 묻더군요. “고등학교 어디 나왔어요?” 저는 영문도 모른 채 “성동기계공고 나왔습니다.” 그랬더니 또 킥킥~~~~
저는 왜 그랬는지 몰랐었지요. 나중에 친구가 ‘메어리’라고 발음해야 하는 데 ‘마리’라고 읽으면 어떻게 하냐고 해서 비로소 웃음에 담긴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는 그런 실력으로 어떻게 경제학과에 입학했는지 알 수 없다는 표정들을 제게 지어 보였습니다. 오랫동안 이때를 떠오르면 부끄러워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의 친형제들의 모임에서 둘째 형이 “아무개는 우리의 ‘헤로’야”라고 하는 겁니다. 그 단어가 생소하였는데 몇 번에 걸쳐 ‘헤로’라는 단어를 쓰기에 그 단어의 뜻이 무엇인가 하고 말의 흐름을 살펴보았더니 ‘hero’라는 ‘영웅’이라는 단어를 글자 그대로 발음을 하는 것입니다.
그때 저는 형님의 실수가 저에게는 큰 위안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 형제 중에 제일 똑똑하고 명문 대학을 나오신 형님이 저와 같은 실수를 하고 있음이 그렇게 통쾌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제 상처가 아물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세상에는 잘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 스스로 못났음을 한탄하는 분들에게 저의 못남과 약함이 양약(良藥)이 될 수 있다면 저는 저의 약함을 뽐내겠습니다.
고후 12:5 “내가 이런 사람을 위하여 자랑하겠으나 나를 위하여는 약한 것들 외에 자랑하지 아니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