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아베총리는 유네스코문화유산 등재 포기하고
피어린 일제 징용 현장에 ‘사죄의 비’를 세워라!”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의 길고 긴 투쟁이 한 국면을 지나 이제 선고만을 남겨두고 있다. 길게는 1999년 3월 1일 피해자들이 미쓰비시중공업을 피고로 일본에서 첫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때로부터 어언 16년 세월이다.
피해자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10대 어린 소녀들을 “좋은 학교 보내준다”고 꾀어 강제노역을 시키고, 수십 년 동안 그 피해를 방치한 것에 대해 사죄하고 배상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쓰비시 측이 지금까지 보여준 태도는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동안 미쓰비시 측이 내 세운 갖가지 구실을 보면, 오로지 재판을 지연시키는 것이 최종 목적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에는 병마에 신음하는 피해자들의 처지를 고려해 고심 끝에 조정을 통한 화해 자리를 마련했지만 이마저 외면하고 말았다. 구십(90)을 바라보는 피해자들을 두고 차마 취해서는 안 될 태도였다.
미쓰비시중공업은 한국 피해자들을 이렇게 차갑게 외면한 것과 달리, 중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서는 전혀 상반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막판 피해자 측 내의 이견으로 교섭이 결렬되긴 했지만 미쓰비시 측은 중국인 피해자들과의 화해협상에서 노동자와 유족 3,765명에 대해 1인당 10만 위엔 지급, 원고 측에 조사비용 2억엔의 문제해결을 위한 기금설립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죄 의향까지 내 비췄다. 피해 보상에서조차 한국을 따돌리고 무시한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뿐만 아니라 일제침략기에 벌어진 모든 강제연행과 강제노동 사건은 어느 것 하나 예외 없이 일본정부의 조직적 개입이 없었다면 벌어질 수 없었던 일이었다.
그런데 아베 총리는 사죄도 부족할 판에 또 다시 피해자의 멍든 상처를 오히려 덧내는 일을 하고 있다. 최근 군함도, 미쓰비시 나가사키조선소 등 일제식민지 강제노역으로 고통 받은 현장과 시설들에 대해 유네스코 산업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추천 대상지 23곳 중 5곳은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 준 미쓰비시가 운영한 시설이다.
뻔뻔해도 너무 뻔뻔하다. 그 곳이 과연 어떤 곳인가? 미쓰비시가 운영한 ‘하시마’ 섬의 경우는 한번 들어가면 살아서는 다시 못 나온다고 해서 ‘지옥섬으’로 불렸다. 얼마나 끔찍했으면 ‘지옥섬’이라고까지 불렀겠는가?
일본정부는 일본의 근대 산업혁명을 일으킨 기념비적인 장소로 역사 세탁을 시도하고 있지만, 그 곳은 바로 무고한 식민지 민중의 고혈을 짜낸 쓰라린 역사의 현장일 뿐 아니라, 오늘날 일본이 자랑하는 산업적 성과 또한 식민지 민중의 눈물과 한으로 쌓은 ‘인골(人骨) 탑’이 아니었다면 가능했겠는가! 대놓고 피해자를 비웃는 심보가 아니라면, 이런 고통의 현장을 난데없이 세계 문화유산으로 기념하겠다는 것이 말이 될법한 소리인가!
아베 총리에게 정중하게 충고한다. 아베총리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그것은 무모한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가 아니라,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지금 당장 피어린 고통의 현장으로 달려가 진심어린 ‘사죄의 비’를 세우는 일이다.
패전을 통해서도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미래는 없다. 종전 70년, 인류에 다시 있어서는 안 될 고통을 끼친 역사적 진실을 낱낱이 새겨 반면교사로 삼는 일, 이것이 지금 일본국과 일본 국민들을 위해 아베 총리가 취해야 할 태도다.
민망한 것은 우리 정부와 정치권 역시 마찬가지다. 재판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아예 관심조차 없을 뿐 아니라, 피해자들이 어렵게 얻은 승소 판결마저 “일본 민간기업과의 사인(私人)간 소송으로, 재판 중인 정부가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오히려 고춧가루를 뿌리고 있다.
일제의 한반도 불법강점 하에 이뤄진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역사적인 투쟁에 박수를 보내도 부족할 판에, 피해 할머니들 일을 나몰라라 하고 있다. 이를 어찌 국민을 보호하는 정부라 할 수 있는가? 정부까지 나서서 이렇게 피해자들을 외면하는 마당이니, 그렇지 않아도 구실만을 찾고 있는 미쓰비시나 일본정부를 도와주는 꼴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이러니 미쓰비시가 중국 눈치는 살피면서도 한국은 대 놓고 무시하는 짓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 아닌가. 강제 징용도 서러운데, 못난 정부 때문에 국적에 따라 차별까지 받아야 한다면 이 보다 더 통탄한 일이 어디 있는가!
한 술 더 떠 새누리당은 지금 갈 길 바쁜 피해자들의 발목까지 잡고 있다. 지난 2012년 5월 24일 우리 대법원은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도 포기되지 않았다”고 판결함으로써, 뒤늦게나마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으로부터 배상받을 길이 마련됐다.
그러나 현행 민법에서는 ‘피해자가 손해를 안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는 경우 시효가 소멸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오는 24일이면 더 이상 소송조차 해 볼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우려를 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회에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를 연장하는 내용의 “일제강점하 강제징용피해자의 손해배상 소송에 관한 특례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외교적 마찰을 이유로 한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아직 법사위조차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일제 강제징용시설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규탄하는 국회 결의안에는 만장일치로 찬성하면서, 정작 피해자들이 소송을 통해 구제 받을 수 있는 길을 막는 것은 또 무슨 심보인가?
새누리당에 묻겠다. 새누리당은 지금 일제 피해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는 것 보다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이 더 두려운 것인가?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가 언제인데, 일본 눈치 때문에 고유의 입법권조차 행사할 수 없다면 이게 과연 주권국가라고 할 수 있는가?
강조하지만, 시효 만료를 빤히 보면서도 손 놓고 있다면 이는 피해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다. 아울러 그 책임은 전적으로 새누리당에 있다. 새누리당은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소송 특례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라!
[ 우리의 주장 ]
∥미쓰비시중공업은 중국과 한국 피해자에 대한 차별행위를 즉각 중지하라!
∥일제 강제징용 시설 유네스코 등재추진 결사 반대한다!
∥일제 피해자 권리구제 가로 막는 박근혜정권 규탄한다!
∥새누리당은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권 특례법안 조속히 통과하라!
2015년 5월 13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기자회견문-유네스코 등재 규탄(5.13).hwp
첫댓글 긴급 속보를 전합니다.
http://cafe.daum.net/gusuhoi/3jlj/290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