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울음
-윤동재
한겨울 경남 산청 산천재를 찾아갔더니
천왕봉도 멀리서 두 손 들어 반겨 주었지요
길 건너 남명 기념관에도 들렀다가
뒷산 남명의 묘소에도 올라가 보았지요
그리고 덕천서원에도 가 보고
진양호를 따라 진주 시내로 와서
진주비빔밥 한 그릇 후딱 먹어 치우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잠을 자는데
밤새도록 청개구리울음 귓전을 떠나지 않았지요
한겨울에 청개구리울음이라니
낮에 본 남명 묘소의 묘비문 글자들이
한 글자도 뻬놓지 않고 몽땅
청개구리로 바뀌어 울고 있었지요
남명은 살아서는 과거에 합격한 적 없고
나라에서 내려준 벼슬은 모두 마다했고
돌아갈 때 묘비에 처사로만 적히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돌아가고 난 다음 나라에서 영의정 벼슬을 내려주니
남명의 바람과는 달리 묘비에
처사 대신 영의정이 떡하니 적혔지요
남명에게는 남명의 참뜻을 지켜줄 사람이
이제나저제나 단 한 사람도 없다는 말일까
남명 묘소의 묘비문 글자들이 애가 터져
밤마다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청개구리가 되어 울었지요
그날 밤 내 귀가 어찌어찌 그걸 알아듣고
밤새 잠 못 이루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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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착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