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판토스가 들려주는 일차방정식 이야기>> 송륜진 지음.
열대야가 한 달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더위에 몸도 마음도 시달리는 때다.
올해 여름만 더운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 더워질거라는 암울한 전망이 다수라고 한다. 뭔가 기후에 변화가 오고 있는 것 같은데 어찌해볼 도리가 없으니 견디는 밖에 없을 성싶다. 우리의 생활과 시스템은 절약과 절제를 원하지 않고 있다.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소비하기를 원하고 있다. 지독한 더위에 에어컨이 없이 일상 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에어컨은 안의 더운 공기를 바깥으로 밀어내는 원리라는데, 모두들 제 더위를 밖으로만 내쏟고 있다. 안은 안락하지만, 더위와 찌꺼기를 밖이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운에 맡기는 수밖에. 계절 탓인지, 정치 탓인지, 풍속 탓인지, 게으름 탓인지, 무기력 때문인지 가늠할 수 없지만 자꾸만 움츠러들기만 한다. 비례해서 호기심도 급냉 상태다. 호기심이 없으니 뭘 읽지도 쓰지도 생각하기도 번거롭다. 단지 재미와 편안함과 포만감만 갈구하고 있다. /일차방정식 이야기/는 <수학자가 들려주는 수학 이야기> 시리즈의 13번째 이야기다. 수학이야기는 어림해도 50권은 넘는 대하소설 급이다. 사칙연산도 제대로 풀지 못하는 내가 수학이야기를 꺼내 든 이유는 세상에 넘치는 말에 더 말을 보태고 싶지 않고 싶다는 까닭도 있다. 말이 점점 풍성해지고 화려해지기 시작함과 동시에 말은 그 쓸모를 점점 잃어버리고 가치를 상실해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나 또한 그런 말들의 세상에서 말들을 보태가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가능하면 말 같은 것 적게 하고 살고 싶다. 말이 왜 이렇게 더 이상 소통의 수단이 아니라, 분쟁의 수단이 되어가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 소통과 연결의 기능을 상실해 가면 다른 우체부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런 가능성을 수학에서 발견할 수는 없을까?
디오판토스는 방정식의 아버지 정도의 평가를 받는 모양이다. 디오판토스의 묘비에는 이런 묘비명이 있다고 한다.
/이 무덤 아래 디오판토스가 잠들다.
이 경이에 찬 사람
여기 잠이 든 이의 기예의 힘을 빌려 여기에 그의 나이를 적는다.
신은 디오판토스에게 일생의 1/6을 소년으로 지낼 것을 허락하였고
또 일생의 1/12은 청년 시절이었다.
그 뒤 일생의 1/7을 독신으로 지내다가
결혼한 지 5년 뒤에 아들이 태어났다.
그의 말년에 태어난 가엾은 아들!
아들은 아버지의 전 일생의 반을 산 뒤 냉혹하게 죽었다
아들이 죽은 뒤, 아버지는 4년간 이 수학을 하면서 슬픔을 달랜 뒤 삶을 마쳤다/
디오판데스는 몇 년을 살았을까? 디오판데스의 나이를 x라 한다면
일생 나이의 1/6를 소년 1/6x
일생 1/12을 청년 1/12x
일생 1/7을 독신 1/7x
5년 뒤 아들 태어만 5
아들은 아버지의 일생의 반을 산 뒤 죽음 1/2x
아들이 죽은 뒤 4년간 수학하다 죽음 4
1/6x +1/12x+1/7x+5+1/2x+4=x x=84세
방정식이란 미지수를 나타내는 문자가 포함되어 있는 어떤 등식에서 특정한 값을 대입할 때에만 등식이 참이 되는 식.
나는 한 사람의 일생을 이런 단순한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데 약간 감동을 받았다. 디오판데스는 삶의 굽이굽이마다 누구나처럼 분노하고 좌절하고 슬퍼하고 기뻐하고 괴로워했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처럼 자신의 희노애락을 각자만의 표현으로, 자기만의 고유성과 실존을 가지고 이야기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치 나만이 알 수 있는 슬픔이라던지, 아니면 나의 독존을 주장할 수도 있으리라. 나는 세상의 유일무이한 존재니 유일무이한 방식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내가 세계의 유일무이한 존재라면 나는 세계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닐까? 유일무이는 소통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방정식은 미지의 수 x를 찾을 수 있다. 우리 각자는 자신의 삶이나 존재를 이 방정식의 규칙에 맞게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비록 답은 다를지라도 방정식을 통해 연결하고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나란 사람은 1/2x+ 2/3x- 4/6x+(3x-3)=x입니다.
첫댓글 한 사람의 일생을 단순한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니!!!
담백하네요. 좋습니다.
1/6x +1/12x+1/7x+5+1/2x+4=x x=84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