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니 뒤발 , 상드라 라부카리 지음 | 이세진 옮김 | 파스칼 르메트르 그림 | 라임 | 2020년 12월 18일 출간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려 보아요!
우리는 무심코 여자니까 혹은 남자니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남자아이는 용감해야 하기 때문에 힘든 일이 있어도 울면 안 된다고 한다거나, 여자아이는 얼굴이나 몸매가 예뻐야 나중에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든가 하는 식의 고정관념이 그런 것이지요. 어른이 되어 직장 생활을 할 때는 또 어떤가요? 입사 면접을 볼 때 여자의 키나 외모를 따진다든가, 회사 생활 중에 무거운 물건을 들 일이 있을 땐 꼭 남자를 부른다든가 하는 일이 종종 있답니다.
성평등은 남녀를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우하며, 모두에게 똑같은 기회를 주는 것을 말해요. 그런데 이렇게 성 역할에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배어 있으면 능력이 아닌 선입견으로 사람을 판단하여 차별함으로써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할 수 있어요.
진정한 성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남자와 여자를 구분 짓는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우리 스스로 벗어나야 해요. 남녀를 차별하는 법과 제도를 고치고,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해 주어야 하지요. 남자와 여자 모두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답니다.
《어린이를 위한 성평등 교과서》는 바로 그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한눈에 알아차리게 하는 신체 구조의 이해에서 출발해, 오랫동안 남자와 여자를 차별의 그물에 가둬 온 고정관념과 편견의 근원을 낱낱이 추적해 나간답니다.
남자와 여자, 모두 존중받는 사회를 꿈꾸며!
이 책에는 질문이 무척 많아요.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 내려온 고정관념과 편견에 대해 의문을 품으면서 이야기가 전개되거든요. “남자가 여자보다 정말 힘이 센가요?”, “왜 여자만 가슴이 볼록하게 나와요?”, “여동생이 맨날 분홍색 옷만 입으려고 해요!”, “남자도 슬플 땐 울 권리가 있다고요!”,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면 선물을 줘야 한다고요?”, “왜 엄마만 집안일을 하는데요?”, “남자와 여자는 왜 월급이 달라요?” 등등. 이 외에도 무수하게 많은 물음표들이 이 책 안에 떠다니지요.
그 물음표를 좇아 찬찬히 글을 읽어 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남자와 여자를 딱딱 구별지어 차별하게 만든 고정관념과 편견이란 벽을 맞닥뜨리게 되어요. 진정한 성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 벽을 부수어야 하는데요. 그러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본문뿐 아니라 ‘나, 대단한 여자야!’, ‘나, 대단한 남자야!’, ‘그거 알아요?’ 등의 여러 장치를 통해서도 남녀 차별에 이의를 제기하고 성평등에 앞장선 사람이나 단체, 국가 등을 두루 소개한답니다. 어떤 이야기가 나오는지 슬쩍 엿볼까요?
일본 헤이안 시대 말기에서 가마쿠라 시대 초기에 도모에 고젠이라는 여성 무사가 크게 활약을 했다고 해요. 17세기에 있었던 겐페이 전쟁에서 남자들의 부대를 지휘했던 여자 장수인데, 한마디로 여걸의 대명사였다지요. 무술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혼자서 천 명을 능히 상대한다.”는 말이 나돌았다는군요! 백발백중의 무예가 그 아비와 오라비를 능가했다는 기록도 있고요. 그래서 도모에 고젠은 지금도 사람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이야기되고 있다나요? 남자가 여자보다 힘이 세다는 고정관념을 뒤집은 사례지요. 그것도 아주아주 옛날 옛적에요.
“언젠가 이 세상은 나를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날이 오지 않는다고 해도 크게 상관할 일은 아니다.
나는 다른 여성들을 위해 길을 열어 줄 뿐이다.”
이렇게 멋진 말을 남긴 조르주 상드(본명 오로르 뒤팽)는 19세기의 프랑스에 살았는데요. 그 당시만 해도 여자는 바깥출입을 제한당한 채 집안일이나 해야 하는 신세였답니다. 다행히 그는 할머니의 도움으로 지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었지요. 18세에 결혼을 했지만 바로 이혼을 하고 작가의 길로 들어섰어요. 그 무렵은 여성 작가가 멸시당하던 시대였기 때문에 ‘조르주 상드’라는 남자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했답니다. 상드는 남자 옷을 입고 여자들에게는 출입이 금지된 곳을 드나들었어요. 또,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시가를 피우기도 했다지요! 상드는 사회의 관습을 비웃으며 자유롭게 살았던 거예요.
음, 이번엔 우리나라 이야기 좀 해 볼까요? 치마는 여자들만 입는다는 편견을 깬 가수가 있어요. 바로 1990년대를 대표하는 스타로 손꼽히는 가수 김원준이에요. 〈너 없는 동안〉이라는 곡을 발표하면서 일명 ‘치마 패션’을 선보였는데, 이 치마 패션이 인기를 끌면서 음반 판매도 대박이 났다고 하지요. 사실 어떤 나라에서는 치마가 남성복이기도 해요. 그러니까 이건 순전히 문화의 차이일 뿐이에요! 치마가 여자들의 옷이라는 생각 역시 편견에 불과하다는 걸 보여 주는 사례예요.
또, 2002년에는 축구 선수 안정환과 배우 김재원이 서로의 뽀얀 피부를 바라보며, “남자도 피부의 잡티를 제거해야 한다.”고 화장품 광고를 했어요. 이 광고는 ‘꽃미남’의 첫 번째 기준으로 피부를 제시했고, 남자도 컬러 로션(BB 크림)을 발라야 한다고 알려 주었지요. 이때부터 우리나라 남자들이 화장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지요? 지금은 화장하거나 자신의 몸을 치장하는 남자들이 꽤 늘었지만, 그때만 해도 무지무지 획기적인 일이었답니다.
이와 같이, 《어린이를 위한 성평등 교과서》는 뻔한 결론이나 교훈을 도출해 내기 위해 집요하게 주장만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우리 삶을 옭매어 온 고정관념과 편견이 생겨난 배경과 일화, 시대적 추이 등을 꼼꼼하게 짚어 보인 뒤, 그런 세상에서도 한발 앞서 나갔던 사람들의 사례를 소개해 주어 읽는 재미를 증폭시켜 주어요. 특정한 시대나 지역에 한정하지 않고 있어서 새로운 지식을 얻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뿐 아니라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된답니다.
또, 책 말미에 ‘세상을 움직여 온 여자들을 소개합니다!’, ‘평등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만나 보아요!’, ‘그 외에도 기억해야 할 사람들이 많아요!’를 붙여 두어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제공하고 있어요.
일단 ‘나’부터 생각을 바꿔 볼까요?
사실 일상생활 속에서 어른들이 무심코 던지는 말 속에서도 성차별 의식과 성별 고정관념이 드러나는 경우가 꽤 많아요. “남자가 왜 씩씩하지 못하게 울고 있지?”, “여자아이가 조신하게 있어야지.” 등의 대화는 성 역할을 제한하고 성 불평등을 조장하지요.
장난감을 사 줄 때도 여자아이에게 인형이나 학용품을 고르게 하고, 남자아이들에게 팽이나 게임기 등을 권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아이들은 성별에 관계없이 좋아하는 놀이가 얼마든지 다를 수 있거든요. 아이가 성별 고정관념을 갖지 않게 하려면, 자신의 기질과 성향에 따라 장난감과 놀이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하고, ‘남자니까’나 ‘여자니까’ 등의 성별을 나누는 말을 피해야 해요.
성별 고정관념은 외모를 언급하거나 행동을 제한하는 방식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있어요. “여자애가 왜 바지만 입느냐?”, “남자아이가 비쩍 말라 힘이 약해 보인다.” 등의 말은 성차별적 인식을 강화시키지요. 이러한 문화 때문에 여자아이들은 “날씬해야 하고, 얼굴이 예뻐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집이나 학교에서 칭찬으로라도 외모를 평가하는 것은 삼가야 할 일 중 하나랍니다.
이제 막 자아를 찾기 시작하고, 또 평생을 지탱해 갈 가치관의 초석을 다지는 시기에 있는 어린이들에게 여자든 남자든 똑같이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에요. 그런 만큼 올바른 성평등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사회에서나 다 같이 한마음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답니다. 어린이들은 교육을 통해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갖게 되기도 하지만, 성장하는 과정에서 접하는 환경 속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으니까요. 하지만 어려워하지 않아도 돼요. 《어린이를 위한 성평등 교과서》가 아주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 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