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지 여사의 운전기사 출신인 틴초(Htin Kyaw)가 차기 미얀마 대통령이 확실하다.
지난 10일 수지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하원에서 틴초를 대통령 후보로 지명했기 때문이다.
미얀마 대통령은 상원.하원,군부가 각각 지명한 3명의 후보를 놓고
상.하원 통합회의에서 표결로 선출하는데, NLD가 상.하원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
수지 여사는 두 자녀가 영국 국적이어서 '작계가족 중 외국인이 있는 경우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는 조항으로 인해
대통령 선거에 나갈 수 없는데, 이에 자신의 手足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대리 통치'하려는 것이다.
정치인과 운전기사는 특별한 관계다.
정치인의 운전기사는 운전은 물론이고, 일정 관리와 속보 챙기기, 수행, 정치인 감정 달래기,
때론 가정집사 역할까지 도맡는 경우가 많다.
또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할 수 있기에 신뢰할 수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마누라는 속여도 운전기사는 속일 수 없다는 말도 있다.
실제로 한국에는 운전기사의 배신 혹은 폭로로 패가망신한 정치인이 많다.
舊소련 시절 당.정부 고위 간부는 운전기사의 눈치를 봐야 한다.
운전기사를 국가안보위원회(KGB)에서 파견했기 때문이다.
'대리 대통령'을 내세우고 실질 권력을 휘두른 대표적인 예는
2008~2012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 시절의 블라디미르 푸틴 현 대통령이다.
당시 이미 연임한 푸틴 대통령은 헌법상의 3선 연임 금지조항에 걸려
대통령은 헌법상의 3선 연임 금지조항에 걸려 대통령을 계속할 수 없게 되자,
총리였던 메드베데프를 대통령으로 만들고, 자신은 총리가 됐다.
대통령과 총리가 자리를 바꾼 것이었다.
그러나 실질 권력은 푸틴의 손에서 떠난 적이 없었다.
그리고 푸틴은 메드메데프 대통령 임기가 끝나자, 다시 대통령이 돼서 헌법도 바꿨다.
또 한 명의 '대리 대통령'이 탄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복역 중인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의 딸인 게이코 후지모리(41)가 4월로 예정된
페루 대선에서 1위로 달리고 있기 떄문이다.
아버지로부터의 독자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일본계인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것은 아버지의 후광과 조직 덕분이다.
이대로 간다면 대리 대통령이란 말이 정치학 용어의 하나로 자리 잡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합법성과 국민의 지지 여부다. 황성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