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기와 점심을 먹고 있는데
꼬꼬댁, 꼬꼬댁 난리가 났어요.
"알 낳았다고 저러는구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먹던 밥 마저 먹고 닭장 앞으로 갔더니....
수탉이 난리난리 울어대는 거예요.
이 수탉은 왕따수닭이어서 닭장에 들어가지 않고 떠돌아다니는 아이.
근데 저 멀리 이상한 광경이 보이는 거예요.
처음엔 기러기들이 짝짓기를 하나? 아니면 자기들끼리 놀고 있나?
"야, 너희들 거기서 뭐 하냐?"
제기 외쳤더니 위에서 짓누르고 있던 놈이 홱 돌아보더라구요.
근데 이 놈이 기러기도 아니고 닭도 아닌 거 있죠.
싸한 느낌에 달려가 보니....
암탉 한 마리를 잡아 이렇게 털을 뽑아놓고 막 먹고 있던 참이었던 거예요.
정체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솔개가 아닐지....(도연스님은 참매라고)
암탉은 공격 당할 땐 찍 소리도 못하다가
공격자가 저 멀리 날아가니까 그때서야 빽빽 울어댑니다. 잘 걷지도 못하고 삐딱삐딱 도망을 치는데
위험하다고, 뭔 일 났다고 계속 울어대던 수탉이 걱정이 되는지 계속 쫓아다녀요.
오늘 공격 당한 암탉은 닭장 밖에서 부화했고 저희들끼리 신나게 돌아다니다가 이렇게 변을 당한 겁니다.
겨울 되기 전에 닭장에 넣으려고 했는데 어찌나 요리조리 도망치는지요. 결국 포기했었죠.
자유에 대한 대가가 이렇게 혹독하고 잔인하네요.ㅠㅠ
닭장 안의 닭들은 한쪽 구석에 몰려서 숨어 있다가
사태가 정리되니 그제서야 이리저리 돌아다닙니다.
그러니까 수탉이 계속 자기들만의 언어로 경계경보를 울렸던 것입니다.
그것도 모르고, 저는 '너는 알도 안 낳으면서 왜 이렇게 울어대냐?' 구박했던 거지요.
역시 의리 있는 수탉.
간신히 이 녀석을 잡아 상처를 확인하니
등에 난 상처가 굉장히 심각하네요.ㅠㅠ 구멍이 뻥~
공격 당할 때 소리라도 냈으면 달려가 구해줬을 텐데....공격 당할 때는 아무 소리도 못 내고.
자신을 구해주려는 걸 아는지 가만히 있네요.
일단 최선을 다해봐야죠.
소독약, 후시딘, 붕대 갖고와서
움푹 파인 상처에 소독약 부어 넣고 후시딘 듬뿍 짜놓고
붕대로 둘둘 말아주었어요.
잘 치료해주고 닭장 안에 있는 포근한 집에 데려다 주었어요.
상처가 심해 살아날지는 모르겠지만....
살고 죽는 것도 다 제 운명이겠지요.
산모퉁이에서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납니다.
삶과 죽음이 늘 존재하는 곳.
마음이 영 안 좋네요.
첫댓글 참매라네요.
위험하다고 목이 터져라 계속 울어댄 수탉에게 상을 주어야 할 듯...
@바람숲 그 수탉이 말도 잘 듣고 싸움도 많지 않아서 예뻐요.
@산지기 내일 밥알이라도 주시길...
자연
자유가 아름답다기보다는
담담하다는 느낌
때론 무섭고 버겁고
아무튼 저 닭은 큰 일 겪었네요😭😭😭
아마도 살아나기는 힘들 거예요. 안타깝지만...상처가 워낙 깊었거든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