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넷플릭스·유튜브 뮤직과 협의…600억대 징수금 1000억대로 올릴 것
서울대총동창신문 제556호(2024.07.17)
이정현 (성악97-03)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회장
음실련, 첫 클래식분야 출신 회장
상업적 음원 사용처에 대리 징수
성악가 이정현 동문이 5월 10일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이하 음실련) 회장에 선출됐다. 최초의 순수음악 분야 출신 회장이다. 음실련은 음악 실연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1988년 창립된 단체로 실연자의 저작인접권 신탁관리업을 맡고 있다. 방송이나 백화점, 헬스장, 카페 등지에서 상업적으로 음원이 재생될 때 주실연자인 가수, 부실연자인 연주자를 대신해 재생 횟수에 따라 일정 금액을 징수하고 정해진 비율에 따라 분배한다. 저작인접권이란 저작권법에 명시된 실연자, 음반제작자, 방송사업자에게 부여된 지적재산권을 말한다. 서울 가양동에 있는 음실련에서 이정현 회장을 만났다.
“4만5000여 회원 중 대중음악 가수가 2만5000여 명, 대중음악 연주자가 1만8000여 명쯤 됩니다. 클래식을 지칭하는 순수음악이 1300명, 국악은 1200명 정도고요. 회원수의 차이를 고려해 이사 수 또한 차등을 두고 있습니다. 대중음악 가창 및 연주 분야에 각 4명, 순수음악 및 국악에 각 2명을 할당하죠. 여기에 전무이사‧사외이사‧사원이사 각 1명씩 총 15명의 이사가 투표를 통해 회장을 뽑습니다. 그중 9표를 얻었어요. 12년 동안 음실련 이사로 활동하면서 한번도 사익을 꾀한 적이 없습니다. 투명하게 잘 운영할 것이란 믿음에서 뽑아주신 것 같아요. 기대에 부응해야죠.”
이 회장은 2012년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이 저작권료 수입 1위에 올랐을 때 나란히 모 연주자가 저작인접권료 수입 1위에 오른 것을 의아하게 여겼다. 연주자 한 명이 그런 거액을 받으려면 수없이 많은 음반 제작에 참여해야 했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던 것. 알아봤더니 저작인접권에 대해 잘 모르는 연주자들의 몫을 독식하고 있었다고. 당시 연주자들에겐 저작인접권 자체가 생소했고, 수입이 일정치 않은 그들에게 음반 제작 참여는 ‘꿀알바’였으니 ‘을’의 처지에서 권리를 주장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연주 녹음할 때 세션비 한 번 주고 끝내는 게 관행이었습니다. 자기 연주의 저작인접권을 양도한다고 정확하게 계약서에 쓴 것도 아닌데, 개인의 권리가 공공연하게 무시됐었죠. 이를 처음으로 문제시하고 공론화한 사람이 저였습니다. 미국, 일본과 같이 우리나라보다 수십 배 큰 음악 시장을 보유한 선진국에서조차 저작권에 대한 인식만 있지, 실연자의 저작인접권에 대한 인식은 희박해요. 가수뿐 아니라 연주자의 권익까지 존중하고 실현하는 음실련의 존재를 무척 부러워하죠. 해외 음원업계 종사자들의 이러한 공감을 발판으로 우리 회원의 권익 신장에 박차를 가할 생각입니다.”
저작인접권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음원 하나하나에 가수, 제작자, 연주자들의 이름이 일일이 기재되기 시작했다. 음원 정보에 적힌 명단을 기준으로 징수금이 분배되기 때문. 이 회장은 이를 근거로 유튜브 뮤직과 넷플릭스 드라마에 삽입된 OST 등의 저작인접권료를 징수할 방침이다. 국내 음원이 글로벌 기업의 플랫폼을 타고 세계 곳곳에 유통되는 만큼 징수에 성공한다면, 현재 600억 원대의 징수금이 4년 내 1000억 원대까지 급신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마다 자기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이 기업인데 순순히 내놓을까?’ 묻자, 이 회장은 “그렇기 때문에 음악계 원로들이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저희가 담당자를 만나 설득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정경화, 정명훈 같은 세계적인 거장들이 목소리를 내준다면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봐요. 클래식 음악은 주로 공연장에서 향유되는 데다 이미 거액의 출연료를 받는 그분들에게 음실련의 분배금은 푼돈에 불과하죠. 그러나 음악을 하기 위해 부업을 뛰는 음악인들이 정말 많습니다. 당장 생계만 해결돼도 더 높은 성취를 이룰 음악인들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어요. 1인 프로젝트 그룹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고 이진원씨는 굉장한 실력자였음에도 ‘음원 수입으로 월 100만원만 벌어봤으면 좋겠다’고 할 만큼 가난에 허덕이다 돌아가셨습니다. 이런 음악인을 돕는 뜻에서 관심 가져주셨으면 해요”
이 회장은 음실련은 예술진흥단체가 아니라고 수차례 말했다. 정량화된 데이터에 기반해 정확히 징수금을 분배하는 “완벽한 자본주의 조직”이라고. 다만 소수의 인기 음악인들한테서 받는 수수료에 의존하지 않고 다수의 무명 음악인이 음악으로 돈을 벌 수 있게 지원함으로써 음악의 저변을 넓히는 동시에 음실련 재정 확충을 도모한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음악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 또한 어느 한 분야의 독주만으론 불가능하기에 대중음악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면받았던 클래식과 국악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2003년 드라마 ‘노란 손수건’을 시작으로 ‘애정의 조건’, ‘장밋빛 인생’, ‘행복한 여자’ 등 유명 OST의 메인 테마곡을 제가 불렀습니다. 시청률 1위에 힘입어 음반을 내려고 했지만, 국내에선 도무지 반응이 없더군요. 음반사 입장에선 수지가 맞아야 하는데 클래식 음악엔 돈이 많이 드니 엄두가 안 났을 거예요. 기계로 대체하기 힘든 현악기를 많이 쓰는 까닭에 연주자 인건비가 많이 들거든요. 유일하게 일본계 기업인 ‘포니캐년 코리아’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죠. 클래식도 대중음악도 몇몇 스타가 주도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문화의 저변이 넓어요. 음반 시장에선 비주류지만, 저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그들처럼 저도 무명 음악인들의 가능성을 발굴하고 키워주는 그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음실련은 신인 또는 무명 가수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콘테스트M’을 ‘실버아이TV’를 통해 방영하기도.
나경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