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style="text-align: left;">친근하고 낮은 가난의 <br>막통 속에 절여지는 단무지<br>조금씩 식초의 쓰라림 속에 진저리를 치며<br>치자 꽃물을 곱게 들여 온몸이 노란 단무지<br>단무지 위에 다른 단무지가 얹혀 있다<br>가슴이 다른 가슴에 얹혀 있는 것처럼<br> <br>단무지는 단순 무식 지랄의 줄임말이라지<br>뼈도 녹인다는 소금 식초 속에 쓰라리게 절여진,<br>탯줄을 달고 콘크리트 바닥에 <br>내던져져 죽은 신생아와<br>이 모든 버려진 것들의 비참을 끌어안고<br>진저리 나는 소금 식초의 사바나의 침묵 속에서<br> <br>알고 보면 고요한 사바나의 침묵은 <br>정말 더 큰 것을 품고 있다<br>큰불이 지나고 우기가 오면<br>사바나에는 탐스러운 풀이 우거지고<br>숨어 있던 사자가 <br>순하게 풀을 뜯는 얼룩말을 덮치고<br>악어가 강을 건너는 <br>누 떼를 공격하여 창자부터 먹는데<br>곡소리 하나 없는 푸른 초원<br>힘의 그늘에서 그늘의 힘으로 관통하는 고요<br> <br>조용한 것이 평화는 아니지만<br>낙심과 절망 속에 <br>쓰리다 시리다 아프다 시디시다 짜디짜다<br>묵언으로 절여지는 단무지는 단무지<br>숨죽여 우는 것들 위에 숨죽여 다둑이는 것들<br>단무지의 연관 검색어는<br>오이 시금치 당근 김 우엉 고추장 <br>멸치 짜장면이라지<br>무심한 멸치, 무심한 짜장면 옆에 무심한 단무지<br>죽이고 죽어도 먹고 먹혀도<br>거짓말이 없어 차라리 좋은 사바나의<br>원초 옆에 원초<br>식초 옆에 식초<br> <br>그리하여 이 망할 놈의 세상은<br>온통<br>단무지는 단무지 사바나는 사바나 <br>단무지는 사바나</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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