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하루
패트릭 네스 장편소설 | 홍한별 옮김
출간 2020년 10월 20일|판형 140×210|제본 무선|296쪽|13,000원
분야 청소년 문학 〉 소설, 성장문학 |ISBN 978-89-6372-333-4 0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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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끝날 수 있지만 사랑했던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진실은 언제나 현재다. 어릴 때에도. 특히 어릴 때에 더.”
놀라움과 떨림과 아픔 속에 사랑을 건너가는 소년과,
곁에 있었으나 미처 몰랐던 사랑을 뒤늦게 깨닫는 소녀.
하루 동안에 일어난 두 개의 이야기로 엮어 낸 ‘첫, 사랑’의 이야기다.
청소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주제이면서도 청소년 문학에서는 언저리에서만 맴돌던 사랑의 세계를, 작가가 자신의 십대 시절로 돌아가 현실과 일상의 범주로 끌어올렸다. 게이 청소년의 삶과 사랑, 성정체성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 온몸으로 받아 내는 첫사랑의 무게, 청소년의 성적 욕망 들을 과감하면서도 밀도 높게 담아냈다.
카네기 메달을 2년 연속 수상했고 전 세계가 주목하며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몬스터 콜스》의 작가, 패트릭 네스의 가장 개인적이고 진심 어린 소설로 여겨진다.
사랑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가?
처음 사랑을 시작하거나 다시 사랑을 기다리는 십대에게 건네는
‘2017 키커스 최고의 책’
▒ 저자 소개
글쓴이_패트릭 네스 Patrick Ness
장편소설 9권과 단편집 하나를 냈다.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우리는 그냥 여기 살아요 The Rest of Us Just Live Here》, 《카오스 워킹 Chaos Walking》 3부작, 《모어 댄 디스 More Than This》 같은 청소년 소설로 특히 널리 알려졌다. 영국 아동 문학 최고의 영예인 카네기 메달을 《몬스터스 오브 맨 Monsters of Men》과 《몬스터 콜스 A Monster Calls》로 2년 연속 수상했다. 《몬스터 콜스》는 케이트 그리너웨이 메달과 카네기 메달을 동시에 수상한 최초의 작품이고 패트릭 자신이 각본을 써 리엄 니슨과 시고니 위버가 출연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버지니아에서 태어났고 지금은 런던에 산다. www.patrickness.com
옮긴이_홍한별
글을 읽고 쓰고 옮기면서 살려고 한다. 옮긴 책으로 《몬스터 콜스》 《달빛 마신 소녀》 《피시본의 노래》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밀크맨》 《하틀랜드》 들이 있다.
▒ 책 속으로
애덤은 엔조를 사랑했었다. 정말 사랑했다. 열다섯 살과 열여섯 살의 사랑이라고 해서 그게 다른 사랑보다 못할 이유가 있나? 적어도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바보들보다는 나이가 많은데. 십 대 시기를 벗어난 사람들은 왜 그때의 감정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할까?
_34쪽, 달리기
“내가 셸리와 커트 둘 다하고 키스하고 싶고 그것도 같은 날 그러고 싶다고 해 보자. 그러면 나는 어떤 사람이지?”
“굶주린 사람?”
“아니. 너는 ‘바이’라고 해야 되고 나는 너한테 소리를 질러야지. 아니면 네가 ‘걸레’라고 하고 내가 정말 진심으로 너한테 소리를 지르거나.”
“하지만 바이가 맞잖아?”
“아 이런, 넌 꼬리표 붙이길 좋아하는 파시스트지.”
“또 시작이다.”
“내 말은, 왜 꼭 뭐라고 이름을 붙여야 하냐고. 안 붙이면 자유로운데. 안 붙이면 자기실현을 할 수 있잖아. 꼬리표 따라 굳어질 필요 없이 유동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정체성을 갖는 것도 유동성을 갖는 것만큼 힘이 될 수 있는데?”
“넌 정말 네가 남자애들만 좋아한다고 확신해?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게 뭐 어때서?”
“왜냐하면 내가 지금까지 자라 온 방식이 나한테는 한 가지 길밖에는 없다고 가르쳤으니까. 그것 말고 다른 길은 잘못이라고. 확연히 옳은 길에서 일탈한 거라고.”
“내 말이 그러니까—”
“내 말 들어 봐. 내가 깨달았을 때 말야, 내가 이러해야 한다고 들어 온 그런 존재가 아니고 다른 존재라는 걸 알았을 때, 그 꼬리표가 나한테는 전혀 감옥같이 느껴지지 않았어. 완전히 새로운 지도라고 할까, 그 지도는 나만의 것이고 이제는 내가 원하는 여행을 할 수 있고 어쩌면 그 안에서 집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았어. 그러니까 내 세계를 축소한 게 아니었어. 열쇠를 주었지.”
앤젤러는 생각에 잠긴 듯 도리토스를 하나 더 먹었다. “그래. 이해할 수 있어.”
“게다가 만약에 내가 여자애들한테도 감정을 느낀다면 상대가 당연히 너 아니겠어?”
“아, 꺼져, 순둥아. 넌 너무 키가 커서 안 돼.”
_39쪽, 달리기
난 이런 것 원하지 않아. 애덤은 생각했다. 이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항상 싸움만 하고 싶지 않아.
사랑하고 싶어.
사랑하고 싶어.
엔조를 사랑하고 싶어.
_59쪽, 달리기
둘은 같이 어린아이였다. 같이 십 대였다. 이제는 같이 어른으로 자라고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꾸준한 우정을 이어 와서 이제 둘 사이에는 아무 경계가 없는 것 같았다. 앤젤러가 애덤을 필요로 하면 애덤은 즉시 가서 아무것도 묻지 않고 곁에 있어 주었고 앤젤러도 애덤에게 그렇게 해 주려 했다. 지금 앤젤러가 그러고 있었다. 같이 불고기를 먹었다. 이런 게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가족은 그런 것이어야 한다고.
_112쪽 4장, 피자와 앤젤러
이건 세상의 웨이드들을 물리치기 위한 것이었다. 웨이드는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마티도. 지금 생각해 보면 엔조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았던 것 같다. 육체적 만족이 전부가 아니었다. 몸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추악한 웨이드나 자기 삶과 다른 것은 상상하지 않으려는 마티나 나중에 가서 ‘그냥 친구 사이’였다는 엔조는 육체적인 것 너머를 보지 못했다. 일반적 사회 통념과 다른 것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랬다.
그렇지만 여기, 지금, 다시 육체를, 혹은 정신을, 심지어 인격마저 넘어서는 게 있었다. 성스러운 것과는 달랐다. 이곳에서만 가능한 무엇이었다.
_175쪽, 2시에 라이너스
▒ 추천의 글
힘겨워하는 청소년 애덤의 세계와 함께 독자 자신도 샅샅이 찢겼다가 다시 합해지는 경험을 할 것이다. 아름답고 매혹적이고 정교하다. 패트릭 네스만이 해낼 수 있는, 아드레날린이 끓는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두 가지 이야기가 서로 엮이며 서로 비추는 것을 보고 나는 입을 쩍 벌리고 우리 시대 진정한 스토리텔링 장인에게 경탄했다.
—앤드루 스미스(마이클 L. 프린츠 수상 작가)
아름답게 상상하고 아름답게 쓴 기가 막힌 책이다. 정말 신비롭고, 놀랍고, 특별하다는 뜻에서 기가 막히다. 사랑, 진심, 붙들린 영혼의 복잡한 얽힘을 신중하게 다루면서 따뜻하고 환상적인 해방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줄여 말해 네스가 최고의 실력을 보였다.
—마이클 카트(청소년 도서관 연합 전임 회장)
▒ 출판사 서평
십대의 강렬함을 닮은 ‘하루’
이 하루는 어떻게 애덤의 삶을 영영 바꾸어 놓을까?
17세 소년 애덤 앞에 늦여름의 어느 토요일 하루가 죽 펼쳐져 있다. 보수적인 목사 집안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랑, 아르바이트 상사의 폭력적인 최후통첩, 전에 만났던 엔조에게서 돌려받지 못한 사랑 사이에서 애덤은 간신히 버티는 중이다. 그래도 애덤이 무너지지 않게 지탱해 주는 사람이 적어도 두 명은 있다. 새 남자 친구 라이너스(애덤은 라이너스를 사랑한다. 아닌가?)와 애덤이 가장 사랑하는 친구 앤젤러.
오늘은 애덤이 사랑했던 엔조가 다른 나라로 떠나게 되어 송별 파티가 있는 날이다. 그리고 동네 저편 호숫가에서는 캐서린이라는 여자아이가 약에 취한 남자 친구에게 끔찍하게 살해당한 날이기도 하다. 워싱턴주 교외에 있는 프롬이라는 작은 마을은 평소답지 않게 시끌시끌하고, 애덤의 머릿속도 시끌시끌하다.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이 하루는 애덤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까?
십대의 강렬함을 닮은 ‘하루’라는 설정은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에서, 성에 대한 솔직함과 개방성은 선구적인 청소년 소설 주디 블룸의 《포에버》에서 영향을 받았다.
서로를 꼭 껴안은 두 사람의 체온처럼 가슴 가득 번져 가는 따스한 기운
청소년들에게 사랑은 현실이자 일상이다. 더군다나 난생처음 겪는 이 커다란 변화는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기도 한다. 그런데도 어른들은 십대의 감정을 풋사랑이니, 진짜 사랑이 아니니 하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해 버리곤 한다. 몸의 문제로 들어가면 더욱 곤란해진다. ‘청소년은 성과 가까워선 안 된다’는 생각에서 자유롭기가 쉽지 않다. 사랑만이 아니라 십대의 감정 자체를 사춘기에 겪는 감기 정도로 가볍게 여겨 버리곤 한다.
“열다섯 살과 열여섯 살의 사랑이라고 해서 그게 다른 사랑보다 못할 이유가 있나?
적어도 《로미오와 줄리엣》에 나오는 바보들보다는 나이가 많은데.
사랑은 끝날 수 있지만 사랑했던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진실은 언제나 현재다. 어릴 때에도. 특히 어릴 때에 더.”
첫사랑 엔조에게 자기 마음을 다 줘 버린 소년 애덤과, 곁에 있었으나 미처 몰랐던 사랑을 안타깝게도 죽음을 통해서야 뒤늦게 깨닫는 소녀 캐서린. 하루 동안에 일어난 두 개의 이야기로 엮어 낸 ‘첫, 사랑’의 이야기다. 어른들의 시각으로 본 두루뭉술한 스케치가 아니라 강렬한 십대의 감정과 내면을 진지한 시선으로 밀도 높게 따라간다. 생략되거나 두루뭉술하게 그려졌던 청소년의 성적 욕망에 대해서도 눙치지 않고 솔직하게 담아냈다.
사랑이 뭐냐고 묻는 청소년들에게 어른들은 무어라 말해 줄 수 있을까?
사랑이 궁금한 청소년들 혹은 사랑보다는 연애라는 말이 더 익숙한 우리 청소년들이 사랑이라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드문 기회가 될 것이다. 사랑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용기 있는 일인지,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사랑을 주고받는 것이 얼마나 비밀스러운 행복인지, 사랑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우리가 세운 벽을 무너뜨려도 세상은 끝나지 않고 사랑은 계속된다
이 책의 중심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애덤의 이야기를 통해 게이 청소년의 삶과 사랑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다. 애덤은 부모님이나 형이 말하는 것처럼 동성 간의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닌지, 자기가 느끼는 감정이 정말 한때의 일탈 같은 것인지, 왜 자기를 진정으로 사랑해 주는 라이너스가 있는데 자기한테 상처를 준 엔조에게 자꾸 마음이 가는지 고민하는데, 독자들도 애덤과 같이 고민하고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런 면에서 청소년들이 동성의 사랑에 관해 묵직하면서 중요한 주제들을 따뜻한 감정과 이해, 사랑을 담은 소설을 통해 접할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주는 소설이다. 청소년들만이 아니라 어른들도 그동안 두루뭉술하게 생각했던 여러 가지 사랑의 문제들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호모포비아, 직장 성폭력, 연인 사이의 폭력, 미묘한 착취적인 연인 관계, 종교 가정 내의 성소수자 청소년이 겪는 고통 들을 깊이 다루었다(애덤의 절친 ‘앤젤러 달링턴’이라는 이름은 학교에서 동성애 혐오증을 다루는 자선단체인 Diversity Role Models를 위한 기금을 모으기 위해 경매에서 낙찰된 이름이기도 하다). 보수적인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 지금은 동성 파트너와 살고 있는 작가의 깊은 이해와 연민이 느껴진다. 패트릭 네스는 십대 시절 “자기 자신을 한 번도 책에서 본 적이 없었다”면서, “세상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마치 이미 바뀐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라고 한 인터뷰에서 말하기도 했다. 성소수자 청소년들에게 분명 힘이 되어 줄 책이다.
애덤 곁에서 언제나 애덤 편이 되어 주는 친구 앤젤러, 혼란스러워하는 애덤을 껴안는 새 남자 친구 라이너스, 애덤을 이해하고 지지해 주는 친구들의 모습에서 사랑만이 줄 수 있는 따스한 기운이 번진다. 이 아이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이 폭압적인 세상을 잘 건너가리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 어떤 이유로든 자기가 이 세상에서 거부되었다고 느끼거나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 적 있는 사람들에게는 위로가 될, 따스한 환대 같은 책이다.
첫댓글 온몸으로 받아내는 첫사랑의 무게, 청소년의 성적 욕망을 밀도 높게 담아냈다는 문장이 마음에 들어오네요 잘 읽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