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세계 5대 미봉( 히말라야의 마차푸차레, 안데스의 알파마요, 알프스의 마테호른과 그랑드조리스) 중 하나인
남미 최고봉( 해발 3,405m ) Fitz Roy를 조망 하러 가는날이다.
원래 이름은 원주민 언어로 " 연기를 내뿜는 산 " 이라는 뜻의 Cerro Chalten 이었는데 1834년 다윈과 함께 비글호의
항해를 지휘하며 이곳을 다녀간 Robert Fitz Roy 함장을 기리기 위해 Fitz Roy 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엘 챨텐 이라는 마을이 워낙 작은 마을 이라 아침 식사 가능한 식당 찿기가 어렵다.
어제 앱을 이용하여 찿아논 식당에서 치즈 샌드위치와 커피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점심으로 준비한 샌드위치, 복숭아를 배낭에 넣고 엘 챨튼에서 첫번째 트레킹에 나섰다.
진입로를 몰라 네비게이션 앱 Maps Me 를 작동시키고 길을 따라 갔으나 한참을 돌아서 트레킹 입구를 찿아 갔다.
오늘 트레킹 코스는 왕복 22km, 8시간 코스로 결코 만만한 코스가 아니다.
초반 오르막으로 시작한 코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언덕 정상에 도달 할 수 있었는데 정상에서 바라보니
하늘에는 무지개가 선명하게 피어 올랐다.
연기가 피어 오르는산 이라는 이름처럼 좀처럼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 주지 않는 Fitz Roy 봉우리를 볼 수 있는
좋은 징조라 생각하고 내심 좋아 했다.
언덕을 지나자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평이한 코스다.
산에는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만발 해서 보는 즐거움을 더해 주기도 하고 멀리 강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계곡도 보인다.
저멀리 산정상에는 안개가 자욱하고 한편에서는 비도 내리는듯 하다.
그래도 오늘 바람이 거세게 불어대지 않는것이 다행스러웠다. 트레킹 내내 길가에는 아름다운 개울이 있고
맑은 물이 끊임 없이 흘러 내린다. 식수가 떨어지면 식수통에 계곡물을 받아 마실 수 있는 정도의 물이다.
작으마한 오리나무숲은 잘 가꾸어 놓은 분재처럼 앙증맞게 보인다.
얼마를 지나자 커다란 나무 숲을 지나면서 텐트촌이 나타났다.
텐트촌에는 작은 텐트들이 형형색색으로 옹기종기 자리 하고 이곳저곳 늦은 아침 준비를 하는 젊은이들이 보인다.
텐트촌을 지나 개울을 건너 조금 지나자 조그만 오두막 쉼터가 보인다.
쉼터에서 간식으로 가져간 복숭아를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오늘 코스중 제일 힘든 마지막 오르막을 향해 출발 했다.
마지막 오르막 구간은 약 1시간 소요되는 거리로 경사가 상당히 심하고 길도 작은 돌과 마사로 이루어져 있어
미끄럽기도 하고 위험 했다.
남미의 아름다운 절경은 하나 같이 쉽게 도달 할 수 없는 곳에 위치 한듯하다.
지금 까지 남미 여행중 다녀온 페루 와라즈의 69호수, 또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의 또레 삼봉
그리고 이곳 피츠로이 까지 하나같이 마지막 코스는 힘든 급경사 오르막을 통과 해야만 절경을 볼 수 있었다.
급경사 언덕 절반쯤 지날 무렵 부터는 바람 불고 비까지 내리기 시작한다.
악전 고투끝에 도달한 정상은 비바람과 안개로 호수 이외 Fitz Roy 봉우리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데 덕이 부족한 탓인가 보다. 아침 무지개의 부푼 꿈은 산산 조각나고 비바람과 안개
가득한 정상에서 허탈감과 자연앞에 한없이 작아진 나의 모습이 안타깝게만 느껴 졌다.
그나마 로스 뜨레스 호수(Laguna de Los Tres)의 청아한 물빛을 볼 수 있는 것으로 마음의 위안을 삼을 수 있어
다행 스러웠다.
호숫가를 걸어 무너미쪽으로 발걸음을 옮겨니 절벽 저 아래 커다란 또하나의 아름다운 호수가 자리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비바람은 거세지고 안개는 더욱 짙어져 그나마 희미하게 윤곽만 보이던 Fitz Roy 봉우리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정상에 배낭여행객은 젊은 남녀 한쌍과 홀로 올라온 2사람 그리고 나를 포함 하여 5명 밖에 없었다.
주변을 돌아보며 행여 날씨가 호전 되기를 기다렸으나 몸도 춥고 마음도 점점 추워져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길에 오두막 쉼터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올 수 없는 아쉬움에 Fitz Roy 를 몇번이고 뒤돌아 보고
또 돌아 보았으나 야속 하게도 끝내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다.
22km, 8t시간 트레킹을 무사히 마쳤음에 감사하며 하루를 마감 하였다.
엘 칼라파테와 엘 챨텐 사이의 녹색 부분은 빙하 지대임
Fitz Roy 트레킹 코스(붉은선)
입구를 지나 암봉 오른쪽 아래로 돌아 올라간다.
Laguna de Los Tres ( 로스 뜨레스 호수 )
빙하 전경
무너미 쪽에서 바라본 Los Tres 호수
무너미 쪽에서 바라본 또다른 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