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건물 가로변 피사드와 환상적 만남 달구벌대로 반월당 위치… 설계교육 본보기 '기술+디자인' 동시만족·도시경관 고려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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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층의 기능에 따라 적용된 다양한 디자인 기법의 한 사례로 꺾여진 부분의 처리가 돋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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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단부인 저층과 기준층부는 리듬감과 통일감이 동시에 나타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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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소건축의 교과서적 형태·구성기법이 잘 나타나고 있는 전경. |
| | 잘 된 건물을 찾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갓 신축된 건물이 아니고 건설된 지 오래된 건물일수록 그 어려움은 커진다. 다른 예술보다 건축을 잘 본다는 것은 일반인들에게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닌 듯하다. 왜냐하면 쇼펜하워가 분류한 인간에게 쉽게 인식되는 순서에 따라 예술의 장르를 구분해 보면 건축은 8번째로 거의 마지막쯤이다. 음악이 제일 먼저고 다음이 미술 그리고 문학, 사진 등의 순이다. 그만큼 건축은 사전 지식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시대를 막론하고 어느 누가 보더라도 정말 잘된 건축은 있게 마련이며 누구에게도 수긍되는 건물이 있다. 사실 그런 건물은 단지 잘된 것 이상의 감동을 주는 건축 작품으로 그 숫자가 많지는 않다. 감동적인 건축의 사례들은 형태적으로 공간적으로 멋이 있으며, 주변 환경과 조화가 잘 되면서 세월의 흐름을 담는 여유가 있는 건축이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건물의 대부분은 저택이나 예술 혹은 종교 관련 시설로, 아쉽게도 종류가 한정된다. 이는 결국 경제우선의 입장에서 현실적인 건물보다는 이상적인 건물에 작품성이 많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건축은 현실을 무시할 수 없는 예술로서의 특성 또한 주요하므로 감동적이진 않더라도 잘된 건축은 많이 있다. 특히 최근에 많이 건설되는 사무소 건축이 그러하다.
#사무소 건축의 설계에도 디자인 기법이 있다.
대체로 사무소 건축은 기능성이 중요하며 대로변에 위치할 경우는 지가 때문에 일정규모 이상이 된다. 또 사용자의 편의성을 위해 주차문제는 물론 환경적 측면을 위한 설비도 갖추면서 동시에 형태도 좋고 차별화되어야 한다. 즉 기술적 측면과 디자인적 측면이 동시에 만족되어야 하며 도시 가로의 경관을 고려한 파사드 디자인이 요구된다. 가장 보편적인 일상기능을 수용하기에 개성적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차별화되어야 하니 잘 설계하기가 어렵다.
주변에서 보는 사무소 건물이 유리창을 질서있게 포개 만든 사각 박스형이 대부분인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19세기 초부터 시카고를 중심으로 건설된 사무소 건축은 하나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기능을 경제적·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일정한 모듈(사무소의 근무자 단위로 최상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전기, 설비 등의 기술적 측면과 환경적 측면을 고려하여 설정한 기본단위)을 사용하고, 이의 결과가 외형의 기준이 된다. 미국 시카고 현대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루이스 설리번'의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이 그 의미이다.
외형을 디자인하는 기준은 3분할 방식을 주로 사용하는데, 그것은 저층부를 기단부로 만들고 그 상부의 일반층(사무실로 사용하는 동일한 평면을 수직적으로 포개놓은 층)을 선과 면의 복합체계로 잘 정리하는 기준층부로, 그리고 최상층부를 크라운부로 나누어 디자인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기준층부는 도로 넓이를 기준하여 건너편에서 봤을 때 사람 눈높이의 상향 각에 맞추어 대체로 3층 전후 높이가 되는데, 이 부분은 인간적 스케일을 감안하여 재료의 종류와 마감을 사용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저층부는 상점이나 로비공간이 되어 내부까지 잘 보이게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은행이 많이 들어서는데, 이는 단지 경제적 이유에서일 뿐 디자인상이나 경관상 좋지 못하다. 왜냐하면 아무래도 은행은 야간에 영업하지 않고 다소 폐쇄적이어서 건물의 파사드 효과를 얻기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기준층부는 기능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다른 것들과 구분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결국 사무소 건축의 주 얼굴이 되므로 디자인하기가 어려운 면이다. 특히 사용재료가 대체로 유리와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구성되므로 결국은 그 두 재료가 가진 다양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어떻게 조화시키는가에 성패가 달렸으므로 설계자가 많은 고심을 한다. 그래서 훌륭한 사무소 건축을 많이 설계하기로 유명한 시저 팰리 같은 건축가(우리나라의 교보빌딩,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쌍둥이빌딩 등을 설계했음)는 거의 실제 크기의 모형을 여러 개 만들어 본 후에 비로소 안을 결정한다고 한다.
최상층을 크라운부라고 하는 것은 사무소 건축의 효시에 그 부분을 마치 왕관처럼 만든 데서 비롯되었는데, 그 부분의 중요성은 고층 사무실이 도심에 밀집하면서 새롭게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왜냐하면 수많은 고층빌딩 숲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부분으로, 타 건물과 가장 쉽게 차별화시킬 수 있는 위치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야간 경관을 고려한 조명디자인을 사용하여 차별화시키기도 하는데, 뉴욕의 야경에서 크라이슬러빌딩과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다른 건물보다 쉽게 눈에 띄는 이유도 바로 이 크라운부의 조명 때문인 것이다.
#대구의 사무소 건축 중 가장 교과서적인 건물
이러한 교과서적인 사무소 건축의 대표적인 사례가 반월당에 위치한 대성빌딩이다. 원래 대구학원으로 건축되었으나 지금은 증권회사와 생명보험 등이 입주하고 외벽에 많은 간판들이 붙어 본모습을 찾기 힘들지만, 처음 달구벌 대로에 이 건물이 들어섰을 때 다른 어떤 건물보다 두드러진 잘 된 건물이었다.
삼각형부지의 코너를 원형으로 정리하면서 주 가로변의 파사드와 연결시키는 방법은 정말 백미이다. 대지를 최대한 이용하고 각층의 기능을 살려 부분 부분 사용된 디자인 수법은 지금까지도 대구에서 가장 뛰어난 사무소 건물이라 할 수 있다. 이 건물의 설계자는 알리앙스웨딩과 서울의 전쟁기념관도 설계했다. 혹 새롭게 단장된 반월당으로 가는 길에 이 건물의 아름다움을 한 번 감상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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