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적이 커서 쌓기 쉽고 공정이 간편 ALC블록 시공기
ALC블록은 공기 구멍을 많이 품고 있어 단열 효과가 높은 일종의 시멘트 블록이다.
집짓는 공정이 간편해 건축주가 직접 집을 지을 때 선호하는 자재이기도 하다.
'자기주도적 집짓기'를 꿈꿔온 용인 건축주도 ALC를 택했다.
용인토박이인 건축주는 새집을 구상하며 고기동을 떠나, 근처 동천동으로 터를 잡았다.
오래 전부터 전원주택 택지로 개발되어진 땅은 경사가 어마어마했지만,
뭔가 새로운 디자인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품은 곳이기도 했다.
단지 초입의 경사진 터. 이곳에 개인적 꿈이었던 '친환경적이고 자기주도적인 집짓기'를 하기로 마음먹고, 그와 뜻이 같은 건축가를 수소문했다. 알음알음으로 생태건축가이자 설치예술가인 구름집건축사사무소의 유한짐 소장을 만났고, 자유분방한 두 남자는 머리를 맞대고 땅부터 해석하기 시작했다.
유 소장은 "땅이 언제나 좋은 건 아니지만, 이번 부지는 특히 고민이 많았다. 남쪽에는 산이 쭉쭉 올라 있고, 북쪽에 오래도록 개천을 이루고 있는 골짜기가 있는 상황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다행히 건축주는 만만치 않은 부지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고, 경사를 지하주차장과 옹벽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찾았다.
↑ 각 방으로 향하는 복도 끝에 난 별도의 외부 출입문
하루의 활기를 찾아 긴밀하게 구성된 공간들
하루 중 해를 받는 시간이 고작 두세 시간 밖에 안 되는 터. 향이 특별한 관계로 땅 밑에 주차장 있는 곳으로 집의 자리를 정했다. 산에서 가장 먼 곳이 그나마 해가 가장 잘 드는 곳이었기에, 배치는 자연스럽게 부지의 북서측에 자리했다. 이후 지역의 기후를 토대로 방과 거실의 위치를 정하고 창을 배치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자리를 잡고 관찰해보니, 남-동편 산등성이가 서쪽 보다 제법 낮았기 때문에 아침에는 해가 잘 드는 반면, 정오부터는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다. 유 소장은 "거실이 어두우면 아침부터 밥맛이 안 나고, 밥맛이 안 나면 하루종일 생활에 활기를 잃는다"며 환한 아침을 맞이하도록 거실은 동남편에 두었고, 나머지 주방, 복도, 방 3곳은 긴밀하게 연결되도록 구성했다.
또한 낮과 밤의 기온차가 많이 난다는 점을 들어 창은 최소화했다. 이런 집에 넓은 창은 항생제를 마구 주는 처방과 같다. 건축가와 건축주는 다음 명제에 동의했다.
"경치는 밖으로 나가면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 곡선으로 만든 어프로치는 집을 훨씬 정감있게 한다.
자기 주도적 집짓기를 위한 조언 "집짓고 나니, 이게 아쉽더라"
■ 자기 주도적 집짓기라고, 건축 문외한인 건축주가 설계를 맡아하는 것은 아니다. 본인의 의도를 구현해 줄 좋은 설계자를 찾는 것이 먼저다.
■ 주택에 오래 살아 본 경험으로 '데크는 넓게, 창은 적게'라는 결론을 냈다. 주택에서는 외부에서 하는 일이 많아 데크가 하나의 거실의 역할을 한다. 또한 외부에 나와 자연을 감상하면 되는데, 굳이 단열과 비용에 약점인 창을 많이 낼 필요는 없다.
■ 우리나라 방은 좌식이 좋지만, 거실과 주방은 모두 입식으로 하고 신발을 신고 거실에 들어오는 동선도 고려해 볼 만하다. 본인은 노모를 모시는 터라 이를 반영할 수 없었지만, 아파트 평면을 굳이 주택에까지 고집할 필요는 없다.
■ 단열재로 왕겨를 쓸 때는 방역을 확실하게 해서 벌레가 생기지 않도록 하고, 아예 태워 숯으로 만들어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 주차장 위에 앉힌 집이라 대지가 높고 전망이 좋다.
친환경 건축을 위한 재료 선택과 시도
기초와 토목에만 3천만원에 달하는 공사비가 지출되었다. 총 건축비의 1/3은 바깥 비용에 든 것이다. 실제 건물에 드는 건축비를 절감하되 친환경적인 재료를 찾던 건축주는 ALC블록을 낙점했다. ALC블록은 직접 집을 짓고자 하는 이들에게 인기를 끄는 재료로, 공기 구멍을 많이 가지고 있어 단열은 좋지만, 습기에는 약한 단점이 있다. 단층건물이라면, ALC는 구조적으로도 큰 문제가 없다. 외벽은 250㎜, 내벽은 100㎜의 ALC블록을 쌓고, 지붕은 30㎝ 두께로 왕겨를 넣고 온두린 지붕재로 덮었다. 왕겨를 택한 것은 건축주의 용기였다. 공사가 완료된 지금,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있지만 경제성과 시공 편의를 따져보면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 생태적 집짓기와 삶을 실천하고자 하는 건축주 부부의 책상
↑ 펜던트 조명이 독특한 1층 거실 전경
↑ 직접 주문 제작한 친환경 주방 가구
↑ 좌식 책상이 있는 자녀방
↑ 복도 끝에서 바로 마당으로 나가는 출입문
POINT 01 저렴하게 만든 모던한 대문
철제로 틀을 짜서, 천연 방부목으로 대문을 만들었다.
이는 저렴한 비용으로 간결한 선의 입면을 만들어, 주택의 멋진 얼굴을 보여준다.
2년에 한번 주기로 스테인을 칠하며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POINT 02 남향 데크는 필수 햇빛 막는 어닝
남쪽을 향한 데크는 외부 활동을 위해 어닝을 설치하면 좋다.
전동보다는 수동이 고장이 덜 나고, 천은 오염방지 기능으로 선택해야 내구성이 높다.
POINT 03 북쪽면을 향한 후면 데크의 활용
큰 길에서 보이는 후면 데크는 전망을 감상하기도 좋고, 취미 공간 및 저장 공간으로 활용해도 그만이다.
POINT 04 한약재 꾸러미는 실내 방향제
방문 틀에 말린 한약재를 묶어 걸어준다.
자연스러운 오브제 효과 뿐 아니라, 천연 방향제 역할로 집안의 잡냄새를 없애주는 기능까지 한다.
HOUSE SOURCE
지붕재 : 온두린
단열재 : 지붕(왕겨)
창호재 : PVC창호
외벽마감재 : 미장 후 페인트
내벽마감재 : 미장 후 페인트-Dryseal
바닥재 : 강화마루
주방가구 : 제작
데크재 : 방부목
HOUSE DATA
대지위치 : 경기도 용인시 동천동
대지면적 : 496.00㎡(150.04평)
건물규모 : 지하 1층(주차장), 지상 1층(주택)
건축면적 : 98.35㎡(29.75평)
연면적 : 98.35㎡(29.75평)
건폐율 : 19.82%
용적률 : 19.82%
주차대수 : 1대
최고높이 : 4.94m
공법 : 기초 - 온통기초
구조재 : 조적조(ALC블록)
단열재 : ALC블록 벽체, 왕겨충진 지붕, PVC 복합 창호
시공 : 건축주
설계는 집짓기의 첫 번째 단추, 잘못 꿰면?
좋은 설계가 좋은 집을 만든다. 그리고 그 설계는 당연히 건축가가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단독주택을 지으면서 건축가의 얼굴을 마주하고 설계를 진행하는 현장이 얼마나 될까. 법적 절차상 건축사가 그린 도면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실제로 건축사의 얼굴도 한번 보지 못한 채 건축을 진행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우리나라 주택 건축에서 설계가 이루어지는 과정은 다양하다. 우선 유명 건축가에게 의뢰할 경우, 비용은 수천만원이 들겠지만, 집은 그의 이름값에 상응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잘하면 건축가의 포트폴리오에 오를 수도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건축가가 건축주에게 꼭 들어맞는 설계를 하리란 보장은 없다. 세간에선 유명하고 친절하고 능력까지 있는 설계자를 만나, 사는 내내 '설계비로 낸 큰 돈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면, 그건 대단한 행운이라고 말할 정도다.
다음은 규모가 제법 있는 단독주택 설계•시공 회사에 건축을 의뢰하는 경우다. 이들은 건축사사무소와 협력 관계에 있거나 회사 내 설계부서를 따로 두고 있다. 모델하우스를 통해 건축주들과 접촉하는 업체가 대부분 여기 속한다. 설계 비용은 따로 책정해 받거나 전체 공사비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시공회사가 지역 건축사사무소에게 신고와 허가 대행을 맡기는 경우가 있다. 가설계는 시공회사에서 하고, 건축사사무소에서 이를 도면으로 그려 관에 제출한다. 이러한 건축사사무소를 '허가방'이라 부르고, 그 비용은 통상 350만원 정도로 형성되어 있다. 이들은 건축주와 만나는 일도 거의 없고, 현장도 나오지 않는다. 법적 절차를 위한 도장값으로 건축사 자격증을 임대하는 것과 같다.
자신의 취향과 맞는 건축가 찾기
좋은 공간을 누릴 수 있는 권리는 제대로 된 설계에서 나온다. 같은 설계 조건과 면적, 재료가 있더라도 건축주에 따라 또 설계자에 따라 그 결과가 너무나 달라지는 것이 주택 설계이다. 건축주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자신의 취향을 잘 구현해 줄 건축가를 찾아 원하는 주택의 밑그림을 최대한 전달해야 한다. 설계 비용이 부담스럽다면, 건물 내외부에 공들이는 마감재 비용을 아껴보는 것도 방법이다. 인테리어는 돈을 벌어 바꿀 수 있지만, 한 번 지은 집은 다시 짓기 어렵다. 반대로, 단독주택은 설계비가 높지 않아 용역 맡기를 주저하는 설계사무소도 많다. 설사 일을 맡더라도 사무실의 초급 설계자에게 실무를 맡겨 설계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의뢰하고자 하는 건축가의 실적을 열람하고, 시간이 된다면 건축물을 직접 답사해 그곳의 건축주와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것이 가장 좋다.
토목 설계도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관문
건축주들은 토목 설계를 흔히 포크레인으로 직접 땅을 돋우거나 축대를 세우는 등의 실제 공사로 이해한다. 그러나 이는 엄연한 설계의 한 분야로 우수관, 축대, 건축물 배치 등을 도면화하는 작업이다.
또한 집을 지을 수 없는 논, 밭, 임야를 집을 지을 수 있는 대지로 용도를 변경시켜주는 업무도 여기에 속한다. 애초 비싼 대지보다는 전•답이나 임야를 구입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많은 경우 거쳐야 하는 건축의 전(前)단계다. 차후 주택 설계 변경 등의 번거로운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애초에 토목 파트의 계획이 구체적으로 수립되는 것이 좋다. 특히 일정 규모 이상의 펜션, 전원카페, 음식점 등은 전용에 따른 규제 조건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주택 공사가 거의 마무리된 시점에서 토목 문제로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있기 때문에, 사전에 해당 관청에 확인을 받아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자료 : 1억원대 집짓기 워너비 하우스
전원의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