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방치 65년…이제야 이승만 다큐 ‘건국전쟁’
이승만 다큐영화 ‘건국전쟁’이 순항 중이다. 대견하고 기특하고 뿌듯하다. 이승만을 다룬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한 건 1959년 ‘독립협회와 청년 이승만’ 이후 처음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승만을 문화적으로 65년이나 방치해두고 있었던 것이다. 민망하고 쪽팔린다. 그 얘기는 이승만의 적들이 무려 65년이나 이승만을 원천봉쇄하고 있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놀랍고 대단하다.
그런데 대체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건국 대통령을 이토록 홀대하는 것이 어떻게 이토록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질 수 있었을까. 이 질문을 던지면 나오는 답이 항상 똑같다. 문화예술계가 좌편향되어 있기 때문이란다. 문화와 예술이 기본적으로 좌성향인 것은 맞다. 본질이 그렇다. 문화(culture)라는 단어 자체가 라틴어의 갈아엎다(cultus)에서 나왔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정적으로 약자를 옹호한다.
그러나 이건 답이 되지 못한다. 문화계가 좌편향이라고 해서 이승만 영화가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아무리 이승만의 적들이 철벽으로 봉쇄해도, 영화가 누구 허락 맡고 만드는 것도 아니고 매 10년마다 한 편씩 나와도 하나도 안 이상했다는 얘기다. 본질은 따로 있다. 이승만 영화가 안 나온 건 문화계 좌편향 때문이 아니라 문화계를 지원하는 우익의 돈이 터무니없이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좌편향이 아니라 자본 편향이다. 우익이 하도 돈을 안 내는 바람에 이승만 영화가 안 만들어진 거지 좌익들의 정치 공세 때문이 아니라는 거, 이제 솔직히 인정들 하자.
왜 좌익에 연예인들이 몰리는가. 거기 돈이 있기 때문이다. 경향파 연예인 하면 떠오르는 이름들이 있다. 꽤 많다. 이들은 다 이념적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문성근·박철민 정도 빼면 칼 마르크스의 철자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아니, 칼 마르크스 이름조차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일 것이다. 돈이 있으니까 몰리는 거고 그러니까 돈이 또 다시 거기로 몰린다. 정말 아름다운 선순환구조다.
우익과 달리 좌익은 돈을 참 잘 낸다. 김어준이 자기 방송에서 한 마디 하면 수십억 문화 제조 자금이 뚝딱 만들어진다. 우익에서는 사방에 읍소하고 다녀도 1억 만들기가 어렵다(창피해서 액수 올린 거다. 실제로는 이보다도 적다). 이것이 문화계 편향의 진실이고 본질이다. 60~70년대에는 먹고 살기 바빠서 문화 같은 거 돌아볼 겨를 없었다 치자. 하긴 독일 가고, 중동 가고, 베트남 가느라 바쁘긴 했다. 그런데 왜 지금은 여전히 돈 안 내시는데? 만날 문화가 중요하다 떠들면서 왜 지갑은 침묵하는데? 침묵만 하면 다행이겠다. 입은 닫고 지갑을 열어야 하는 중장년, 노년의 나이에 우익은 항상 반대다. 그래서 우익 문화계에는 돈이 없고 젊은이들은 떠난다. 구리기 때문이다. 냄새나기 때문이다.
‘건국전쟁’의 감독이 처음 구상한 영화, 지금 개봉하는 영화와 많이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돈이 부족했을 것이다. 그래서 담고 싶은 그림 마음대로 영상에 구현하지 못하고 영화의 ‘때깔’을 살리는 특수효과도 충분히 살리지 못했을 것이다. 작품 구상하고 디테일 짤 시간에 아마도 제작비 구하러 다녔을 것이다. 안 봐도 비디오인 그 노력과 열정이 대견하다. 이제 더 큰 그림으로 더 좋은 조건에서 영화 제대로 만들어주기를 진심 기원한다.
영화는 개봉했고 할 일은 하나다. 아는 사람 죄다 끌고 가서 ‘건국전쟁’ 보는 거다. 아는 사람 다 보여줬으면 길 가다 만난 모르는 사람도 끌고 극장에 들어가시라. 그래서 박스 오피스 1위하면 이승만에 대한 세상의 시선이 달라질 것이다.
젊은이들도 이승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것이다. 극장 들어가시면 광고 보는 시간에 할 일이 하나 더 있다. 65년 방치한 이승만에게 참회하시라. 그리고 우익 문화 예술계에도 참회하시라. 다음에 이런 영화 또 만든다고 하면 100억 제작비 모으는데 한 몫 제대로 하겠다고 다짐하시라. 글이 험해서 죄송하다. 문화, 예술 쪽에서 운동 비슷한 거 하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하도 데서 그렇다. 모쪼록 혜량.
출처:자유일보
[自由칼럼] 문화적 방치 65년…이제야 이승만 다큐 ‘건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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