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883) - 조선통신사 옛길 부산 - 서울 걷기 기행록(9)
- 주도권이 구미로 넘어간 선산 일원을 걷다(구미 옥계 - 구미 옥성 28km)
10월 5일(화). 아침에 안개 자욱하고 낮에는 더운 날씨다. 오전 7시 숙소를 나서 옥계공단의 간선 도로를 거쳐 한적한 농촌지역인 괴목리 등 여러 마을을 지나 해평면소재지에 이르니 오전 9시, 농협하나로마트에서 휴식을 취하는 중 선상규 회장이 대동여지도 해평현 지도를 펼치며 옛 고을이 상세하게 그려졌다고 설명한다. 이에 덧붙인 나의 소견, '은퇴 무렵 노후생활설계 프로그램에 여러 달 참여하였는데 그때 몇 개 항목의 구체적 활동계획에 제2의 김정호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하였다. 그때는 국내를 두루 살핀 김정호의 탐사를 본받아 세계 여러 곳을 돌아보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실제로는 은퇴 전 70여 국 순방 기록이 은퇴 후 10여 국 추가하는 정도에 그치고 국내는 물론 일본과 대만 등을 걸으면서 관찰하는데 주력하게 되었다.'
해평면소재지를 출발하여 외곽에 이르니 우람한 버드나무가 매혹적인 마을 입구에 해평동의 유래를 적은 현판이 있고 마을 안에는 조선 후기에 명망가로 활약한 전주 최씨의 고택들이 품격을 갖춘 모습이다. 마을마다 나름의 역사와 전통을 지닌 것을 깨치며 발걸음을 재촉, 3km쯤 걸어서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숭선대교에 이른다. 대교를 건너며 전후좌우로 살피는 풍광이 아름답고 강변에 들어선 조선 중기의 정자 매학정이 운치 있다.
숭선대교를 지나며 바라본 낙동강
강변의 태크길을 잠시 걸어 들판 지나 길게 뻗은 국도를 한 시간여 걸으니 고아읍소재지에 이른다. 고아읍행정복지센터 앞 현판에 새긴 글, 고아의 명칭은 고려의 아성에서 따온 것이며 금오산 문필봉의 정기가 흐르는 지역이라는 설명이 새롭다. 그 앞의 식당에서 점심식사, 12시 가까운 시간인데 고객이 없이 한산하다. 주인의 말,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없어요.
점심 후 고아를 출발하여 선산읍으로 향하였다. 한 시간여 걸어 선산읍내에 도착, 관문처럼 웅장하게 서 있는 낙남루에서 잠시 휴식한 후 선산객사에 들렀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221호인 선산객사는 18세기에 건립된 것으로 왕명으로 파견된 관원들의 숙소로 사용하던 것, 조선통신사도 이곳에서 묵었다.
선산읍사무소 옆에 있는 선산객사의 모습
오후 2시 지나 객사를 출발하여 옥성면 쪽으로 향하였다. 가는 길목에 사육신의 하나인 하위지의 묘소 입구가 눈에 띠고 누렇게 익은 벼를 수확하는 현장도 살핀다. 바야흐로 추수철이 시작되누나.
누렇게 익은 벼를 수확하는 현장
오후 4시 옥성면 대원리에서 8일째 걷기를 마감, 낮기온이 29도 까지 오르는 더운 날씨에 28km를 꾸준히 걸었다. 구미시 옥계를 출발하여 종일 구미시 관내를 걸은 셈, 예전에는 규모가 큰 도호부였던 선산군이 관할읍이었던 구미시로 편입, 첨단산업의 발전이 전통이 서린 고을을 흡수한 현장을 일별한 하루였다. 1967년 가을, 공무원 연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당시 산업단지를 조성중인 구미, 울산 등지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50년도 훨씬 전의 일, 은퇴 후 걷기의 일환으로 상전벽해의 현지를 이렇게 돌아보누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며칠간 숙소에 컴퓨터가 없거나 작동 오류로 기행록 작성이 여의치 않아 불편, 앞으로도 그런 상황이 재연될 수 있음을 양해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