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글 기록, 일기
<1961.1.2.일기 일부>
<나의 역사>를 써보려 하면서 과거의 추억을 엮어나가는 길에서 처음 찾아본 나의 과거 실증적 자료가 여기 옮기는 어린 시절의 일기가 되었으니.
지나간 나의 그 시절 글을 쓸 수 있기 시작했던 건 물론 글을 배운, 지금은 초등학교라 하지만 당시는 국민학교시절일 것이고, 그래서 남긴 글은 선생님이 방학숙제로 내어주어 시작됐을 타의에 의한 일기쓰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남아 있는 나의 일기는 자발적으로 처음 일기책을 사서 쓰기 시작한 6학년 졸업반으로 그해 중학교에 진학하던 1961년 1월의 것이다.
4학년 문예반 시절의 동시(童詩) 모음집도 있었다 기억하지만 다 없어지고, 남아 있는 글이 바로 이 일기이고 보니, 이 그대로가 내 지난 역사이기에 그대로 옮겨본다. 띄어쓰기 구두점 문단 구분 등 무엇 하나 제대로인 게 없지만, 그래서 더 진실이 담긴 추억이라 생각하니 더욱 소중하기만 하다.
1960년12월31일
[국민학교 6학년 졸업을 앞둔 시점의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일기, 공책에 썼다가 다음해 1961년 1월2일에 산 첫 일기책“自由日記”에 鐵筆(잉크 펜)로 옮겨 쓴 내용]
<1960.12.31.>
새해는 우리나라에서도 크나큰 명절이다.
그러나 우리집에서는 양력설을 쉬지[쇠지] 않고
음력설을 쉬는 것이다. 새해를 맞아서 어떤집
들은 양력설을 쉬는 집이 있었다. 나는 그런
집들이 부러웠다. 우리는 왜 양력설을 안 쉬느냐고
어머니에게 물어 보았다. 그러니까 어머니
께서는 양식 사람들은 양식 설을 쉬지
한국사람들은 한국설을 쉬어야지 하고
말씀 하시 바람에 나는 퍽 섭섭한 마음
이 든다, 나는 이다음에 커서는 꼭양식설을
쉬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1961년1월1일
[공책에 썼다가 다음해 1961년 1월2일에 산 첫 일기책“自由日記”에 鐵筆(잉크 펜)로 옮겨 쓴 내용]
<1961.1.1.>
오늘은 아버지에게 일기책 살돈을 탔다
혼자 시장의 머나먼곳을 가려니까 심심하던중
마침 아이들이 한 일개분대정도가 시장으로
내려 간다는 것이다
나는 기뻤다 여럿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지껄이며 네려가니 심심하기는커녕 즐겁고 재미
가 있었다. 아이들은 각각ㄷ 시장네 네려와서 흩어졌다
나는 시장을돌아 다녔으나 일기장은 있어도
일기책은없었다 나는 그냥 올라서서 아이들과
올라 와버렸다 올라 오면서 오늘일기를 못쓸
생각을 하니 섭섭한 마음 금치 못하였다
그러나 다른 공책에다 쓰면 되겠다고
생각하니 섭섭한 생각은 덜났다
1961년1월2일
[1961년 1월2일에 산 첫 일기책“自由日記”에 鐵筆(잉크 펜)로 쓴 내용]
<1961.1.2.일기>
오늘도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인하여 시장에 네려
가게되었다 네[내]려가다 반의 종규를 만났다
종규에게 문화의 향연에 대하여 물어 보았더니
사람들은 그런곳에 취미도 붙이지 않고 그냥 흩어져
집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자기도 거기서 시낭독도
못하고 떨고만 있다가 집으로 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지움] 네가 시낭독하러 오지않은것이
났다는 것이다 나는 그제서야 마음을
놓았다 시낭독에 안나왔다고 선생님께서
뭐라고 꾸중을 들을 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그보다 나는 면민들이 이런곳에 듣지도
않고 간 것이 무엇보다도 유감스러웠다
이러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문화가 뒤떨어진다는 것을 이것으로
증명할수 있다고 네[내] 자신은 스스로 주장하였
다 이렇게생각하면서 시장에가서 어머니
의 심부름을하고 또일기책을 찾으러 장거리를 해매
던중 일기책을 사게 되었다 일기책을 산 나의
기쁨은 말할수없이 흡족했다.
<1961.1.2.일기책>
[국민학교시절 4학년때부터 문예반이었고 동급생 박종규도 그랬다]
1961년1월4일
[어려서부터 만화그림에 취미가 있었음을 보여 준]
<1961.1.4.>
오늘은 만화를 그렸는데 한권은 그리
다가 잉크가 펴서 치우고 다른 것을
그렸다 아직초등학교 6학년이 만화
를 그린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우스울 것이다 그린다고 하여야 한권
만그려놓고 출판은 하지 않으므로
안그리는것과 마찬가지이다
1961년2월6일
[4.19 학생의거 1년후 정치사회 혼란상에 대한 순수한 느낌]
나같은 아이는 정치에참견할 수 없다
허나 학생의피를 흘려 세워논 정부가 이
러고 갈팡 질팡 쌀값이오르고 사람의
(국민)생활이 말이 아니니 피를 흘려 세워논
정부가 이꼴이니 피는 흘렸으나 헛된
피를 흘린거나 다름없다
<1961.2.6.일기책 안표지 419그림>
1961년2월14일
[놀랄만한 놀이생각]
초등학교로서는 마지막인 이해의 구정은 한번이라도
클럽을 짜사 싫건즐겨보고 싶었다 뜻깊은 계획
이라고 본다
1961년2월15일
[위험한 일탈의 고백도]
세배는 윗어름을 존경하고 이해를 행복하게
지내기를 비는 설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돈을
타기에 바쁘다 다음 구정부터는 그러지않겟다
어떠한 호기심에 이끌리어 장난감을 동생주려고
훔쳤다 아무 때고 갚으면 될것이다
2020.11.01. 정리
一鼓 金明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