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회중시계 아들은 손에 쥔 낡은 회중시계를 내려다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아버지가 평생을 보물처럼 간직하던 회중시계였다. 며칠 전 삶의 끝자락에서 아버지는 힘겹게 이 시계를 아들에게 건네며 간곡히 부탁했다. “아들아! 이 시계는 우리 가문 대대로 전해져내려오는 家寶(가보)란다. 이제 네게 물려 주려 하는데 그 전에 한 가지 부탁이 있구나.”“말씀하세요, 아버지!” “시내에 있는 보석상에 가서 이 시계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좀 알아봐 와라.” 아들은 아버지의 마지막 부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서둘러 보석상으로 향했지만 얼마 후 돌아온 그의 얼굴엔 실망감이가득했다. “아버지 죄송해요. 보석상 주인은 이 시계가 오래된모델이라 15만 원밖에 안 된다고 하네요.”아버지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았다. 이내 다시 눈을 뜨고 아들에게 말했다. “아~ 그렇다면 이번에는 전당포에 가서 같은 질문을 해보거라.”아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속으로 생각했다. 보석상에서도 별 볼 일 없는 시계라는데 전당포라고 뭐가 다를까?하지만 아버지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던 아들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그러나 전당포에서 곧장 돌아온 그의 표정은 더욱 어두웠다. “아버지, 죄송해요. 전당포에서는 고작 4만 원밖에 쳐주지 않겠대요.” “그렇구나!”아버지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침묵에 잠겼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버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한층 더 약해져 있었다.“아들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부탁하마. 이 시계를 시내에 있는 박물관에가져가서 그들이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거라.”아들은 아버지의 간절한 눈빛에 차마거절할 수 없었다. 박물관으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은천근만근 무거웠다. 얼마 후 집으로 돌아온 아들은 믿기지 않는 듯 눈을 크게 뜨며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다. “아버지! 아버지! 박물관 학예사가 이 시계를 보고는이게 굉장히 귀한 골동품이라며 3억 5천만 원에 사겠다고 해요!”아버지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아들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 손길에는 깊은 사랑이 묻어났다. “아들아! 지금부터 내 말을 깊이 새겨들어라.세상은 너를 향해 온갖 평가의 저울을 들이댈 것이다. 하지만 꼭 기억해라! 그 저울 위에 너 자신을 억지로 올려놓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이 시계처럼 어떤 이는 너를 낡고 쓸모없는 골동품처럼 여길 수도 있고, 어떤 이는 그저 평범한 물건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들아! 세상 어딘가에는 너의진정한 가치를 알아보고 너를 특별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분명 있다는 걸 명심하여라!”(받은 글)ㆍ
출처: 향유 냄새 나는 집 - 아굴라와 브리스가 원문보기 글쓴이: 아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