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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동체 느티나무공부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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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는 길이 너무나도 힘들었기에 잘 먹지 않던 아이스크림이 너무나도 맛있었다는 맑은샘!
‘느티나무 회원님들도 이 여정에 함께 하셨으면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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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읽는 창작동화 시리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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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이
민들레 (박순우) 선생님
1. 아이들이 골목마다 쏟아져 나와 눈 덩이를 굴렸다. 골목 여기저기에 눈으로 진지를 구축하고 눈싸움을 해댔다. 아이들이 던진 눈 덩이 때문에 자동차나 벽 위에 눈 자욱이 동그랗게 나고 나무에서 눈가루가 떨어졌다. <이게 웬 난리야. 도무지 우아하게 눈 오는 날을 즐길 줄도 모른다니까.> 나는 옷 위로 떨어져 내리는 흰 눈가루들을 털어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간밤에 내린 눈 때문에 우아하게 걸어가기는 틀린 듯 했다. 땅이 단단하게 얼었다. 닳아서 구멍이 뚫린 운동화라서 땅 위를 사뿐거리며 걷지 못하고 죽죽 미끄러졌다. 난 이럴 바에야 차라리 미끄럼을 타는 쪽이 훨씬 낫겠다 싶었다. <얘들아, 저기 도둑 강아지 간다.> 아이들이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이 진지 속에 숨어 있다가 눈 뭉치를 들고 뛰어 나왔다. 나는 한 쪽 발로 미끄럼을 타다가 고개를 들었다. 흰 땅 위에 서 있는 강아지가 보였다. 며칠은 굶었는지 강아지 배가 홀쭉해 보였다. <조오았어. 드디어 목표물이 나타났다. 눈 폭탄 맛을 보여주마.> 꺽다리가 주위를 둘러보다가 돌멩이 하나를 찾아냈다. 꺽다리가 돌멩이를 찾는 동안 강아지는 코를 땅 위에 처박고 킁킁거리고 있다. 혀로 눈을 핥아내 먹이라도 되는 듯 맛을 보고 있다. 햇살 한 줄기가 혀 위에 머물다가 이내 사라졌다. <이 눈 뭉치로 말하자면 돌멩이를 넣어 만든 특제 눈 폭탄이거든.> 꺽다리가 돌멩이 위에 눈을 뭉치며 떠들어댔다. <아싸, 맞췄다.> <웃기고 있네. 똘추야, 저게 맞은 걸로 보이냐? 멀쩡하게 잘만 서 있네. 잘 봐. 눈 폭탄은 이렇게 만드는 거야.> 갈색머리가 커다랗고 단단한 돌멩이를 골랐다. 돌멩이 위에 눈을 덮어 눈 뭉치를 만들었다. <히히.> 갈색머리가 눈 덩이를 강아지한테 겨냥하는 게 보였다. <그만 두지 못해. 이것들이 죽을라고.> 나는 미끈미끈한 땅 위를 달려가며 소리쳤다. 하지만 눈 덩이는 이미 날아가기 시작했다. 게다가 구멍 뚫린 운동화 덕분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눈 덩이가 날아가 흰 땅 위에 서 있는 강아지를 맞췄다. 그 순간 눈을 꽉 감았다. 돌멩이가 들어간 눈덩이는 엄청 아프다. 내가 맞아봐서 안다. 눈을 살그머니 떠 봤다. 강아지가 뒷발을 절뚝거리며 뛰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엉덩이에 묻은 눈을 털어 내며 일어섰다. <너희들, 다음에 만나면 죽을 줄 알아?> 아이들한테 주먹을 날리고는 강아지를 쫒아 달렸다. 강아지 다리에서 흘러나온 피가 눈 위로 떨어졌다. 강아지가 골목을 돌더니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낡은 상가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어어, 공부방으로 가잖아.> 나는 강아지를 쫒아 상가 건물로 들어섰다. 상가건물이 쩌렁쩌렁 울리고 있다. 길샘이가 공부방 문을 걷어차며 소리를 지르고 있다. <나한테 까불지 마. 가만 안 둘 거야.> 길샘이가 또 누구와 싸웠나보다. 공부방 문이 부셔져라 걷어차고 있다. 강아지는 일층에 서 있다. 바닥에 핏방울이 떨어져있다. <이리 와 봐. 치료 안 받으면 죽을 지도 몰라.> 나는 강아지 앞으로 다가서며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 강아지가 으르렁댔다. <아, 알았어. 가까이 안 갈게.> 나는 손을 감추며 뒤로 물러섰다. 유리문에 기댄 채 강아지를 보았다. 강아지는 바닥에 주저앉을 듯 몸을 떨고 있다. 병에 걸린 것 같다. <내가 여기 오나 봐라. 씨, 자기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 해. 자기가 여기 지배자야?> 길샘이가 은행나무 공부방 문을 세게 걷어차는 게 보였다. 간판이 흔들거렸다. 간판 아래쪽 도화지에 아이들이 그린 새 그림도 더불어 흔들렸다. 나는 유리문 앞에서 멍하니 선 채 길샘이가 입을 다물어 주기를 기다렸다. 저녀석이라도 시끄럽게 하지 않으면 강아지를 어떻게 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길샘이가 공부방 문을 걷어찰 때마다 새 그림이 날개를 퍼덕였다. 색색가지 구름들을 향해 날아오르고 있는 새 그림이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려고 하는 것 같았다. 새는 날개에 가난, 생명, 공동체라는 글자를 달고 구름들을 향해 날갯짓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림은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 같았다. 도화지가 오래 되어서 누렇고 바래보였다. <내가 누군 줄 알아? 장 길샘이야, 장 길샘. 나이 좀 많다고 지가 대장처럼 굴어? 소희 네가 은행나무 쌤이야? 내가 욕하던 말든 뭔 상관이냐고?> <컹컹.> 강아지가 길샘이를 보고 짖었다. <에이, 씨팔, 다신 안 온다.> <컹컹... ... . 컹컹컹.> <다시는 안 온... . 다구.> 길샘이 발이 땅바닥으로 내려왔다. 입에서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던 욕이 갈 길을 잃은 채 길샘이 입가만 맴돌았다. 길샘이가 강아지를 내려다보았다. 사방이 조용했다. 강아지가 울음소리가 서서히 작아졌다. 그리고는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건물 바닥에 쓰러졌다. 길샘이가 <쿵쾅> 거리며 층계를 뛰어 내려왔다. 층계 위에 놓은 화분 하나가 길샘이가 발로 걷어차는 바람에 일층으로 굴러 떨어졌다. 그제야 나는 강아지 쪽으로 달려갔다. <손대지 마.> 길샘이가 강아지를 만지려는 내 손을 탁 쳤다. <웃기지 마. 내가 쫒아왔어.> <그럼, 해보셔.> 샘이가 뒤로 물러섰다. 나는 강아지 쪽으로 손을 뻗쳤다. 새까만 털에서 냄새가 났났다. 털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손가락을 타고 부드러운 느낌이 올라왔다. 손가락으로 털을 헤집고 들어가면 따뜻한 몸을 만질 것만 같다. 순간 털에서 손을 떼었다. <네가 해.> 나는 강아지한테서 물러서며 길샘이에게 말했다. 길샘이 눈이 반짝하고 빛났다.
<다음 호에 계속>
* 민들레(박순우) 선생님은 책을 벗하며 오랫동안 느티나무 아이들과 생활하셨습니다. 지금은 금산에 있는 생태마을에서 농사를 지으며 창작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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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섭 선생님과의 인연
솔뫼초 교사 백종만
2000년 겨울 쯤 으로 기억됩니다. 나이는 서른에 번번이 시험에 낙방하여 가련한 신세의 저는 서강대 부근의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이 선생을 처음 만났습니다. 야학 교사시절에 <풀무학교>에 대해 알게 된 후, 아 하! 이거다! 하는 생각으로 대안교육을 만나게 되었고, 우연히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개최한 <대안교육교사준비> 4기 과정을 지금의 아내와 같이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IMF의 쓰나미가 온통 세상을 우울하게 만들던 터였고, 저 역시 피할 수 없었습니다. 각 종 비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하던 저는 제 인생의 돌파구를 찾고자 발버둥 치고 있었습니다. 무언가 의미 있고 삶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찾은 것이 대안학교 교사의 삶이었습니다. 3개월 과정동안 이 선생님을 깊이 알지는 못했습니다. 그저 기억나는 것은 같이 의정부행 전철을 몇 번 탔고, 의정부지역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공부방을 만들겠다는 이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었습니다. 제 코가 석자라 이 선생의 말이 그저 20대에 한 번쯤 입 밖으로 내뱉는 말이겠거니 했지, 지금의 느티나무 공부방을 10년간 가꾸어 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질 못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선생님은 대단히 의지가 강한 사람이고, 자기의 뜻을 굽히지 않고 살아가는 존경스러운 교육자입니다. 한겨레문화센터에서 대안교사 과정을 수강하고 2001년에 기독교계통의 대안학교에서 한 학기 정도 교사 생활을 하였지만, 준비 없고, 노력 없는 생활 속에서 얻은 것은 철저한 실패의 쓴 맛이었고, 대안학교 교사는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심정으로 여러 일자리를 전전하다 초등교사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들도 태어나고 이러저러한 일들로 9년의 세월이 화살처럼 흘러가 버렸습니다. 그러던 차에 올 초에 수락산채에서 이정섭 선생님을 아주 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그 날 밤부터 우린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정섭 선생과 이야기도 나누고 술도 마시고 놀러 도 다니고 그동안 많은 일들을 했습니다. 늘 자기표현에 인색하고 감정이 절제된 이선생과 감정 표현이 다양하고 천방지축인 나와 잘 섞이지 못할 것 같으면서도 그럭저럭 잘 지내온 것 같습니다. 그런 틈틈이 조금 이 선생님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왜 미안해야 하는지는 확실히 설명할 수 없지만, 왠지 그런 미안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지금의 내 모습이 이 선생의 삶보다는 안락하고 편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이정섭 선생님에게 자주 농담을 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제발 장가가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선생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무얼까 생각해 보면 저는 이 선생님이 사랑을 키워갈 가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어려운 공부방 살림과 불투명한 미래 등등이 이 선생님에게 선뜻 그런 결정을 하기 어렵게 할지 모르겠지만, 이 세상에 한 번 태어나서 결혼을 해 보는 것도 이 선생님의 삶을 보다 충실하게 할 것입니다.
* 백종만 선생님은 의정부 지역에서 새로운 학교를 만드는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느티나무 한글교실 <별밭> 자원활동교사이기도 합니다.
가장 낮은 사랑이 더 깊은 사랑입니다
내 사랑의 크기 만큼 그의 사랑이 같아야 한다고 요구하지 않으며 받아서 채워지는 사랑보다는 주면서 채워지는 사랑
그로 인해 오는 아픔과 슬픔에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랑
그렇게 낮은 사랑이 가장 깊은 사랑입니다. 내 가슴 비워가는 사랑이 가장 절실한 사랑입니다 그가 보고픈 만큼 그가 그리운 만큼 내 가슴 오려내주는 사랑 그와 같은 눈 높이에 서서 나 자신을 하나하나 비워감에 따라 그 자리에 어느새 그가 하나하나씩 쌓여가는 그런 사랑이 가장 절실한 사랑입니다
* 작은나무님이 느티나무 까페에 올려주신 좋은 글을 함께 나누고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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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교사 모꼬지를 다녀와서
자원활동가 이미선 님
수락산채에서 가을을 느끼다
배 숙 샘과 나는 의정부역에서 5시 20분쯤 만나 선발대로 출발하였다. 수락산채에 도착하니 사방이 울긋불긋 단풍은 절정을 이루었고 사방에 배추며 무, 파 등 김장거리들이 심어져 있었다. 흙길 사이로는 맨드라미 같은 들꽃들이 여기저기 흩여져 피어있었다. 배 숙 샘은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사진촬영에 바빴고 요즘 아이들과 함께 달 관찰일기를 쓰는 중이라며 달이 떠 있는 방향과 시간을 따져 보기도 했다. 저녁 강의에 사용할 영상기기를 설치한 후에는 잠시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수락산채 주위를 다시 둘러보았다. 그리고 차도 한 잔을 기울이면서 짐봇따리도 풀었다. 김치, 짱아찌, 과일... 샘은 일도 많이 바쁘고 힘드실 텐데 정말 대단한 분이란 느낌이 든다. 반 시간 가량이 흐르자 샘들이 삼삼오오 도착하기 시작했다. 양두승, 엄정원, 짱뚱, 백종만, 지영이와 재훈, 사과샘과 대모샘이 도착했다. 초면인 분들도 있어서 서로 인사를 나누었고 수락산채 두목(?)이라는 김종만 샘도 만났다. 그 분은 인사를 하시는 게 시원시원하였데 지금 돌아봐도 참 매력적인 분이라는 느낌이 든다. 만약 내가 넉살이 좀 있다면 나중이라고 술이나 차 한 잔을 청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애니어그램 교육은 저녁 7시 30분 부터 시작하였다. 약 20~30 사간이 필요한 기초교육을 부득이하게도 3시간 남짓한 너무나 짧은 시간을 활용하여 나를 살피고 주요부분을 이해하려고 했던 과정이어서 아쉬움도 컸다. 특히, 자원교사들이 진지하게 자신을 성찰하고 표현하는 모습은 너무나 부족한 교육 시간이 더욱 아쉽게 느끼게 하였다. 강사 선생님은 애니어그램 분야에서 인정받는 분이고 느티나무 실무자 선생님들도 교육 받은 적이 있는 분이라고 하였다. 짱뚱샘에게 얼핏 들었을 때 관상도 보신다고 해서 혼자 생각엔 왠지 철학관이나 점집을 떠올리며(^^;) 무서운 생각을 했는데 막상 오신 강사님은 너무 곱고 예쁜 분이라서 좀 어리둥절 했다. 그래서 아쉬움은 더욱 컸다. 애니어그램은 9가지의 본성을 표현하는데 우주를 표현한 것이고, 인간을 9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 것도 인간을 소우주로 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분류는 나는 어디에 집착하는가에 있고 먼저 크게 장형, 가슴형, 머리형의 3가지로 분류하고 다시 세분하여 완벽주의자, 사랑받고자 베푸는 형, 성공, 예술가, 지혜, 책임감과 신뢰, 재미, 힘, 평화의 9가지로 구분된다고 하였다. 나는 머리형에 속하는 것 같았으나 세분한 9가지 유형에서는 전혀 다른 것들이 나오는 것 같아 더 헷갈렸다. 대모샘은 내가 배운 습성들을 모두 버리고 나를 찾아야 한다고 하는데 아마도 난 훈련이 더 많이 필요할 듯하다. 대부분 샘들이 가슴형이라고 하신분이 많았고 두목은 장형이라고 한다. 그런데 두목이 어찌나 재밌었는지...ㅋㅋㅋ 지금 생각해도 너무 재밌다. 그리고 또 한 분. 내 옆에 앉아 2명이 짝을 지어 서로 얘기하고 들어주기 할때 내 짝이었던 백종만 샘도 재밌는 분이라고 느껴졌다. 2인 1조에서 대화를 해보니 요지파악은 정확하고 간결명료 하신거 같은데 아마도 전체 토론에서 발언할 때 서두가 너무 길었던 게 아닌가 싶다. 다행이 두목이 다 막아주긴 했지만..ㅋㅋㅋ 이번 교사 엠티에서는 두 분이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하다. 담장하나 넘으면 도로가 있고 찻길에 차가 쌩쌩 달리는데 그 안에 아늑한 수락산채가 있었다. 거기에서 우리는 내안의 나를 찾기 위한 가을 단풍 여행을 했다. 참가하신 선생님들 모두 교육에 깊은 애정과 열정을 쏟고 계시는 모습이 보였고 우리 교육에 밑거름이란 생각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느티나무 뿐만 아니라 참교육을 위해 애쓰시는 모든 샘들과 가을엠티에 초대해 주신 사과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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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랄라 들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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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래기와 자장면 짱뚱이(이덕숙) 선생님
요즘은 하루해가 짧다. 10월 내내 콤바인 뒤꽁무니를 부지런히 쫓아다녔고 두둑에 심은 콩은 탈곡기로 직행이다. 경운기 가득인 콩더미는 기계 맛을 보고 콩깍지 벗겨진 고운 콩이 두 손 가득 쏟아 진다. 탈곡기 소리가 어찌나 시끄러 운지 유리창 서른 장이 너끈히 깨지는 듯 와장창 끼리리릭거린다. 마른 콩풀이 바스러지며 사방으로 먼지를 날리고 자루에 들어가지 않은 콩은 한눈 파는 내 이마에 꿍하고 와 부딪는다. 콩이 날보고 정신 차리라고 말하는 듯. 가을 들녘 노란 물결 사이로 무와 배추가 여물어간다. 한 달 전쯤 땡볕에 그을려가며 심어 놓은 무를 한 번 솎아내면서 김치를 담갔다. 엉덩이에 깔개를 대고 오리걸음 걸으며 흙 속에 씨앗을 넣을 대는 ‘뭐 얼마나 잘 자라겠어. 내가 초보인데’ 그랬는데 적당히 비 맞고 자란 무 때깔이 곱다. 무는 어느새 내 토실한 다리만 해졌다. 수돗가에 수북이 쌓인 무를 나누러 동네 아주머니들이 우리 집으로 모였는데 무가 잘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모두 모여 후다닥 김칫거리를 다듬고 자장면 여섯 그릇을 시켜 나누어 먹는다. 아삭거리는 무김치를 우동대접에 수북이 담아 비벼놓은 양념장과 버무려 먹는 맛도 일품이다. 후식은 아랫집 아주머니가 준 철지난 아기수박으로 마무리. 사실 아주머니들이 모인 진짜 이유는 김치 때문이 아니고 읍내 장례식장에 가기 위해서였다. 그곳에 가서 손님접대를 도우려는 것이다. 밤 8시가 넘어 일곱 분의 아주머님들이 동네 어귀에서 읍내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았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초상이 나면 너나 할 것 없이 3일 밤낮으로 상주를 도와 여러 궂은일을 했던 아주머님들.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친분이 전혀 없는 안산댁 아주머님까지 함께 읍내에 간다. 누구나 나이 들면 떠나는 길. 먼 길 가시는 이의 마지막을 지켜줄 이가 동네에 몇이나 남을 것인가. 늦은 밤 무청을 옥상에 널어놓고 김치 한 보시기를 이웃에 드리고 돌아온다. 시래기는 잘 말려 앞동네 아주머님께 감자탕에 넣으시라고 드려야겠다. 시래기와 자장면……. 올 가을 이녀석들 덕에 기분이 좋다.
* 짱뚱이(이덕숙) 님은 다섯 해동안 느티나무공부방 실무자로서 활동했습니다. 지금은 서천으로 귀농하여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며 먹거리도 생산하고 있는 풋풋한 새내기 농사꾼입니다.
몽당연필
♣ 10월 23일 느티나무 교사를 위한 애니어그램 교육이 있었어요. 교육 받은 분들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11월에 두 번째 교육이 있을 예정. (열린학교 애니어그램 영성센터 신미영 선생님의 도움으로 진행됩니다.) ♣ 10월 31일 연극놀이 선생님의 초청으로 <해가 져서 어두운 날에 옷갈아 입고 어디 가오?> 라는 공연을 보았습니다. 비가 오고 감기도 걸려서 아이들이 많이 못가서 아쉬웠지만 열연하는 연극샘의 모습을 보니 기분이 환해졌답니다. ♣ 주민봉사모임 <희망지킴이>아저씨들이 썰렁한 공부방을 따뜻하게 고치겠다며 팔소매를 걷어 올렸네요.^^ 11월3일 아침부터 작업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 안녕하세요~ 오늘 첫 교육받은 대학생 박은경입니다. 카페에 좋은 볼거리가 많아서 자주 들러야겠네요 ㅎㅎ 다음주 수요일(4일) 저녁간식 메뉴는 미니피자와 각종 샐러드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의논하여 함께 먹거리 재료를 사고 만들어 먹는 과정이 두번째 예비교사 교육 과정입니다.) ♣ 11월 23일 월요일 정기교사 회의에서는 느티나무 한 해를 돌아보고 다음 해를 준비하기 위한 토론주제를 설정합니다. (회원님들도 토론주제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내용이나 다음 해에 느티나무가 나갈 방향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다음까페: 교육공동체 느티나무공부방-> 자유게시판에 올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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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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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이체> 이정근, 임영신, 배 숙, 김성배, 김점숙, 임길성, 정대영, 이경태, 금찬원, 의정부성당, 미래에셋, (주)삼지엔지니어링, 의정부공동육아 꿈틀어린이집, (재)한국의학연구소 박영섭, 심재동, 김형철, 노신범, 정창선, 황유선, 최은정, 신용철, 최영준, 소병길, 서창석, 구승모, 김경백, 이종렬, 임유미, 이철호, 김영순, 서상환, 박현순, 김진수, 황명수, 박상록, 이숙희, 남기광, 박민호, 김민철, 정종성, 배범진, 강종식, 이영숙, 강지나, 조재상, 김세근, 이상훈, 김연호, 엄영미, 홍수민, 김성기, 안규태, 조기만, 임윤희, 노지영, 김옥영, 신재혁, 조규철, 김종만, 남기월, 유소영, 박수영, 김미라, 유기현, 남경우, 김상남, 이녹지, 유정민, 김준상, 최도연, 박진수, 남명희, 고인호, 홍진미, 고영미, 류승용, 한인용, 이선미, 정영수, 최인숙, 이수희, 김응경, 이광식, 임시혁, 김선리, 강상규, 이미선, 장원상, 조영순, 이윤순, 엄정원, 조선혜, 차연하, 이연순, 심봄이, 유용준, 김동인, 백종만, 유병권, 박영호, 박성진, 이유선, 최홍성, 박영미, 박상민, 노승훈, 박경자, 지수연, 문인순, 박순우, 양선희, 서원기, 배은숙, (주)르네사스시스템솔루션즈 <물품후원> 어린이도서- 박진영, 생수- 송태석, 어린이 간식- 성상헌 * 느티나무 자원교사 모꼬지 장소를 제공해 주신 김종만 선생님과 꿈틀자유학교 식구들, 애니어그램 교육을 진행해 주신 열린학교 신미영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후원내역은 (9/16~10/15) 기간동안 정리한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후원란에 적지 못한 것이나, 소식지가 필요한 곳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계좌번호> 농 협 : 201014-51-156221 국민은행 : 204201-04-252769 <예금주 : 느티나무 공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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