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스타 윌 페럴이 오랜 친구 하퍼 스틸로부터 몇 년 전에 뜨악한 이메일을 받았다.여성으로 살고 싶어 성전환 수술을 할 것이란 내용이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궁금증이 일었다. 우정에 변화가 생길까? 그(그녀)는 어떻게 그렇게나 오래 비밀로 간직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 녀석이 여전히 싸구려 맥주를 좋아할까 아니면 이제는 와인만 홀짝일까가 궁금했다.
윌은 "이 모든 것이 내게 의미하는 것을 깨닫기 위해" 미국을 횡단하는 여정에 하퍼를 초대했다. 하퍼가 성 전환 전에 즐겨 찾던 바, 식당과 스포츠 경기장에서 시간을 보내면 하퍼가 어떤 대접을 받을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열엿새에 걸쳐 뉴욕에서 캘리포니아주 샌타 모니카 해변까지 달리는 여정을 기록한 조시 그린바움의 다큐멘터리 '윌과 하퍼'가 27일 넷플릭스에 올라왔다. 개인적으로 그랜드캐년과 샌타 모니카 해변에서의 장면이 굉장히 좋았다. 편견과 불편한 시선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고, 무엇보다 '스스로가 의심하고 두려워하는 일이 가장 무섭다'는 취지의 하퍼 고백에 마음이 먹먹해졌다. 웃음 코드가 우리와 다른 점을 제쳐두면 상당히 유익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윌은 이날 영국 BBC 인터뷰를 통해 그녀가 후속 이메일 답변을 통해 자신의 여성 이름을 알리며 "날 지지하는 일환으로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한 뒤 하퍼를 어떻게 응원할 것인지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진정으로 난 좋은 친구이고 싶었고, 우리에게 즐거운 여정을 제공하는 것이야 말로 그녀를 지지한다는 뜻일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지각이 흔들리는 느낌의 얘기였으며 우정이란 관점에서 역시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확실히 알지 못했다. 이기적이게도 난 이 모든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여겼고, 하퍼도 날 교육할 기회를 얻는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1995년 저유명한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 같은 주에 나란히 출연하면서였다. 하퍼는 앤드루 스틸이었던 그 시절, 수석 작가로 발돋움해 윌을 캐스팅했다. 그녀는 "만약 좀 더 일찍 그를 지지하는 일이 일종의 보상이었다면, 그는 그렇게 했을 것이다. 이 일(성전환 여성으로 그녀를 지지하는 일)은 내가 그에게 준 것보다 한참 나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하퍼는 셀 수 없이 많은 자동차 여행을 했지만 성 전환 이후로는 처음 주 경계선들을 넘나든 것이었다. 그녀는 "유명한 배우와 카메라를 든 이들과 함께 한 나라를 횡단한다는 것은 트랜스 인물이 홀로 이 나라를 횡단하는 것과 완전 다르다"면서 "나도 돈이 있고 더 안전하게 여행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트랜스 경험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많게 된다. 내가 그곳에서도 발각될 것을 걱정해야 한단 말인가? 물론 난 걱정했다"고 털어놓았다.
다큐의 한 장면, 하퍼는 오클라호마주의 한 바에 들어갔는데 그곳에서는 적대적인 분위기가 감지됐다. 그녀 혼자 들어갔고, 윌은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현지인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벽에는 친트럼프, 반바이든 포스터가 나붙어 있었다.
윌이 들어갔더니 하퍼는 누군가에 의해 남성으로 소개되고 있었다. 그녀는 단호하지만 친절하게 이를 바로잡았고 윌이 추임새를 넣었다. 그리고 대화는 이어졌다.
그러나 하퍼가 지적한 대로 카메라들과 유명한 얼굴(윌)이 얼마간의 보호 장치가 됐다. 이런 일은 육상이나 농구 경기에서도 비슷하게 겪을 수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최선의 행동을 하게 된 것일까?
"난 진짜 모르겠다"고 윌은 말하며 "그래 확실히 인위적인 여건이긴 했다. 동시에 한 사람은 '너네 여기서 뭐하는데, 뭘 찍는데'라고 물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누그러졌다. 그런데 카메라가 없었더라면 과연 그랬을까 싶은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텍사스주의 한 스테이크하우스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윌이 2kg의 스테이크를 한 시간에 먹어치우는 실험에 도전하자 주변 사람들이 몰려들어 둘이 먹는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했다. 그 뒤 며칠 동안 하퍼를 헐뜯는 댓글들이 쇄도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둘은 맥주를 마시며 댓글 일부를 낭독했다. 하퍼는 "트랜스 하면 이런 쓰레기 같은 소리를 삼켜야 해. 이런 트윗이 뇌리에 박히지"라고 말한다.
그린바움은 "촬영분만 240시간 어치!"라며 "아주 재미있는 사람들이었다. 심오하며 감정적인 대화들이었다. 10 중 7은 농으로 넘길 만한 것들이다. 코미디언들은 진짜 감정을 숨기기 위해 가면을 이용하는데 그런 두려움은 아주 빨리 사라진다. 난 그들이 어느 정도로 개방적인지 확신할 수 없었는데 그들은 진짜로 그곳에 갔다"고 말했다.
그러면 하퍼는 여전히 싸구려 맥주를 마셔댈까? 그녀는 "에스트로겐인지 난 모른다"고 웃어넘긴 뒤 "하지만 지금은 와인이 더 좋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