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승법(一承法)과 방편(方便)(8)/성철스님
내가 또 이렇게 말하니, "허, 그러면 다 필요 없네, 그 뭐 화엄, 법화도 필요 없고 조사어록도 필요 없다고 하는데, 그러면 그런 것 다 뭐할 필요 있나, '이 뭣고!'만 하면서 앉아 있으면 안 되겠나!"
그야 물론 그렇습니다. 그리하면 그만이지만 그러나 아직 그리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유치원에서 유치원 과정이 필요하고 초등학교에서는 그 수준에 맞는 과정이 필요하듯이 모든 방편이 다 필요한 것입니다. 아직까지 유치원 자격밖에 안 되는 사람이 일초직입여래지한다고 말만 그렇게 들었지 실제로는 그렇게 안 됩니다.
생각을 해보십시오, 조그만 돌도 하나 못드는 어린애가 큰 바위를 들려고 한다든지 태산을 짊어지고 가려고 하면 되겠습니까 안된다 이 말입니다. 이렇듯 자기 역량에 따라서 방편도 실이 되고 실도 방편이 되는 것이니, 우리가 모든 것에서 한 법에 국집해도 못쓰고 또 한법이라도 함부로 버려도 안 됩니다. 사람 사람이 그 정도에 따라서, 경우에 따라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것은 버려야 합니다.
원 근본은 "부처도 초월하고 조사도 초월해서 불타와 조사 보기를 원수같이 보아야만 참으로 공부할 분이 있다" 이 말입니다. 이것이 근본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그때서야 참으로 크게 눈을 뜨고 살불살조 하는 그런 대출격 장부가 될 것입니다.
이만 했으면 무엇이다 하는 것, 그에 대해 무엇을 취하고 어떻게 해야겠다는 것을 우리가 다 알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니, 강원에서는 경을 부지런히 익히고 선방에서는 화두 부지런히 해가지고 어떻게든 자기하는 공부를 하루바삐 빨리 성취하도록 노력합시다. <성철큰스님 1981년 음 11월 대중법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