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발길은
구월도 어느 듯 중순에 이르렀다. 가을이 오는 길목에 맑게 갠 날 보다 흐리고 비기 온 날이 많다. 지난 주말 고향에 들러 선산 벌초를 해 놓고, 그 전 주말은 경주 산내 친구 농장을 다녀왔다. 지난 주 벌초를 다녀왔던 이튿날 일요일 이맘때 피어난 들꽃 물봉선을 보려고 달천계곡으로 들었다. 비가 잦은 초가을 아침 꽃잎에 물방울이 맺힌 물봉선을 완상한 여유를 가졌더랬다.
내일이면 구월 셋째 주말이다. 아직 어디로 길을 나설지 정하지 못했다만 가을에 피어나는 들꽃이 손짓하고 있다. 도계동 만남의 광장에서 1번 마을버스를 타면 가술을 지나 종점 신전마을 못 미쳐 제 1수산교 부근으로 갈 수 있다. 본포를 향해 강둑을 따라 걸으면 너른 둔치엔 물억새가 바람에 일렁일 것이다. 자전거길 따라 가면 뒤늦게 피는 야생 동부꽃도 볼 수 있지 싶다.
1번 마을버스로 제 1수산교 못 가 송등마을에서 북부동으로 가면 울 넘어 농가 뜰에는 울 넘어 석류가 익어가고 고승 같은 늙은 호박이 애호박을 동자승 거느리듯 달고 있을 것이다. 길고 긴 강둑을 따라 유등과 가동을 지나면 연보라 쑥부쟁이가 한창 피어날 것이다. 거기 강 둔치도 이삭을 내민 물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늦가을에 노랗게 피어날 감국은 봉오리를 맺고 있을 것이다.
새벽녘 창원중앙역에서 동대구로 오르는 첫차 무궁화를 타고 한림정역으로 나가도 된다. 철길 따라 아스팔트길을 걸어 한림배수장으로 나가 모정마을이 나온다. 모정에서 생림으로 가는 고개를 넘어 마사마을에 이르면 역시 강변이 가깝다. 저만치 밀양강이 낙동강 본류에 합수하는 뒷기미가 보인다. 길섶에는 파란 달개비꽃이나 넝쿨로 뻗쳐 자라는 메가 피운 꽃을 볼 수 있으려나.
창원실내수영장에서 757 직행버스를 타면 안민터널을 지나 종점 진해 용원까지 간다. 부산 하단 지하철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 을숙도까지 가는데 시간이 그리 걸리지 않는다. 을숙도 탐방로를 둘러 낙동강 하구를 가로지른 둑을 건너 사하 장림을 거쳐 다대포까지 걸어도 된다. 크고 작은 모래톱이 너울거리는 물결에 몸을 맡기고 있을 것이다. 길섶에는 무슨 꽃이 피어날지 궁금하다.
창원실내수영에서 97번 버스를 타고 창원터널을 지나면 장유다. 김해 시내로 들어 수로왕릉역에서 경전철로 김해공항 근처 등구로 나가도 된다. 거북이가 뭍으로 올랐다는 땅이름이다. 낙동강 생태탐방로를 따라 걸으면 곧게 뻗은 강둑길은 소실점이 보일 정도다. 조락한 벚나무 낙엽들이 뒹굴 것이다. 맥도강 생태공원을 지나 명지포구 시장에서 용원을 둘러 창원으로 복귀하면 된다.
산자락은 어떨까. 마산역 광장으로 나가 76번 농어촌버스를 타면 진전 둔덕으로 간다. 산골로 향하는 차창 밖에 논에는 벼들이 고개를 숙여갈 것이다. 종점에서 함안 군북 오곡으로 가는 고개를 향해 오르다가 갈림길 미산령을 가는 임도가 나타난다. 미산령 가는 길섶에는 이맘때 한창인 마타리꽃과 며느리밥풀 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억새도 이삭을 내밀어 어지러이 일렁일 테다.
마산역 광장에서 74번 농어촌버스를 타면 진북 면소재지에서 의림사로 든다. 우뚝한 일주문을 지나 차피안교를 건너면 절간이다. 염불당 곁 언덕엔 꽃무릇이 꽃대를 밀어올리고 있을 것이다. 삼성각 아래 고목 모과나무에 달린 모과는 아직 고물이 덜 차 파릇할 것이다. 인성산 북사면 임도를 따라 부재고개로 올라가면 구절초와 산국은 때가 일러 꽃봉오리를 맺는 즈음일 테고.
집 앞에서 105 시내버스로 동정동으로 나가 북면으로 가는 농어촌버스를 환승해 천주암을 지나 굴현고개에 내려 볼까나. 인적 드문 평탄한 산길을 걸으면 길섶엔 밤톨이 떨어져 있을 것이다. 남해고속도로 창원터널로는 붕붕거리는 자동차들이 들락거릴 것이다. 산마루에서 북쪽을 더 나아가면 억새가 일렁거릴 테고 백월산과 다호리 갈림길이다. 승산마을의 지인 농장도 멀지 않다. 18.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