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국에 몇 안되는 라이브 지향 프로그램 중 하나인 윤도현의 러
브레터에 가수겸 탤런트인 신세대 스타 한 명이 나왔다. 그는 줄곧 최악
의 가창력을 선보였고 스스로도 그걸 인정하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관객
들은 환호했고 인터넷게시판에는 비난하는 시청자들에 대항하는 팬들의
옹호론이 팽배했다.
한국땅에서는 가수라는 직업이 노래를 잘해야하는게 아니라 춤을 잘 춰
야 하는 것이고, 잘 웃겨야 하는 것이며, 옷을 잘 입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
이 된다면 노래는 그저 라이브를 실행에 옮겼다는 것 만으로도 용기있고
가치있다는 팬들의 옹호론....그 대다수의 팬들이 중,고생이고 아직 가치
관의 정립이 덜되었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자라나는 세대의 생각이기에
더 위험한것이 아닐까...
mbc의 수요예술무대,그리고 kbs의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 두개의
프로는 한국 공중파 방송에 살아남은 몇 안되는 대표적 라이브 프로이다.
물론 러브레터의 경우는 영화나 앨범의 홍보성 출연도 간혹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음악을 듣고싶어하는 팬들에겐 그나마 값진 단비나 마찬가지이다.
그런 프로에서 라이브능력이 제로에 가까운 가수를 출연시켜 네 녹이
나 편집없이 방송했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다음 스테이지에 나온
한 여가수의 '가수는 노래만 잘하면 되기 때문에 몸매같은건 크게 신경한
쓴다'는 발언은 이날 러브레터 제작진, 그리고 앞선 가수의 태도와 상반된
다.도대체 러브레터의 제작진은 무슨마음을 먹고 그를 섭외했으며 심히
듣기 거북한 그 라이브를 편집없이 내보냈는가. 만약 그것이 프로의 시청
률을 의식한 행위였다면 필자는 러브레터의 제작의도 자체를 의심하지 않
을 수 없다.
대한민국은 이상한 나라이다.락,재즈, 블루스르 가리지 않고 해외뮤지
션이 내한하면 공연장을 가득메운 관객이 전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관
전문화를 선보이는 곳임에도 tv엔 그런 뮤지션과는 전혀 상관없는 댄스
가수,개그가수(본업보다 개그에 충실한 가수들),패널가수(여기저기 패널
로만 출연하는 가수)들만 그득하다. 이러한 언밸런스는 무엇을 낳았는
가....오늘 내가 다루고자 하는 것은 바로 그 언밸런스의 결과이다.
[꿈을 키워가는 직장인밴드.-왜 직장인 밴드는 생겨나는가.]
한국인은 흥이있는 민족이다. 그만큼 음악에 대해서도 한국인은 흡수력
이 뛰어나다.80년대까지를 지배한 강력한 국부독재 하에서도 이러한 한
국인의 특성은 좋은음악을 향해 지속적으로 움직였다. 저항적이고 반 봉
건적인 정신을 지니는 락음악에 대한 정권의 제한은 만만치 않은 것이였
지만 음악을 듣고자 하는 열망은 그것 못지않은 것이어서 각종 수단을 동
원하여 욕구를 충족하였다. 20대 후반 이상이면 한번쯤 기억에 남아있을
추억의청계천빽판이라던가 afkn 라디오에서 녹음한 팝송 등 현재의
mp3 세대들에겐 말해줘도 이해못할 노력들....
이렇듯 어렵게 구해들은 외국의 유명앨범을 토대로 그 시대의 젊은이들
은 기타를 연주하고 양철드럼을 두드리며 우드스탁의 꿈을 키웠다. 그렇게
송골매가 탄생했고, 백두산과 시나위가 나왔으며 봄여름가을겨울,신촌블
루스가 생겨났다. 6,70년대 락을 들었던 세대는 이렇게 자신들의 꿈을표
출해 나갔다. 그러나,거기엔 더이상 건널수 없는 한계들이 생겨나기 시
작했다.
그중 가장큰 한계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에는 더더욱 방송국에
라이브를 지원할만한 세트를 갖추지 못했던거. tv에 밴드가 나오면 각
악기별 밸런스가 맞지않아 썰렁한 음악이 들리게 되는데 이는 라이브 밴드
의 고출력을 감당할만한 설비를 방송국이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약점은 방송국들이 손쉽게 사운드를 잡을수 있는 mr을 사용한
가수를 선호하게 만들었고 밴드의 웅장함과 화려함을 메우기 위한 안무가
들을 무대에 가득 채우게 만들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립싱크를 전면적으
로 퍼트리고 댄스뮤직을 주류음악으로 자리잡게 하고 만 것이었다.
이것을 완성기키기 위한 방송국의 노력도 한몫 단단히 했다. 우선 각종
개그프로에서 락커를 패러디의 차원을 넘어선 비하의 수준으로 차용하기
시작했고, 레게와 힙합음악을 위시한 흑인음악이야말로 진정한 음악인 것
처럼 대대적인 활동을 벌이던 시기도 있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어떤 프로그램을 막론하고, 어떤 게스트를 막론하고,
일단 브라운관에 나오면 춤을 선보여야 하는 풍토를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이런 풍토속에 뮤지션들은 가수들의 세션으로, 미사리의 카페로, 그리고
가라오케와 이벤트 회사로,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처럼 사라져 가야
만 했다.
어려서부터 음악을 듣고 연구하고 연습하고, 거기에 천부적 재능이 덧붙
여진 진정한 뮤지션은 어느 한 구석 지하 연습실에서 끝나고 말지만,부모
를 잘 만난 한 여가수는 가수로 실패하자 연기를, 그리고 그연기가 성공
하자 그 인기를 등에 업고 낸 앨범으로 가수대상을 수상하는 것이 현실이다.
왠만한 탤런트들은 자신들의 인기가 올라가면 곧바로 앨범을 내고 가수
겸업을 선언한다. 결국, 가요계는 실력보다는 돈과 연줄이 지배하는 곳이
되었고 이러한 인식은 많은 실력있는 뮤지션들과 예비 뮤지션들을 음악이
라는 필드로부터 발을 돌리게 만들어 버렸다. 열심히 해도, 재능이 있어도
어차피 성공할수 없고 빈곤과 사회적 냉대가 따라다니게 될 곳, 그곳이 바
로 한국의 가요계이다.
그리고 이렇게 음악의 메인필드를 떠난 이들은 과거의 꿈을 잊지 못하
여, 혹은 현실세계에 대한 도피의 안식을 위해, 그리고 아직도 남아있는 그
들의 열정을 불사르기 위해 메인스트림을 위한 밴드가 아닌 순수친목에 가
까운 취미밴드를 결성한다.
한국에는 아마프로/준 프로/프로지향 밴드의 수만큼, 혹은 그 이상
많은수의 취미밴드가 존재한다. 그들은 경제활동을 겸하기 때문에 시간에
많이 쫓겨 완벽한 카피나 초 고난도를 하는것은 어렵다.(물론 간혹 초고
난도의 취미밴드가 존재하기도 한다.)그러나 그만큼 경제적 여유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에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에너지가 있다. 보이
기 위한 연주도, 돈을 벌기위한 연주도 아닌 순수하게 자기 자신을 위해
연주하는 그들의 에너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음악을 듣고 그것에 매료되
어 동경의 대상 그 자신이 되고싶어 통키타로 리프를 두드리고 막대기로 양철
통을 두드리던 순수하던 그시절, 그들은 그 시절처럼 아무런 것도 바라지
않고 음악 자체만을 향한 연주를 하고있는 것이다. 꿈은 시들고 나이는 들
어버렸어도 가슴속에 뜨거운 에너지가 남아 있기에 그들은 왠만한 프로밴드
이상의 추진력을 발산하며 활동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들의 활동은 인정받지 못한다. 프로를 지향하는
젊은밴드들은 직장인밴드를 도피자들이나 패배자들 인양 바라보고있
으며 사회로부터는 특이한 취미를 가진 일종의 왕따집단에 다름아니다.
그 특성상 연습량이 부족해 오브리가 많은 그들에 대해 실력이 없다며
딴지를 거는 이들도 적지않다. 그러나 그들만큼 음악을 꾸준히 생활화 하
는 사람들이 또 있는가? 그들만큼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연주하는 사람들
이 있는가? 그들만큼 자기 자신에게 충실한 연주를 하는이가 있는가?
결국 현재의 직장인밴드 멤버의 상당수는 문화적 다양성과 고급성을 이
끌어야 할 방송이 자기편의를 위해 행했던 정책의 희생양인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현실을 향해 불평하고 뒤돌아 주저앉기 보다는 현실을 짊어지고
자신의 의지를 끝까지 추진하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이딴의 직장인
밴드들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그 실력의 고저를 떠나 그 정신만으로도 그들은 이미 뮤지션의 대열에
올라설수 있는것이다. 이제 그들을 향해 박수쳐주자. 그들을 향해 고함
지르고 그들의 열정에 섞여 뛰어보자.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되어버린 밤무
대의 뮤지션에게도 낭만이 있듯 직장인 밴드에게도 낭만과 드라마가 있는
것이다.
적어도 이땅에 십만명 이상은 존재할 직장인밴드의 멤버들...그들은 오
늘도 가슴에 열정을, 그리고 등에는 현실을 짊어진 채 과거의 영광을 향해
자신들을 부르짖는다........
첫댓글 -_ㅠ
아~가슴이 미어지네요~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열심히 활동합시다... 직밴 화이팅!!
역사적 문제의식 내가 이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유 ..... 조금은 오버한 듯한 느낌이지만 그것이 더욱 아름다워보이는 거대한 강물에 우리가 한점 꽃잎이기를 그꽃내음으로 한 시대를 향기로 가득 채웠다고 우리가 자부할수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