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출 [수필]
-아담-
아하, 바다가 끓고 있다.
부글부글되며 새생명의 잉태를 고뇌했던
그 아픔이 이제는 고통으로 몸서리친다.
아으하, 아으하.
그렇게 바다는 자신의 핏덩어리를 해산하려 몸부림쳐댄다.
그리고 그 아픔에 견디지 못해 하늘도
또한 붉은 빛으로 물들어간다.
숨막히는 그 한순간을 견뎌내며,
대양의 여신은 자신의 아픔 닮은 알덩어리를
자궁으로부터 불쑥 내뿜는다.
아흐, 오케아누시스의 고통이여.
모신으로부터 떨어지려는 태양신의 아픔은
그대로 초조감이 되어 모신을 붙들고 있다.
그 앓음이 너무도 심하여 그 둥그란 미모가 일그러져 간다.
그렇게 두둥실 두둥실 아폴론은 자신의
모신과 이별을 고하며, 마치 처녀의
자궁만을 탐하던 제우스의 탐욕처럼
하늘을 흠모해 달려갔다. 그의 붉은 안광은
온 세상에 축복보다는 안락에서 깨지기를
원치 않는 만물에게 강제로 새벽을 드리웠다.
아흐아, 그렇게 세상은 깨지고 있는 모양이다.
아침이라는 하루의 시작을 위해.
인티는 오늘도 인티우아타나에 머물고 있는데,
아직도 머물지 못하는 인간들의 마음은 영원한
항해를 거듭한다. 찬란한 수린(水鱗)이 태고적
숨결을 간직한 채 빛나는데, 바다의 거품에서
태어난 뭇신들의 설움은 그대로 태양의
궤도를 바뀌어 버린다.
아으하, 환인의 망각이 이토록 큰 것이라면,
아직도 비추이는 그의 영화는 어디로 보낼 것인가?
세상은 그저 있는대로 흘러가건만,
없는 것을 있다하고 있는 것을 없다하는
만물의 조악한 성태만이 이지러져 보일 뿐이다.
현빈(玄牝)으로부터 올라오는 거대한 태양에
갈증을 느끼는 나, 너가 바로 우주인 것을
그 도리를 깨닫는 자가 바로 초인인 것을.
아으하, 하늘과 땅과 내가 바로
태양을 보고 있구나. 아강.
배에서 쳐다보는 일출이 장관이다.
하늘의 한모퉁이에서 시작한 그의 산통이
그다지도 신비롭게만 느껴진다.
태양은 마치 아픔을 견디지 못하는 산아의
고통처럼 붉게 변해 일그러져서 나오고 있었다.
이 붉은 초광의 산란이 눈부시지는 않지만
엄숙함을 강요하는 듯 하다.
오글쪼글한 그 형태가 마치 처음 세상빛을
보는 갓난애의 피부처럼 오글쪼글해져 있다.
양수에서 10달동안 살아온 태아보다,
단 하루밤만을 양수(바다)에 담겨졌다 나온
태양이 더 오그라져 보이는 것은 그가
내딛는 하루의 임무가 무거워서인가.
천지의 뿌리에서 하루의 일상을 위해
생명나무의 단물을 밤새 흡입한 태양은
그 불어터진 모신의 젖줄을 잊지 못해 안달을 하지만,
거대한 우주의 힘은 그를 母神의 자궁에서
힘차게 뽑아냈고, 그때문에 양수는 펄펄 끓어댔다.
그리고 마침내 아앙 아앙 하는 소리와 함께 천지가 깨어났다.
그리고 하루가 시작되고, 배에서 그것을
지켜보는 내 머리속에는 누군가 이런 소리를 질러댔다.
야, 삼견(三見)이야,
삼견.
그럴까?
과연 하늘과 땅과 내가 그것을 쳐다보고 있던 걸까?
아니면 태양이 나를 쳐다보고 있는 걸까? 으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