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노 사피엔스’와 문명의 대전환기
‘진화’에 역변은 없다
“우리가 특별히 잘못한 게 없는데도 대륙의 문명이 급격하게 변했을 때, 항상 위기가 옵니다. 한반도에서 오순도순 청동기 문명을 멀쩡히 누리며 살고 있는데, 대륙에서 철기병들이 내려오면 문명의 교체가 시작되는 것처럼요. 그때 우리는 철기의 엄청난 위력 앞에 절망과 고통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_본문 중에서
태초에 하느님이 호모 사피엔스를 창조했다면, 스티브 잡스는 포노 사피엔스를 창조해냈다. 스마트폰을 마치 신체의 일부처럼 여기는 인류, 포노 사피엔스는 불과 10년 사이 엄청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촉발시켰고, 이로 말미암아 인류 사회는 거대한 근간의 변화를 겪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니 블록체인이니 듣기만 해도 아리송한 기술의 변화와 더불어, 시장 생태계의 중심에 등장한 ‘신인류’로 인해 전 세계 비즈니스 질서와 자본의 무게가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문명의 교체가 일어나는, 바야흐로 ‘혁명의 시대’다.
이 혁명은 먼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우리 일상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지상파TV와 신문의 광고수익은 거의 절반으로 떨어졌고, 검색 포털(네이버)과 유튜브의 점유비율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8년 유튜브의 동영상 점유비율은 무려 85%에 이르렀다. 금융은 어떨까. 2018년 기준 무인화서비스(인터넷뱅킹과 자동화기기)가 차지하는 업무비중이 80%를 넘어섰고, 지점 창구 처리 비중은 9.5%까지 내려갔다. 실제로 한국씨티은행은 이미 지점 80%를 폐쇄하고 온라인뱅킹을 강화했다. 얼마 전 한 은행이 파업을 벌였을 때 대부분 시민들이 아무 불편함이 없다는 반응을 보여 은행업계를 경악시킨 것도 같은 이유다. 유통 역시 마찬가지다. 대형마트의 매출은 줄고 온라인 판매는 급격히 증가했다. 미국의 백화점은 3분의 1이 문을 닫았고 소형매장들의 폐점은 더욱 심각하다. 중국은 모든 상거래에서 알리페이, 위챗페이와 같은 스마트폰 결제를 표준으로 하고, 심지어 상하이에서는 길거리의 거지마저 QR코드 목걸이를 걸고 다닌다. 우리나라 역시 2018년, 드디어 온라인소비 연매출 100조 원 시대를 열며 혁명의 물살에 합류했다. 혁명이라고 하는 것은 특별한 비즈니스 세계에서가 아니라, 이렇듯 우리의 ‘매일매일’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일상의 변화를 만든 근본 원인은 권력이나 자본과 같은 특정세력이 아니라 ‘포노 사피엔스’라는 신인류의 ‘자발적 선택’이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TV와 신문을 끊고 스마트폰을 미디어와 정보의 창구로 선택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은행지점에 발길을 끊고 온라인 뱅킹을 선택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는데 마트와 백화점 대신 온라인 쇼핑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 선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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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자발적 선택에 따른 이러한 변화를 우리는 ‘진화’라고 한다. 무서우면서도 기막힌 사실은 기나긴 인류의 역사를 봤을 때, ‘진화’에는 단 한 번도 ‘역변’이 없었다는 것.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돌이킬 수 없는 문명의 대전환기를 살고 있다. 막아서느냐, 받아들이느냐의 선택은 우리의 몫이지만 새로운 문명의 도래는 ‘이미 정해진’ 인류의 미래라는 뜻이기도 하다.
https://youtu.be/JnEoyj5FdII
지금은 ‘부작용의 뒷면’을
읽어야 할 때다
“여전히 스마트폰 없이도 살 수 있기는 하지만 그들에 비해 왠지 불편하고 어려운 일이 많아집니다. 익숙하던 시장이 파괴되고 사라지고 있으니 살기 어려워진다는 불만도 당연히 제기됩니다. 일상이 바뀌면서 내 일자리에도 위협이 찾아옵니다. 혁명이 번지기 시작한 것이죠.” _ 본문 중에서
이러한 문명의 대전환기 속에서도 스마트폰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평가는 다소 부정적이다. 스마트폰으로 확산된 온라인 게임은 젊은 사람들의 정신과 마음을 갉아먹는 중독제 취급을 하고, SNS는 인생의 낭비이며 진실한 인간관계를 방해한다고 말한다. 가족과 친구의 전화번호 하나 외우지 못하는 것도, 스마트폰에 대한 지나친 의존성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어린아이가 최대한 멀리해야 하는 물건, 어른들을 멍청하게 만들고 서로 멀어지게 만드는 디지털기기… 스마트폰 사용의 부작용에 대한 시각은 이미 우리 사고를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찬찬히 되짚어보면, 이러한 인식들은 ‘반’만 맞다. 사실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인해 과거보다 훨씬 많은 양의 데이터를 매일 같이 소화하고 있고, 심지어 전문가들만 독점해왔던 고급 지식도 언제든지 얻을 수 있다. 실제로는 우리 뇌가 그 어느 시대 인류의 것보다 박식하고 지혜롭게 활동 중인 것이다. 그럼 SNS는 정말 우리의 인간관계를 ‘가볍고 얕게’만 만들고 있을까? 간편해진 연락 수단으로 더 자주 연락을 주고받으며, 가족과 친구들 여럿이 동시에 대화를 할 수도 있다. 지구 건너편의 사람과 친구를 맺고 정보를 주고받기도 하며, 멀리 떨어진 가족과도 쉽게 얼굴을 보며 소통할 수 있다. ‘디지털 루저’, ‘게임 폐인’ 등으로 취급했던 사람들은 이제 유튜브와 개인 콘텐츠 등 억대 연봉을 올리는 ‘크리에이터’로 부상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스마트폰의 부작용만 더 크게 생각해왔을까? 익숙한 생태계에 커다란 위협을 주는 파괴적 변화 앞에서, 인간은 일종의 자기방어 본능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기존 질서의 붕괴에 대한 위기감이 ‘부작용’이라는 명분을 쓴 방어막을 구축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마트폰 문명에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는 끊임없이 신문명에 대한 부작용을 크게 언급하며 ‘규제’의 필요성만을 조명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전 세계의 36억 명 인구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포노 사피엔스 문명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스마트폰 관련 기업을 세계 최고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음과 동시에, 포노 사피엔스의 문명에 반하는 기업들은 소리 소문 없이 쇠락하게 만들었다. 이들이 이제 세상의 비즈니스를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포노 사피엔스의 문명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느냐의 여부에 따라, 앞으로 전개될 미래에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명운이 달려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도 된다고
‘데이터’가 말하고 있다
“자본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포노 사피엔스 소비 문명을 따라가는 기업들에게 투자하겠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명심해야 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 향하는 방향입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들도 포노 사피엔스 시대의 문명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제 과거와는 다른 패러다임의 새로운 생각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_본문 중에서
이 책의 저자 최재붕 교수는 첨단기술 연구에 매진하던 엔지니어였다. 그러던 중 2005년 최재천 교수와 함께 한 공동연구를 통해 ‘인류의 진화’라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고, 디지털기술이 만들어내는 모든 변화를 기술이 아닌 ‘사람’을 중심으로 풀어보기 시작했다. 특히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류에게 일어난 급격한 변화를 인지한 후, 그에 대한 모든 현상을 진화론, 심리학,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와 접목하며 연구해왔다.
그는 인문과 공학을 넘나드는 통섭적인 분석과 심도 있는 데이터 추적을 통해, 5년 동안 ‘포노 사피엔스’라는 신인류와 그들이 건설한 새로운 문명의 단초를 규명하는 것에 몰두했다. 아이폰 출시 이후, 지난 10년간 발생한 급격한 시장 변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가 무엇을 원하고 있고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인류의 소비욕망과 그에 따른 소비방식이 스마트폰으로 인해 어떻게 변화했는지, 이로 인해 초연결사회가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를 이 책에 담았다. 시장혁명으로 인해 바뀌는 질서를 두루 돌아보고 이러한 변화를 기반으로 성공한 기업들을 보며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을 모색했다.
이미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수천 권의 책들이 등장했고 또 더 많은 혁명에 관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 분명하다. 그 가운데 이 책만이 가진 특징은 혁명의 출발을 바로 ‘인류의 변화’에서 풀었다는 데에 있다. 포노 사피엔스가 이끌어내는 시장의 새로운 질서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매력적일 만큼 일관성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선명하게 잡을 수 있다.
저자는 “이제는 시장 깊숙이 진입한 혁명을 철저히 ‘포노 사피엔스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우리가 포노 사피엔스의 시각으로 세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혁명의 시대 속에 위기보다는 기회를 볼 수 있도록, 혼란스러움보다는 현명함을 지닌 채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