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남자의 고백
나에게도 어여쁜 여자 친구가 생겼습니다.
아빠 말고는 남자라곤 만나본 적 없다는 그녀에게
내가 첫 번째 남자친구가 된 것이지요. 아흐~
그래서 손을 잡을 때도 조심스러웠고,
항상 그녀의 순수한 모습을
다치게 하지 않을까 염려했지요.
그녀를 만나기 시작한 지 2주 쯤 지났다.
이번 주말에는 뭘 할까 궁리를 하던 끝에
기차를 타고 춘천에 가기로 했어요.
아침 일찍 출발한 우리는
참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많은 추억을 가슴에 간직한 채
저녁이 되어 춘천역으로 왔어요.
열차가 떠날 시간이 한 시간이나 남아
역주변을 거닐었지요.
아시다시피 휑한 역주변에는
여관과 식당들만이 즐비할 뿐...
아직은 매서운 겨울이라 밖에 있기도 그렇고...
여관 간판을 바라보며...
"저기서 쉬면 따뜻할 텐데"...하는 생각을 슬쩍 하다가도
천사 같은 그녀를 보면
그런 생각을 한 나 자신이 죄스러워졌습니다.
"춥지?
아직도 한 시간 정도 남았는데...
뭘 할까?
커피숍 갈까?"
"아니. 시간도 애매하고 커피숍 가면 돈 아까워"
그런데 그녀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습니다.
"우리 여가네서 쉬었다 갈까요?"
순간 아찔했다.
"헉! 아, 아니... 나야 좋긴 하지만....
우린 아직 뽀뽀도 안했는데...
어떡하지?
나야 좋긴한데..."
당황한 나는 어쩔 줄 몰라 하며
그녀를 바라보는데 그녀가 다시 말했습니다.
"왜 그래요?...
여간(역 안)에서 쉬었다 가자는데....."
사진 / Blue Bull / 북해도, 후라노 - 철도원
영화 鐵道員 예고편
첫댓글 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