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 시리즈의 맥고나걸 교수로 잘 알려진 영국 배우 매기 스미스가 27일(현지시간) 9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BBC는 문자 속보를 내보낼 정도로 영국의 추모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찰스 3세 국왕을 비롯해 키어 스타머 총리, 대니얼 래드클리프, 우피 골드버그 그, 휴 보네빌 등 동료 배우들과 원작자 JK 롤링도 추모 열기에 함께 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고인의 두 아들은 이날 낸 성명을 통해 “어머니는 오늘 이른 아침 병원에서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며 “가족과 친구가 임종했다”고 밝혔다. 1934년 잉글랜드 태생인 스미스는 1950년대 영국 연극계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후 70여년 영미권 연극과 영화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미국에서는 아카데미상 두 차례와 에미상 네 차례, 토니상을 수상했다. 아카데미상으론 1969년 ‘미스 진 브로디의 전성기’로 여우주연상을, 1978년 ‘캘리포니아의 다섯 부부’( California Suite)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영국 여배우가 미국 아카데미상 수상의 영예를 누린 것은 그녀가 네 번째였다. 1978년 여우조연상 부문에서 유력한 후보는 '디어 헌터'에서 애인을 베트남에 보낸 여자 역을 맡은 신인 메릴 스트립과 '천국의 사도'에서 희극 연기로 전환한 다이언 캐넌이었는데 뜻밖에 수상자는 스미스였다. '오델로'. ‘전망좋은 방’, ‘고스포드 파크’ 등 후보에 오른 것도 여러 차례였다. 영국아카데미(BAFTA)상은 일곱 차례 수상했다.
노년기에 들어선 2000년대 이후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마법학교 호그와트의 엄격하면서도 다정한 미네르바 맥고나걸 교수를 연기해 인기를 누렸다. '해리 포터' 시리즈 촬영 중이던 2007년 유방암 진단을 받은 뒤 항암치료를 이어갔다. 그녀는 방사선 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지는 등 힘든 투병 과정에도 '해리 포터' 시리즈의 최종편인 '죽음의 성물'에도 반드시 출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는데, 실제로 최종편에서 호그와트를 지키는 주문을 외치며 "이 주문을 정말 써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모습은 여전히 국내 관객들의 뇌리에 명장면으로 박혀 있다.
시대극 ‘다운튼 애비’ TV 시리즈에서 꼬장꼬장한 백작부인 바이올렛 크롤리 역으로 호평을 받았다. 실제로 1990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서 ‘경’(Sir)의 여성형 훈작인 ‘데임’ 칭호를 얻었다.
스미스는 동료 배우였던 로버트 스티븐스와 첫 결혼에서 두 아들 토비 스티븐스와 크리스 라킨을 얻었고, 이혼 후 극작가 베벌리 크로스와 재혼했다가 1998년 사별했다.
한편, 고인과 '해리 포터' 시리즈를 함께 했던 마이클 갬본(알버스 덤블도어 역), 로비 콜트레인(해그리드 역), 앨런 릭먼(스네이프 역)도 최근 세상을 떠나며 팬들에게 안타까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