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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주말... 오전 느즈막한 시간.
창밖의 하늘을 잠시 바라 봅니다.
검은 먹구름 사이로 파아란 하늘이 고개를 내밀고..
가을 하늘의 모습입니다.
왠지 여기 저기가 근질 거리는게. 가을이 궁금해 집니다.
"하늘이 높은게... 야! 정말 멋진 가을 하늘이네.."
이 소리에 옆지기 벌써 외출 준비를 합니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약간의 과일, 물, 과자 등을
서둘러 준비하는 모습입니다.
비는 내리지 않을듯하니 좋은 날이 될게 뻔하거든요.
무작정 떠나는 나들이... 목적지가 있을리 없지요.
여기 저기 길이 막히기 시작하니, 차가 덜 막히는 쪽으로..
팔당대교를 건너며 멀리 팔당 땜을 바라보니
몇개의 수문을 열어 놓아 물보라가 멋지게 보입니다.
양수리를 지나면 무수히 피어있는 연꽃이 반깁니다.
백련, 홍련들이 어우러져 장관입니다.
먹구름 사이로 보이는 코발트 빛 하늘
티끌하나 없는듯이 깨끗하게 시야로 들어오는 산과 강.
가을 하늘의 모습은 언제라도 아름답습니다.
일단 산이 있으니, 계곡도 있을터 방향을 잡고
북한강변을 따라 달려가 봅니다.
점심때가 훌쩍 지난 시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마눌의 배를 채워줘야 할때 입니다.
평소 묵을 좋아하니 허름한듯하면서 정이 끌리는 묵집으로.
묵사발과, 메밀 냉면, 메밀묵 부침개..
배가불러 죽는줄 알았습니다.
남은걸 싸왔다니까요.ㅋㅋ
강변 길가엔 무수한 카페, 식당, 모텔들이 줄을 섭니다.
데이트 족들에게는 참으로 좋은 길 입니다.
이정표와 함께 좁은길이 있기에 산쪽을 향해 방향을 잡고
무작정 산쪽을 향해 달려 봅니다.
좁은 산악 도로.. 그래도 포장은 잘되어 있습니다.
도로 아래로 흐르는 계곡물 소리.
비가 내린후라 그런지 수량이 제법 많을듯 합니다.
배도 부르고, 산 좋고 물 좋고, 하늘 높으니,
어딘가에서 자리잡고 잠시 쉬어야 할 것입니다.
마땅한 장소가 보여 들어가 차를 주차한후
냇가로 향합니다.
냇물이 제법 많아 흐르는 물살이 세어 보입니다.
여기 저기 늦은 피서를 나온 사람들이 간간히 보이고
텐트를 치고 쉬는 이들 곁에서는 고기 굽는 냄새가
부른 배를 더욱 힘들게 만듭니다...
자연스럽게 그냥 나오는 소리..
"밖으로 나오니 참 좋다..."
큰 냇물 곁으로 작은 내가 흐르고 그곳에 좋은 그늘을 찾아
자리를 깔고 준비해간 과일을 맛나게 먹습니다.
배가불러 죽겠다면서도 과일은 들어가니, 역시 위대한 뱃속.
마눌과 이런 저런 이야기로 꽃을 피웁니다.
과일을 먹은후 잠시 소화도 시킬겸 여기 저기 지형정찰에 나서고
마눌은 오늘도 멀리 가지 말라고 난리입니다.
뱀 나온다고..이맘때 뱀은 독이 많이 올랐다나??
알기도 잘아네...뱀만 보면 도망가는것이...
숲이 너무 우거져 다니기도 불편합니다.
다시 마눌 있는 자리로 다가 가니.... 그때...
"엄마야 !!!"
마눌의 단발마의 비명.. 그리곤... 후다닥....
마눌과 삼십년 가까이 살면서 그리 빠른거 처음봅니다.
뭐에 놀라긴 놀란 모양입니다.
"왜 그래?"
저만치 도망간 마눌.
"뱀..." 사색이 되어 말도 잘 못합니다.
가만히 보니, 살모사란 놈이 마눌 앉았던 자리 옆으로
유유히 가고 있는 것입니다.
놀랠만도 하지요. ㅎㅎ
그런데, 그리 크지 않은게 아직은 어린놈입니다.
이놈이 건방지게 내 마눌을 놀라게해???
일단 머리를 잡고 마눌을 부릅니다.
"이리와 잡았으니 구경이나 하라고.."
"미쳤어.. " 아예 쳐다 보지도 않습니다.
잠시, 이 축생에게 야단을 쳐 봅니다.
"네놈이 감히 내 마눌을 놀라게한 죄 적지않아
마땅히 목숨을 거둬야 할것이나
네가 일부러 사람을 놀라게 한게 아닐테고
나 또한 부처님 법을 배우는 같은 중생으로서
살생이란 있을수 없는일....
그냥 가던길 가게 해 줄테니, 다시는 그런일 없도록 하고
다음생에서는 좋은 인연 만나, 부처님 되거라..
나무 관세음 보살..."
가만히 그자리에 놔 주니, 잠시 둘러 보더니
혀를 낼름 거리며 천천히 갈길을 갑니다.
많이 놀란 마눌이 그 자리엔 도저히 못있을듯 하고
자리를 옮겨 산쪽으로 발을 옮깁니다.
뭔가가 궁금하기도 하고 여기 저기 나무를 살핍니다.
이맘때면 깨금(개암)이 잘익어
그 고소함이 절정일 때이기 때문이지요.
표준말은 개암이지만, 제 고향에서는 깨금이라 부르지요.
예상한대로 여기저기 깨금 나무에 깨금이 주렁 주렁 열려
눈에 보기에도 풍성합니다.
마눌 또 난리를 칩니다.
왜 또 위험하게 숲으로 들어가느냐.. 다친다..
어휴.. 오나 가나 저 잔소리...
촌놈 출신이 숲을 그냥 지나가다니.. 말이 되는 얘깁니까?
봄날 찔레순이고, 이맘때 깨금이고 따다가주면
먹기는 마눌이 더 잘 먹습니다.
깨금을 한아름 따서 주머니에도 넣고, 마눌에게도 주고
왜냐하면 저녁때 처남 내외가 온다 했거든요.
맛이라도 보라고 해야지요. 아마도 처음 먹어보는 것일 테니까..
잘익은 깨금(개암).. 드셔 보셨나요?
마누라 왈...
"이게 잣보다 더 상큼하고 고소한것 같아.."
ㅉㅉ 맛은 알아 가지구..
좋은 주말 가까이 보이는 산이 더욱 짙어 보이고
머리위로 보이는 코발트빛 하늘은
그 아름다움에 눈이 부실 정도 입니다.
저 파아란 하늘에 풍덩 빠져 보고 싶을 정도이니까..
참으로 멋진 가을의 시작입니다.
돌아오는 길이 무척 상쾌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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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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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날.. 일요일 아침입니다.
늦잠을 자고난 마눌...
"잠을 설쳤더니..일어날수가 없네.."
"왜??"
"밤새 뱀 피해 다니느라고..."
"그거 태몽 아닌가??? 뱀 보면 아들이라던데..ㅋㅋㅋ"
나의 발길은 어느새 금강선원을 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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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하하하 호호호 넘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항상감사하고있습니다.
정말로 행복해 보이십니다. 너무멋진기행문인것같네요!
항상 ! 우리 선원카페에 사천왕이신 혜관거사님 ! 선원 활성화를 위한 신구임원 워크샆에 카폐운영자로 동참해서 갔다 왔습니다.
카페운영구성원,회원자수,메뉴판조정,등 카페활성화를 위한 논의가 있었구요,백담사 만해마을은 이름 그대로 한용운스님의 높으신 기상를 느낄수 있었습니다.
아주! 좋은경험이었습니다.좋은글!! ()()()...
술술 재미있게 잘도 풀어 놓으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