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내가 믿는 주님이 어떤 분인지 누가 묻는다면 오늘 복음을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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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4/5/부활 팔일 축제 금요일/식목일·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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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복음 21장 1-14절
“주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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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중학교 사춘기 시절, 철없던 저는 유독 어머니에게 저의 혼란과 두려움을 분출하곤 했습니다. 어머니와의 갈등은 점점 더 심해졌고 급기야는 정상적인 대화보다 고성과 분노가 오가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턴가 어머니는 제가 깊이 잠이 들었을 때 제 침대로 조용히 오셔서 안수를 해주기 시작하셨습니다. 처음에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나중에는 선잠이 든 채 어머니의 손길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굳이 잠을 깨고 싶지 않아 모른 척하고 계속 잠을 청했습니다. 그런 날들이 지나면서 저는 조금씩 어머니에 대한 화가 가라앉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혼란스러웠던 사춘기 시절, 어쩌면 제가 가장 목말라 했던 것은 어머니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아니었나 회상합니다. 우리는 수없이 사랑한다 말합니다. 하지만 그 말이 상대방에게 가 닿아 그가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지에는 무관심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굳이 사랑한다 말하지 않으십니다. 하지만 투닥 투닥 터지는 장작 소리와 밝아오는 여명에 비쳐진 주님의 얼굴에서, 제자들은 그들이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를 온 영혼을 통해 느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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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창현 토마스아퀴나스 신부(서울대교구)
생활성서 2024년 4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