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성심학교 야구단 "이승엽 선수같은 야구선수가 되고파"
이철용 기자
우리나라 고등학교 최대의 야구대회인 봉황기 전국고등학교 야구대회에 청각장애인 고등학생들이 최초로 참가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 충주성심학교 야구부가 해변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2003 충주성심학교
화제의 주인공은 충주성심학교(교장 김희옥)의 야구부.
충주성심학교는 1955년에 설립된 청각장애 특수학교다. 이 학교에
야구부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산파 역할을 한 사람은 조일연(50) 교감, 그는 중학교에서 야구선수를 지냈다. 조 교감은 청각장애인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심어주기 위해 지난해 4월 학교 운영위원회에 야구부 창단을 건의했고, 승인을 받아 선수 모집과 기초적인 훈련을 진행했다. 지난해 9월 9일에는 정식 창단식을 가졌다.
충주는 야구에 있어서 불모지였다. 그런 충주에 얼마 전 간이야구장이 들어서 성심학교의 야구부도 제대로 된 환경에서 훈련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전국 최초의 농학교 야구부인 충주성심학교의 야구부는
선수들에게 운영을 위한 비용부담을 주지 않는다.
모금을 통한 야구부 운영
▲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원 전체
ⓒ2003 충주성심학교
대부분 학교의 운동단체들은 증가되는 비용부담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 비용을 동문회나 선수 부모들이 감당하고 있다. 그러나 청각장애인 부모들은 대부분 경제력이 약하고 그런 연유로 자녀에 대한 투자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조 교감은 지역과 단체들을 뛰어다니며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야구는 다른 경기에 비해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다양한 경기도구와
용품들의 지속적인 공급이 있어야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동문회나
선수 부모의 지원이 힘든 장애인 학교에서 야구부를 운영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선수들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20여명이다. 지금도 계속적으로 선수를 선발하고 있다. 이번에 처음으로 참가하는 봉황기
야구대회는 고등학교 대회이기 때문에 현재 10명의 고등학생만이 참가하게 된다. 보통 2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하는 다른 팀과는 달리 규정 인원을 겨우 채우는 것이지만 선수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른다.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 보여주고 싶어요"
▲ 이승엽 선수와 함께
ⓒ2003 충주성심학교
충주성심학교에서 야구부를 시작한 목적은 청각장애인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부담 때문에 스스로 선수가 되고자 하는 것을 엄두도 못 내고 있는 것을 감안해서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조 교감은 "청각장애인이기 때문에 사회에서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살아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야구를 통해 이승엽 선수와 같은
스타플레이어가 나올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사회의 주류에서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다른 한편으론 야구가 시각적인 점도 중요하기 때문에 청각장애인들이 청각은 약하지만 시각이 발달한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 같고, 사춘기에 방황하는 것을 해소하는 방편으로도 야구부의 창단은 새로운 가능성과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 교감은 밝혔다.
처음 야구팀을 만들었을 때 조 교감이 직접 야구의 기초를 가르쳤다.
지난해 9월 정식 창단을 하면서 충주 세광고와 중대, 제일 은행 등에서 투수로 선수생활을 했던 김인태(45) 감독을 영입했다.
훈련을 위해서는 수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김 감독도 수화를 열심히
배우고 있고 교사 2,3명이 함께 통역을 하며 코치 역할을 하고 있다.
한 가지 어려움은 청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수화의 어휘가 부족하기
때문에 야구의 기술과 규칙을 제대로 전달하는 데 한계가 많이 있었다. 그러나 몇 달간의 훈련과 실전경험을 통해 기본적인 문제들은 대부분 해소된 상태이다.
선수 부모들도 자녀에 대한 걱정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들이 있었지만
자녀들이 야구에 몰입하며 미래에 대한 꿈을 가질 수 있는 것에 대해
고마워하며 지속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희망하고
있다.
야구는 시각도 중요하지만 청각도 중요하다. 타석에서 나는 타구음을
듣고 강도와 비거리 등의 감을 잡는 것이 중요한데 청각장애인들과
함께 야구를 해보니 예상하지 못했던 많은 문제점들이 많이 발생해서
훈련을 통해 극복하려는 노력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는 것은 훈련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일본 고베 원정경기에서 대승
▲ 이승엽 선수와 함께
ⓒ2003 충주성심학교
충주성심학교의 야구부는 창단 이후 지난해 겨울까지 기초체력훈련,
3월부터 전술훈련, 4월부터는 지역의 성인 아마추어 팀과 실전 훈련을 하고 있다. 창단 1년이 안되지만 그래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난 6월 23일부터 26일까지 3박 4일 동안 일본 원정을 통해서 고베농학교 야구부와 친선경기를 치러 큰 차이로 이겼다. 일본은 1963년부터 농학교 야구부가 활성화되었지만 최근들어 그 열기가 시들어 연식야구로 전환을 해서 이번에 첫 번째로 가진 시합이었다.
조 교감은 봉황대기 대회참여를 앞두고 요즘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봉황대기 야구대회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고등학교 야구대회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대회이다. 다른 대회는 지역 예선에서 이긴 팀들만 참가하기 때문에 보통 한 대회의 참가팀은 스물 다섯 또는 스물 여섯개 정도이다. 그러나 봉황기 대회는 예선대회가 없다. 야구부가 있는 모든 학교가 다 참가하기 때문에 대회규모가 가장 크다. 이번에 참가하는 학교는 57개 학교이다.
지난 8월 5일 대진표 추첨에서 충주성심학교는 다행히 부전승의 행운을 얻었다. 대회 참가의 목적은 승리이지만 충주성심학교 야구부는
다른 팀들과는 다른 더 큰 의미가 있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게 된 것이다. 장애인들이 당하는 차별과 배제를 뛰어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충주성심학교의 야구부 선수들은 말한다.
"나도 꼭 이승엽 선수처럼 훌륭한 야구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이들의 다짐이 현실이 되어 장애가 아닌 새로운 가능성의 시대를 꿈꾸어 본다.
이 기사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http://withnews.com)에도 싣습니다.
2003/07/15 오후 6:44
ⓒ 2003 OhmyNews